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용접공 대신 로봇"···HD현대, 美 조선 자동화 시장 첫발

산업 중공업·방산

"용접공 대신 로봇"···HD현대, 美 조선 자동화 시장 첫발

등록 2026.05.17 07:36

김제영

  기자

HD현대로보틱스, 미국에 용접 솔루션 공급美 조선업 재건, 인력 부족·설비 노후화 '발목'미래 조선소 구축···한미 조선 협력 확대 기대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HD현대가 미국 조선소에 용접 로봇 솔루션 공급을 시작하면서 미국 조선 자동화 시장에 첫 발을 디뎠다.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단순 선박 수주를 넘어 조선소 운영 시스템 수출로 확대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로보틱스는 최근 미국 조선업체 슈에스트그룹으로부터 로봇 용접 솔루션 '아크리프트 고(ArcLift GO)' 공급 계약을 수주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해당 솔루션은 북미 조선소 3곳과 브라질 조선소 1곳 등 총 4곳에 공급된다.

이번 수주는 국내 로봇 솔루션이 북미 조선에 진출하는 첫 사례다. 미국 현지 법인 HD현대로보틱스 USA가 사업 개발과 프로젝트 조율 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크리프트 고는 HD현대가 조선 현장에서 축적한 공정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한 자동화 솔루션이다. 일반적인 산업용 로봇 장비가 아닌 용접 자동화 소프트웨어 기반 시스템으로 각 조선소 환경과 공정 특성에 맞춰 맞춤형으로 제작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직관적인 운영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로봇 조작 경험이 많지 않은 작업자도 2~3대의 로봇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균일한 용접 품질을 구현하면서 숙련 용접공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생산 효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미국 조선업계는 숙련 용접공 부족 현상으로 산업 전체의 생산성과 경쟁력이 약화되는 구조적 문제를 겪고 있다. 더욱이 미국 내 조선업 수요는 커지고 있으나 기본 설비 자체가 노후화돼 자동화 기술을 적용할 기반조차 갖추지 못한 곳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HD현대 관계자는 "미국 조선소는 설비 노후화 등으로 자동화 솔루션을 적용할 수 있는 기본 인프라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이번 계약은 국내 조선소의 자동화 기술이 미국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급이 단순 장비 수출을 넘어 미국 조선업 재건 과정에서 HD현대가 자동화 및 디지털 전환 파트너로 역할을 확대하는 포석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과의 패권 경쟁 속 공급망 재편 차원에서 자국 조선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 가운데,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HD현대는 이미 국내 조선소에서 자동화 모델을 검증해왔다. 현재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에 도입된 자동화 로봇 솔루션은 각각 130여대, 80여대로 총 210대가 넘는다. 이 시스템은 주로 철판 절단과 용접 작업 등에서 활용되며, 시간 제약 없이 가동되고 있다.

HD현대가 자동화 솔루션을 도입한 배경에는 조선업 슈퍼사이클이 맞물려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말 기준 약 92조원 규모의 수주잔고를 확보해 3~4년 치 일감이 쌓여 있는 상황이다. 다만 조선업 특성상 일손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숙련 인력 확보가 어려운 만큼, 자동화 솔루션 기술을 통해 생산성과 납기 대응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는 HD현대의 미래 첨단 조선소(Future of Shipyard·FOS) 구축의 일환이다. FOS는 디지털 트윈,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설계·생산·품질관리 전반에 적용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2023년 1단계 '눈에 보이는 조선소'를 구축했고, 현재 설비·공정·데이터가 연결되는 2단계 '연결·예측·최적화된 조선소' 구축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미국 엔비디아, 독일 지멘스 등과도 협력하고 있다. 지멘스의 선박 설계·제조 소프트웨어,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가상환경 플랫폼 '옴니버스'를 활용한다.

업계에서는 HD현대가 이번 수출을 계기로 향후 미국 조선소 자동화 사업까지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첨단 미래 조선소 구축과 연계할 경우, 단순 선박 수주를 넘어 현지 조선소 운영 시스템과 생산 공정까지 패키지 형태로 수출하는 구조로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수주에 대해 "미국 조선소의 실제 생산 공정에 로봇 솔루션을 적용해 미국 조선 공급망 내 기술력을 입증하는 사업 실적을 확보하게 됐다"며 "북미 조선 시장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이 선박 건조를 넘어 조선소 운영 시스템과 자동화 솔루션 수출로 확대되는 흐름"이라며 "향후 스마트야드와 AI 기반 생산 시스템까지 연계될 경우, 한미 조선 협력 범위도 더욱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