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해외 화주에 한진해운 파산 언급 ‘논란’

편지에 파산 지칭 ‘bankruptcy’ 사용

법정관리 지칭 ‘receivership’ 썼어야

해운업계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려워”

산업은행이 최근 현대상선 해외 화주에게 한진해운이 현재 파산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발송해 논란에 휩싸였다.

23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 21일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의 요청으로 한진해운 발 물류대란으로 불안해하는 현대상선 해외 화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서신(support letter)을 발송했다

이는 한국의 기사를 번역본으로 접하는 해외 화주들이 불확실성으로 인해 현대상선에 화물을 실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자 현대상선의 대주주로서 직접 사태 무마에 나선 것이다.

산업은행은 해당 서신을 통해 현대상선에 최대한 지원을 하고 있으며 향후 성장가능성도 내비췄다.

문제는 현대상선 해외 화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발송한 서신에 한진해운의 파산을 암시하는 단어들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의 파산절차’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Hanjin Shipping's bankruptcy proceedings’라고 기재했다. 또한 ‘한진해운의 파산에 따른 심각한 글로벌 물류 위기’라며 ‘serious global shipping crisis following Hanjin Shipping's bankruptcy’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해운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법정관리를 뜻하는 ‘receivership’가 아닌 파산을 뜻하는 ‘bankruptcy’ 단어를 사용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자칫 한국 정부가 한진해운 회생에 의지가 없다고 내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아직 한진해운이 부도가 난 상황도 아니고 법정관리 중인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해외 화주들에게 ‘bankruptcy’ 단어를 사용해 서신을 보낸 것은 자기 자식 위하려고 한국 해운업 전체 얼굴에 먹칠을 한 것”이라며 “법원에서 파산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에 해당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은 허무맹랑한 변명에 불과하다. 한국 정부에서 나가는 편지에서 한진해운이 파산됐다고 단정 지어서 이야기하는 것은 벌써 파산을 생각하고 편지를 썼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산업은행 측은 “한진해운과 관련해 산업은행이 결정할 수 있는 권리는 아무것도 없다”며 “ ‘bankruptcy’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법원에서 한진해운 파산 가능성을 언급해 화주들이 접하는 기사에서 ‘bankruptcy’가 언급되다 보니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사용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주희 기자 l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