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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속도 낸다지만···사라지지 않는 관치금융

개혁 속도 낸다지만···사라지지 않는 관치금융

등록 2016.03.02 09:03

박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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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법 무산 금융산업 현실 드러내업계, 선진국 진입 ‘골든 타임’ 놓쳐정부 간섭 등 ‘관치금융’ 없애고불합리한 후진적 규제 철폐해야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경영간섭 없애고, 규제 역시 포지티브로 전환하는 등 선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사진은 국내 금융산업의 허부인 여의도 금융가 모습)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경영간섭 없애고, 규제 역시 포지티브로 전환하는 등 선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사진은 국내 금융산업의 허부인 여의도 금융가 모습)

“수년째 고수해온 금산법에서 은산분리 근간을 송두리째 뽑자는 게 아니다. 시대 흐름에 맞춰 융통성을 갖자는 것이다. 금융산업을 선진화 하자는 취지인데 국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사실이 아쉽다.”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 무산 직후 한 금융사 관계자의 탄식이다.

◇인터넷은행 활성화 어려워

금융권 안팎에서는 은행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우간다’보다 못한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21세기 지식산업 사회의 무한경쟁 시대에서 금융과 정보통신산업의 융합이라는 핀테크에서조차 과거의 망령이 아직도 떠돌고 있다는 볼멘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은산(銀産) 분리를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하지만 여야의 지리한 논쟁 끝에 결국 지난해 11월 잉태해놓은 ‘은행법’과 ‘거래소지주회사법’은 무산됐다. 일각에서는 금산법 체제의 은산분리 규정이 낳을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한 조치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금융권에서는 시대에 동떨어진 처사라는 반응이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와중에도 어렵게 이룬 은산 분리 규제 개선은 19대 국회 초반 경제 민주화의 정치적 유탄을 맞은 모양새다. 파장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당장 올해 상반기 출범을 앞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불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이름과 다르게 한국금융지주가 지분의 50%를 보유한 상태이며, 카카오의 지분은 10%에 불과하다.

카카오뱅크는 컨소시엄 구성 당시 현행법에 맞게 카카오의 지분을 10%로 제한하는 대신 은행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카카오가 50%+1주의 지분을 확보해 카카오 중심의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킬 계획이었다.

◇핀테크 시대 열렸지만···

금융당국 역시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겠다는 취지로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은행 설립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법’의 국회 통과가 무산되면서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전문가들은 ICT기업의 지분 구조가 취약할 경우 인터넷은행의 주도권이 기존 금융사로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KB국민은행과 카카오, 한국투자증권 등이 연대해 23년 만에 인터넷은행 타이틀을 꿰찬 카카오뱅크의 경우 문제는 복잡해졌다.

한국투자증권의 모그룹인 한국금융지주는 지분을 그대로 떠 앉게 되면서 당초 전랴과는 다르게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가 되는 만큼 올해 안으로 은행지주사로의 전환이 불가필하게 된 노릇이다.

케이뱅크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 우리은행이 10%, 한화생명보험 10% 등 기존 금융사들이 10%의 지분을 보유한 반면 KT의 지분은 8% 밖에 안 된다. 따라서 케이뱅크는 지분구조 문제가 확대될 경우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사업자가 없는 '무주공산' 형국이 만들어질 판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의 성공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은행법’ 개정안 통과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IT금융학부 교수는 “금산분리 정책을 전향적으로 완화해야만 금융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금융산업이 앞으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 중심의 소유구조를 바꾸고 금산분리를 전향적으로 완화해야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산업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이른바 관치 금융이다. 국내 최대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 회장 자리를 둘러싼 낙하산 논란이 대표적이다. 최근 회장에 오른 이동걸 회장이 이전 여당 대선 조직에 몸담았던 것을 두고 취임 전후 ‘보은인사’ 구설수에 휘말린 것.

이 회장은 신한은행 부행장, 한국증권업협회 부회장, 굿모닝 신한증권 대표이사 사장, 영남대 특임석좌교수 등 다양한 금융경력을 통해 금융업 전반에 대한 폭넓은 지식으로 기업 구조조정 적임자로 평가받으면서 산은 수장에 앉았다.

이번 인사는 금융당국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성과주의 등에서 제기된 관치 논란을 떠올린다.

◇금융개혁 속도조절 필요

금융당국은 지난해 우리 금융분야의 성숙도를 조사대상 144개국 중 80위로 가나(52위)·보츠와나(53위)·콜롬비아(63위)보다 낮다는 치욕을 씻어보자고 금융개혁을 속도감있게 추진하고 있지만, 오히려 급하게 추진할 경우 관치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지난해 미국의 금리인상에 이어 중국경기 둔화와 유럽 경기 부진에 따른 글로벌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개혁이 긴절한 상황에서 속도나 내용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산업 내 적폐를 단숨에 제거할 수 없는 현실이 이를 방증하고, 여기에는 규제개혁 등의 제도 보완은 물론 국민들의 의식 개선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전경련이 지난 2014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사 39곳을 대상으로 ‘한국 금융의 경쟁력 현황 및 개선과제’를 조사한 결과, 64.2%가 한국 금융산업의 최대 걸림돌로 ‘과도한 규제 및 정부의 과도한 개입’을 꼽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 교수는 “우리 금융산업 구조가 정부가 금융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로 짜여 자율성을 해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낙하산 인사가 많아지고 정부나 정치권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금융권은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도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제조업 비해 낙후된 만큼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경영간섭 없애고, 규제 역시 포지티브로 전환해야 금융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박종준 기자 junpark@

뉴스웨이 박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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