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투자증권과 통합 이후 사명 ‘KB증권’으로 확정‘바이코리아’ 펀드로 국내 주식형펀드 전성기 열어‘현대증권’ 상표권은 110억원에 현대엘리베이터로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의 자회사로 편입된 현대증권과 기존 KB투자증권의 향후 통합사명은 ‘KB증권’으로 확정했다.
KB금융지주는 앞서 진행된 현대상선과의 현대증권 인수 협상 과정에서 ‘현대’라는 이름을 포기하는 조건에 합의한 바 있다. 현대상선 측은 ‘현대증권’ 브랜드를 5년간 사용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현대증권은 상표권 일체를 주요 주주인 현대상선에 110억원을 받고 처분했으며 이는 현대엘리베이터에 같은 가격으로 양수됐다. 현재 ‘현대’ 상표권에 대한 권리는 현대엘리베이터에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증권’ 브랜드 지키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증권업계에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HMC투자증권과 현대중공업 계열인 하이투자증권이 남아있는 상태다.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현대상선이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범현대가에 이름을 넘겨주기보다 상표권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에서 분리되며 홀로서기에 나선 현대상선이 증권업을 다시 시작할 가능성은 적다고 볼 때 ‘현대증권’ 브랜드는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며 “‘현대증권’이라는 강력한 브랜드가 사라지는 것은 증권업계 전체에 손실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증권업 발전에 한 축을 담당해온 현대증권의 역사는 1962년 설립된 국일증권부터 시작된다. 이후 1977년 현대그룹이 인수해 1986년 현재의 사명인 현대증권을 사용해왔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3월 현대증권은 ‘바이코리아’ 펀드를 선보이며 국내 주식형펀드의 전성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저평가된 한국을 사라’는 슬로건은 당시 국민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며 12조원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한다.
2000년대 초반 현대증권을 업계 최고의 위치까지 끌어올린 바이코피아 펀드의 신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당시 대우그룹의 부도로 증시는 급락했으며 투자자금도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펀드의 수익률은 고꾸라졌고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항의가 잇따랐다. 이 과정에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은 주가조작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선고받게 된다.
이후 현대증권의 매각설은 지속적으로 업계에 거론되기 시작한다. 이 전 대표는 현대증권을 현대투신증권, 현대투신운용을 미국 AIG에 매각을 시도했으며 2004년 현대투신증권·운용은 미국 푸르덴셜금융에 인수된다.
2013년 현대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금융사업 철수를 결정하고 현대증권의 매각을 공식적으로 발표한다. 실제 현대상선 이사회는 지난해 6월 현대증권 보유지분 매각을 결의하고 일본계 사모펀드(PEF)인 오릭스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일본 자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함께 파킹딜 의혹이 등장하며 오릭스와의 협상은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올 3월 KB금융은 현대증권 매각 본입찰에 참여해 인수에 최종적으로 성공했다.
통합 KB증권의 자기자본은 약 3조9500억원 규모로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에 이어 업계 3위 증권사가 될 전망이다.
이승재 기자 russa88@
뉴스웨이 이승재 기자
russa88@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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