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79년 삼성 역사 최초 총수 구속 사태

이병철 창업주·이건희 회장 구속전례 없어

삼성 총수 최초로 구속되는 불명예 생겨

영장실질심사 마치고 서울구치소 향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이수길 기자 [e-mail]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결국 구속되면서 삼성그룹은 창립 79년만에 처음으로 총수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17일 오전 5시 30분께 특검이 청구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회장은 전날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무려 7시간30분 동안 영장실질심사(구속전피의자심문)을 받았다. 법원의 판결은 심문이 끝난지 12시간여만인 17일 새벽 5시 36분께 나왔다.

삼성그룹이 총수 공백이라는 위기를 맞게 된 가운데 3대 총수인 이 부회장은 삼성 최초로 구속당하는 불명예도 갖게 됐다.

삼성그룹은 이병철 창업주가 1938년 삼성상회를 시작하면서 출발했다. 삼성 총수는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3대째 내려오면서 여러 차례 수사를 받고 법정에 서기도 했지만 구속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병철 창업주는 4·19혁명 이후 부정축재자로 지목되면서 처음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당시에는 탈세로 인한 추징금만 물었다.

이병철 창업주는 5·16이 일어나면서 또다시 부정축재자로 몰려 군사정권에 불려갔지만 경제인협회를 설립해 경제 발전에 투자할 것을 약속하면서 풀려날 수 있었다. 경제인협회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전신이다.

이후 이병철 창업주는 1966년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지만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났다.

대신 차남인 이창희 당시 한국비료 상무가 6개월간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이병철 창업주도 당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병철 창업주가 물러나면서 장남인 이맹희 전 CJ그룹 명예회장이 삼성을 맡게 됐다. 하지만 이병철 창업주가 15개월 뒤 경영에 복귀했고 이맹희 전 명예회장은 후계구도에 밀려나는 계기가 됐다.

이병철 창업주의 뒤를 이은 것은 3남인 이건희 회장이다. 이건희 회장은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불기소됐지만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수사 때도 배임·조세 포탈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다만 이건희 회장도 이 당시 사태의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년 뒤인 2010년 다시 복귀한 바 있다.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의 총수로 올라섰다.

이 부회장은 2008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등의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서 구속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결국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에 대한 첫 번째 영장이 기각된 이후 3주간의 보강수사를 벌인 뒤 영장을 재청구하면서 결국 구속을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향후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보석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최소한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수감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