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부진에 구조조정, 매각 등 잇따라최근 리뉴얼, 사업 확장 등 제2도약 나서화승, 사모펀드 매각 후 대대적 브랜드 리뉴얼LS네트웍스, 프로스펙스 제외 패션사업 정리
일부 브랜드는 시장 철수를 결정한 반면 다른 브랜드들은 급부상하는 스포츠 시장에서의 재도약을 모색하면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토종 스포츠 브랜드 ‘르까프’를 운영하는 화승은 이날 브랜드 쇼케이스를 열고 ‘국내 1위 스포츠·아웃도어 기업으로의 재도약’을 선언한다.
화승은 1953년 8월 설립된 신발 제조기업으로 자동차부품, 소재사업, 신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사업을 영위하는 화승그룹의 모태기업이다. 1986년 국내 순수 기술로 론칭한 스포츠 브랜드 르까프와 라이선스 스포츠 브랜드 ‘케이스위스’, 아웃도어 브랜드 '머렐' 등을 운영하고 있다.
화승의 연매출은 2011년 5904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2년 5547억원, 2013년 5667억원, 2014년 5619억원 등 답보 상태를 걷다 2014년 말 ㈜경일에 매각됐다. 당시 화승그룹은 3세 경영 체제가 가동되면서 새 주력 사업인 자동차 부품 사업 등에 집중하기 위해 그룹 모태인 화승의 경영권 지분 50.23%를 경일에 넘겼다.
그러나 경일의 품에 안긴 화승의 지난해 매출은 2353억원까지 급락했고 영업이익도 38억원에 머물렀다. 이에 산업은행이 약 1년만에 국내 PEF 운용사인 KTB PE(프라이빗에퀴티)와 함께 경일이 보유한 화승의 경영권 지분 50.23%를 인수했다.
화승그룹도 지분 재매각에 일부 참여하며 사실상 모태 기업인 화승을 다시 품에 안게 됐다. 화승그룹의 오너 3세인 현지호 총괄부회장과 현석호 부회장이 모그룹으로 돌아온 화승의 제 2전성기를 이끌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화승은 지난 4월 이랜드, 리바이스트라우스코리아 등을 거쳐 최근 시계 전문회사 파슬코리아 파슬브랜드 총괄을 역임한 신상운 신임 대표를 선임, 올해를 브랜드 재정비의 원년으로 정했다.
이번 브랜드 재정비를 통해 르까프는 생활 스포츠 브랜드로 거듭나는 동시에, 케이스위스와 머렐은 각각 테니스, 트레일러닝 카테고리를 선점하며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한다. 이와 함께 기존 구매층인 3040대에서 주 타깃층을 2030세대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화승은 국내 1위 스포츠·아웃도어 기업까지 오른다는 목표다.
패션·종합상사 기업 LS네트웍스는 구자용 회장이 지난 3월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LS네트웍스는 지난 2012년 ‘프로스펙스’ 모델 김연아가 신었던 워킹화가 큰 인기를 끌면서 지속적으로 외형 확장을 이어왔다. LS네트웍스의 매출액은 2011년 4540억원, 2012년 6548억원에서 2013년 7710억원, 2014년 9481억원, 그리고 지난해 8101억원으로 소폭 감소하기는 했으나 꾸준히 성장했다.
그러나 무리한 외형확장으로 수익성은 크게 떨어졌다. 2013년 영업손실 5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LS네트웍스는 이듬해 28억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다시 영업손실 68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대폭 늘어났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한 2942억원에 머물렀고 영업손실도 전년 동기보다 4.75배나 늘어난 74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회복을 위해 ‘구원투수’로 구 회장이 복귀한 LS네트웍스는 패션 사업 브랜드 재정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라이선스 아웃도어 브랜드 잭 울프스킨 전개를 중단했고, 자전거 유통사업 ‘바이클로’를 자회사로 분리했다. ‘스케처스’ 역시 지난 7월 별도 법인으로 분리했으며 내년 라이선스가 종료된 후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 11월에는 ‘재무통’으로 잘 알려져 있는 LF 경영관리실장 출신 문성준 신임 대표이사 전무를 영입하면서 재무구조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신 LS네트웍스는 1981년 론칭한 토종 스포츠 브랜드 프로스펙스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프로스펙스는 최근 배우 박보검과 김희애로 모델을 교체했고, 제품 라인도 기존에 강점을 갖고 있던 워킹화를 확장하는 동시에 피트니스, 바이크, 생활스포츠 라인 등 소비자 니즈에 대응하는 새로운 제품도 선보였다.
휠라코리아 역시 지난 10월 브랜드 전면 재정비에 돌입했다. 휠라는 지난 2005년 글로벌 본사에서 완전 분리된 후 2007년 아예 본사를 인수하면서 토종 스포츠 브랜드가 됐다. 지난해 상반기 제일모직 출신 김진면 사장과 정구호 부사장(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을 영입한 휠라는 제품 라인을 정리했고, 플래그십 스토어, 메가 스토어 등 유통망의 변화도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를 대표하는 ‘장수’ 토종 스포츠 브랜드들이 재매각과 구조조정의 파고에 흔들리는 이유는 패션 시장의 불황이 고착화, 장기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포츠 시장은 나이키, 아디다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최근에는 데상트, 언더아머 등 ‘신생’ 수입 브랜드가 급성장하며 국내 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실제로 또 다른 토종 스포츠 브랜드인 EXR 역시 지난 6월 브랜드 론칭 16년만에 사업을 접었다. 2011년 1529억원으로 최고치에 달했던 EXR의 매출은 불과 5년만에 반토막 나면서 결국 시장 퇴출 수순을 밟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애슬레저’ 열풍 등으로 운동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스포츠 시장의 잠재력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최근 스포츠 시장 트렌드와 소비자 니즈에 맞춰 새롭게 변화를 시도하는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포츠 시장은 나이키, 아디다스 등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장악하고 있으나 새로운 브랜드, 세분화, 전문화 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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