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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유탄’에 산업계 대혼란

[미세먼지와의 전쟁]‘미세먼지 유탄’에 산업계 대혼란

등록 2016.06.14 08:55

수정 2016.06.14 08:57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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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떨어지는 각종 정책 탓에 산업계만 속앓이車·油업계, 디젤車 판매 부진·수요 감소 우려 증폭이해관계자 소통 통해 적절한 대안 다시 모색해야

사진=환경부 제공사진=환경부 제공

중국에서 날아온 악성 미세먼지 문제가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산업계가 때 아닌 혼란에 빠져 있다.

일부 업계는 미세먼지 오염 악화에 대한 영향으로 실제 타격을 받거나 받을 운명에 처해 있다.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책임이 일부 있는 만큼 그에 대한 개선 대책도 내놔야 하지만 대안이 없다는 점도 산업계를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

산업계는 지난 4월 말부터 미세먼지 오염 문제가 화두로 발전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가장 분주한 곳은 자동차업계다. 미세먼지 유발의 최대 원인이 디젤 연료(경유)의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 질소산화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디젤 자동차의 판매 감소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자동차 시장에서 주류를 차지했던 것은 디젤 자동차다. 가솔린 연료(휘발유)보다 가격이 저렴한데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솔린 연료보다 적다는 이유로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수입차 시장에서는 판매되는 신차 10대 중 6대는 디젤 모델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신차 중 디젤차의 비중은 27%에 머물렀다. 그러나 정부가 디젤 연료를 ‘친환경 연료’로 규정하고 디젤차의 보급을 장려했고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신차 중 디젤차의 비중은 44%까지 크게 늘었다.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든 디젤차에 대한 각종 규제를 적용할 뜻을 내비치면서 자동차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수익성 측면에서 쏠쏠한 역할을 하는 디젤차의 판매가 줄어들 경우 경영에 있어 적잖은 악영향이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려는 서서히 현실로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디젤차의 보급에 선도적 역할을 했던 수입차 시장에서 그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에 판매된 수입차 신차 중에서 디젤차의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포인트 줄어든 62.9%로 나타났다. 단순 판매량은 늘어났지만 판매량 증가율 곡선은 꺾였다.

업계는 정부의 엉뚱한 정책 기조 때문에 소비자와 자동차 메이커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세계적 정책 트렌드와 전혀 맞지 않는 정책을 내놓다보니 최근과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미 잘 알려진대로 정부는 지난 2000년대 후반부터 디젤 연료 자동차의 보급을 적극 권장했다. 마침 가솔린 연료의 가격이 폭등하고 디젤 연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을 업고 디젤 자동차의 판매량이 급증했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당시 정부가 단순히 한치 앞만 보는 근시안적 정책을 버리고 세계의 시류와 맥을 같이 하는 정책을 썼더라면 오늘의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만큼이나 현재의 미세먼지 파동을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보는 곳이 또 있다. 바로 정유업계다.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종합 대책의 일환으로 한때 디젤 연료 가격 인상을 언급하면서 그 이후부터 업계 안팎의 분위기가 썩 좋지 않다.

디젤 연료 가격 인상에 대한 대중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직접적인 요금 인상 카드를 사실상 접은 상황이다. 그러나 어떻게든 디젤 연료의 사용을 줄이려는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 쪽에서는 직접적인 입장을 표시하지는 않았다. 다만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대체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디젤 연료의 사용을 원천적으로 막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게 될 경우 장기적 수요 감소로 이어져 업계의 침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무엇보다 정제 마진이 떨어지고 동아시아 지역의 디젤 연료에 대한 재고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디젤 연료 문제를 물고 늘어질 경우 업계의 걱정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른 제조업 업계도 현재의 상황을 조용히 두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안 그래도 온실가스 저감 문제로 생산 환경을 조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세먼지나 각종 화학물질에 대한 관리까지 까다로워질 경우 생산 원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생산 원가가 늘어나면 완제품의 가격이 늘어나고 이는 자칫 판매량 감소와 실적 감소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제조업계에서는 정부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산업계에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적용할 것인가를 눈여겨 보고 있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계가 현 정부의 미세먼지 관련 대책에 대해서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마땅한 대안도 없이 생산 활동이나 소비 활동을 규제하겠다는 내용에서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먼지를 발생시키는 원인을 소상히 밝히고 그 과정에서 산업계가 해결해야 할 일을 대화를 통해 찾아야 할 것”이라며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산업 관련 환경 정책을 펴는 정부의 자세 변화에 있다”고 덧붙였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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