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서가 ‘돌아저씨’를 통해 배우로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였다.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음식점에서 SBS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이하 돌아저씨) 종방 기념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돌아저씨’는 저승에서 180도 다른 인물로 환골탈태해 현세로 돌아온 두 저승동창생들이 다시 한 번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랑과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아가는 휴먼 코믹드라마다. 지난 2월 24일 첫 방송돼 이달 14일 종영됐다.
극중 오연서는 전직 조폭 한기탁(김수로 분)의 환생인 한홍난 역을 맡았다. 전생에 남자였던 캐릭터인 만큼, 몸은 여자지만 뼈 속 깊이 남자다운 터프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역할이다.
오연서는 극 내내 일명 예쁜 연기보다 내숭 없이 털털한, 심지어 그를 넘어선 연기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감정 연기를 밀도 깊게 보여줘 오연서의 또 다른 발견이라는 칭찬도 얻었다.
이에 대해 오연서는 “초반에 스트레스 많이 받았다. 남자 연기를 하는 것도 힘이 드는데 거기다 수로오빠라니”라고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이어 “워낙 특징이 있는 분이다 보니 내가 따라 했을 때 하나도 안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수로 오빠가 초반에 대본 녹음도 해주고 나도 수로오빠가 나온 작품을 많이 찾아봤다. 촬영 일부를 먼저 하고 계셔서 편집본 보고 연습도 했다”며 “그래서 조금은 비슷하게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노력과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 “힘들기는 했다. 치마 입은 채 다리 벌리고 앉아있고, 그런 건 방송에서는 교묘하게 찍는다고 해도 앞에 스태프들도 있으니... 바지 입고 그러는 건 괜찮은데 초반 설정이 섹시한 느낌이어서 늘 타이트한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좀 힘들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코믹에 대한 욕심은 평상시에도 있고 그런 걸 좋아해서 잘 맞았다. 방송 보면서 너무 망가졌나 싶기도 한 정도였다”고 극에 완전히 몰입했음을 밝혔다.
오연서는 극중 저승 동창생인 정지훈과 주로 호흡을 맞췄다. 두 사람은 드라마가 너무 지루하고 진지해지지 않게 적재적소로 위트를 불어 넣는 활력소였다. 과장된 연기로 웃음을 주기도 하고 남녀 구분 없는 센스 넘치는 애드리브로 안방극장을 발칵 뒤집어놓기도 했다.
이에 오연서는 “신기한 게 지훈오빠와는 합이 잘 맞았다. 서로 각자 나름의 준비를 하고 연기를 짠 뒤 하는 건데, 처음 맞춰봐도 잘 맞았다”고 찰떡호흡을 자랑했다.
이어 “너무 웃긴 신들이 많아서, 서로 웃어서 NG난 게 많았다. 지훈오빠가 그렇게 웃음을 못 참는다. 그렇게 웃음을 못 참는 사람은 처음 봤다. (웃음)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한테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또 기억에 남는 애드리브를 묻는 질문에는 “지훈오빠와는 개그를 담당하고 있어서, 얼굴 밀치는 등 몸으로 하는 애드리브가 많았다.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그만큼 극에 몰입했음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오연서는 이하늬와 여여케미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극중 송이연(이하늬 분)은 한기탁의 첫사랑인데, 한홍난이 기탁의 환생이기에 여전히 이연을 사랑하는 연기를 해야 했던 것. 마음은 기탁의 것이지만 몸은 여성이었던 오연서는 브라운관에서 여자와 여자의 독특한 케미를 그리게 됐다.
오연서는 “남자로 멜로를 찍어보니 색달랐다. 여자로 할 때랑 확실히 느낌이 다르긴 하다. 여자는 멜로를 할 때 말도 많이 하고 우는데 남자는 주로 말 없이 옆에서 지켜봐 주는 역할이다 보니 멋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내가 연기하면서도 ‘와 남자들은 이렇게 멋있는 걸 연기하는구나’ 싶었다. (웃음) 뒤에서 묵묵히 여자를 지켜봐 주며 사건을 해결해주는 연기를 하니 기분이 색달랐다. 이런 연기는 앞으로도 못할 것 같고 앞으로도 이런 캐릭터는 한동안 안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극중 한홍난 캐릭터의 독보적인 매력을 털어놨다.
아울러 겉보기에는 여자와의 사랑이었던 것에 대해서는 로맨스에 대해서는 “부모자식간, 친구간의 사랑도 사랑이다. 인간적으로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다 보니 별 무리는 없었다. 그런 걸 이상하게 생각했으면 이 작품을 못 했을 것이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또 “방송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설정은 아니어서 민망하면서도 재미있기도 했다. 웃긴 게 그렇게 계속 연기를 하다 보니 하늬언니와 서로 통하는 느낌이 왔다”고 특별한 호흡을 설명했다. 이하늬와 베스트 커플상을 타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돌아저씨’는 로맨스 위주의 여타 작품과 달리 가족과 죽음, 넓은 범위의 사랑을 아우르는 작품이었다. 자극적인 요소 없이도 극을 끝까지 탄탄한 전개로 이끌면서도 유머와 긴장감도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았다.
하지만 동시간대 경쟁작은 시청률 35%를 육박했던 막강한 상대 KBS2 ‘태양의 후예’였다. 이에 ‘돌아저씨’는 방송 내내 초라한 성적을 거둘 수 밖에 없었다.
오연서는 “아쉽다. 워낙 강력한 경쟁작이었다. 대진표도 그렇고 시청률은 사람의 손을 떠난 영역 같다”고 조심스레 생각을 전했다. 이어 “그렇다고 다들 현장에서 속상해하는 건 없었고 서로 으쌰으쌰했다. 모든 사람이 작품을 잘 마무리하는 게 더 중요했던 것 같다”고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돌아저씨’는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많이 받았다. 이에 대해서는 “소재 자체가 좋은 소재니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죽고 나서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보니 나도 연기를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작품을 인정했다.
이어 오연서는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 보낼 때 마음, 혹은 내가 떠났을 때 마음 등을 생각했다. 드라마가 잘 되고 못 되고를 떠나서 누군가에게는 생각이 많이 할 수 있게 해준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화제성도 놓치지 않은 것 같다”고 나름의 호평 이유를 추측했다.
끝으로 오연서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을 묻는 질문에 “안 맞는 옷도 있고 좌절할 수 있겠지만 스펙트럼을 계속 넓혀가고 싶다”며 “밝은 기운이 있는 역할이 좋다. 여태까지 한 것도 그렇고, 성별을 떠나서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해낼 수 있고 당당할 수 있는 역할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밝혔다.
‘돌아와요 아저씨’를 무사히 마치고 또 하나의 스펙트럼을 쌓은 오연서는 영화 ‘국가대표2’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소희 기자 lshsh324@
뉴스웨이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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