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형 양적완화? 한은 나설 때 아니다”

‘진짜 위기시 움직인다’ 해석

“재정·금리 여력 아껴 둬야”

이달 기준금리 인하 없을 듯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출처=뉴스웨이 DB)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불확실한 대외 여건에 대비해 재정 및 금리 여력을 아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를 불과 몇일 앞두고 나온 발언으로 섣불리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한국형 양적완화에 대해선 “한은이 나설 때가 아니다”라며 사실상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찾은 이 총재는 지난 15일(현지시각)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불확실성이 클 때는 섣불리 통화정책을 쓰는 게 위험할 수 있다”며 “통화정책은 대외 여건이 안정적일 때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장에선 한은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잖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한은은 새누리당의 4·13총선 참패로 ‘한국형 양적완화’ 실행 가능성이 약화되면서 부담을 어느 정도 덜은 상황이다.

이 총재는 ‘한국형 양적완화’에 대해 “산업은행 금융채권(산금채)과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을 인수하라는 양적완화의 방법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한은이 나서라는 뜻으로 이해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한은이 나설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가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회사채 시장이 불안해지거나 우량한 기업조차 자금 조달이어려워진다면 한은이 구조조정에 뛰어들 수 있다”는 의견도 전했다.

그는 “통화정책이 구조조정을 이끌 수는 없다”면서도 “구조조정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거시경제 상황을 만드는 것이 통화정책의 역할”이라고 했다.

국내 경제성장률에 대해선 “1분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당초보다 성장률 전망치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며 “중요한 것은 2분기 이후 경기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의 경우, 저유가 효과가 소멸하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저물가가 이어지고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상승률이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은은 오는 1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결정하고 수정 경제 전망을 발표한다. 한은은 지난 1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발표한 바 있다.


김성배 기자 ks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