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계춘할망’ 평생 손 놓지않는 어미의 사랑

영화 '계춘할망' 리뷰

사진='계춘할망' 포스터

"아이구, 나 새끼. 나 새끼.."

할망(할머니), 우리 엄마의 엄마다.

영화 '계춘할망'(창감독)에는 화려한 영웅도 화끈한 멜로도 쫀득한 추리와 반전이 없지만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엄마의 엄마, 할망(할머니)과 손녀가 있다.

'계춘할망'은 12년의 과거를 숨긴 채 집으로 돌아온 수상한 손녀 혜지(김고은)와 오매불망 손녀 바보 계춘할망(윤여정)의 이야기를 그린 가족 감동 드라마.

푸른 하늘, 만연한 유채꽃으로 둘러싸인 제주도 한 시골집, 아들을 잃고 손녀와 함께 살아가는 해녀 계춘은 하나뿐인 피붙이 손녀 혜지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계춘은 손녀가 가지고 싶은 크레파스를 사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물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반복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계춘은 장에 갔다가 손녀 혜지를 잃게 된다. 그녀는 가슴에 품은 혜지 생각에 애가탄다.

혜지는 12년 만에 계춘 앞에 나타나고, 할망이 된 계춘은 혜지에게 영원한 '내 편'이 되어준다.

단순한 구조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감독이 의도한 우연과 복선이라는 장치에도 불구하고 예상 가능한 범주에서 펼쳐진다.

그러나 '계춘할망'의 엔딩은 그렇게 중요한 관람포인트가 아니다. 영화는 험난한 세상 속 유일한 내 편이자 영원한 안식처가 되어주는 어미라는 존재, 가족의 의미를 환기시킨다.

입에 넣었던 반찬을 밥 위에 맨손으로 올려주는 어미의 따뜻한 품과 무조건적인 가족의 사랑이 핵심 포인트다.

잔잔한 가족영화라 생각하고 부담 없이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손수건을 반드시 준비하라 당부하고 싶다. 마음 놓고 극장을 찾았다가 한바탕 눈물을 쏟고 올테니 말이다.

계춘과 혜지의 관계보다는 계춘의 일생에 감동포인트가 있다. 제주도에서 해녀로 살던 계춘이 아들을 잃고 손녀를 위해 억척스레 살아가는 계춘의 모습은 우리네 부모와 닮았다.

남들이 '내 새끼'한테 뭐라해도, 비록 손가락질 한다 해도 따뜻하게 품어주는 우리 엄마를 계춘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사진=미시간벤쳐케피탈

계춘은 평생 옆에서 내 손을 잡아주는 우리 엄마의 희생과 절대적 사랑을 일깨워준다.

윤여정은 우아함을 잠시 내려놓고 제주도 할머니로 변신했다. 거뭇거뭇 바다 햇빛에 그을린 얼굴로 무뚝뚝하지만 따뜻한 목소리를 통해 손녀를 향한 사랑을 잘 연기했다.

김희원은 악역을 벗고 소탈한 시골 삼촌으로 변신해 새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윤여정과 김희원 두 배우는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현대적인 색채를 지우고 퀴퀴한 촌티를 뒤집어 썼다. 뜻 밖에도 이들은 의외의 케미를 발산하며 색다른 매력으로 관객을 즐겁게 한다.

5월, 부모님의 손을 잡고 극장에 가려는 관객들에게 '계춘할망'을 추천한다. 빠른 장면 전환이 다소 버겁고, 잔인하고 어려운 영화를 이해하기 힘든 부모님과 함께 부담 없이 즐기기 충분하다.

116분. 15세 관람가. 5월 19일 개봉.

이이슬 기자 ssmoly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