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여회 비행시험 무사고 완료국산화율 65%·항공전자 기술 확보공군, 블록1 20대 순차 전력화 돌입
10년간의 체계개발과 1600여 회의 비행시험을 마친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가 대한민국 공군의 차세대 주력 전투기로 전력화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방위사업청은 체계개발을 공식 종료하고 양산 체계로 전환했다. 오는 9월 공군에 양산 1호기를 인도하며 올해 안에 8대가 순차적으로 전력화될 예정이다.
KF-21의 전체 전력화 계획은 총 120대 규모다. 공군은 우선 공대공 전투 임무 수행 능력을 중심으로 개발된 블록1(Block 1) 40대를 도입한다. 이 가운데 초도 물량 20대가 먼저 공군에 인도돼 실제 작전 운용과 전력화 과정에 투입된다. 이후 나머지 20대와 블록2(Block 2) 80대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블록2는 정밀 공대지·공대함 타격 능력을 갖춰 KF-21의 임무 영역을 확대하는 역할을 맡는다.
KF-21의 등장은 단순히 신규 전투기 기종을 확보했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해외 전투기 도입에 의존해온 국가에서 벗어나 항공기 설계부터 제작, 시험평가, 양산까지 전 과정을 독자 수행할 수 있는 체계개발 역량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한국 항공전력 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전투기는 항공·전자·무장 기술이 집약된 대표적인 첨단 무기체계다. 기체 설계와 비행제어 시스템은 물론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전자전 장비, 임무컴퓨터, 무장통합 체계 등 수많은 핵심 기술을 하나의 전투 플랫폼에 결합해야 한다. 독자 전투기 개발 능력을 확보한 국가가 제한적인 이유다.
KF-21 사업은 2015년 체계개발에 착수했다. 총사업비 8조원 이상이 투입된 대형 국책 방위사업으로 개발 초기부터 핵심 기술 확보와 개발비 조달, 국제 공동개발 체계 구축 등 다양한 과제를 안고 출발했다.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였다. 인도네시아는 개발비의 20%를 분담하는 조건으로 사업에 참여했지만 분담금 납부가 지연되면서 사업 일정 차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후 양국은 협상을 통해 분담금 규모와 납부 방식을 조정하며 공동개발 체계를 유지했다.
기술 확보 과정에서도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대표적인 분야가 전투기의 탐지·추적 능력을 결정하는 AESA 레이더다.
AESA 레이더는 다수 표적을 동시에 탐지하고 추적할 수 있는 차세대 전투기의 핵심 항전장비다. 당초 해외 기술 이전을 추진했지만 협상이 무산되면서 국내 독자 개발로 방향을 전환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화시스템 등 국내 연구기관과 방산업체들은 독자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AESA 레이더 개발에 성공하며 핵심 항공전자 기술을 확보했다. 전자전 체계와 비행제어 시스템, 임무컴퓨터 등 전투기의 생존성과 임무 수행 능력을 좌우하는 주요 항전 체계도 국내 기술 기반으로 구축했다.
KF-21 개발의 전환점은 2022년 7월 최초 비행 성공이었다. 이후 6대의 시제기는 초음속 비행, 공중 기동, 무장 분리, 비행 영역 확장 시험 등 다양한 비행시험과 체계 검증을 수행했다.
약 42개월간 진행된 비행시험 과정에서 시제기들은 1600여 회 출격하며 요구 성능을 검증했다. 특히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시험평가를 완료하면서 양산 전환에 필요한 체계 신뢰성을 확보했다.
KF-21은 단계적인 성능 확장을 위한 블록 개발 방식을 적용한다. 현재 양산되는 블록1은 공대공 임무 수행 능력을 중심으로 개발됐다. 이후 블록2는 정밀 공대지와 공대함 타격 능력을 추가해 다목적 전투기로 성능을 확장한다.
향후 KF-21은 지속적인 성능개량을 통해 변화하는 위협 환경에 대응하는 전투 플랫폼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단일 기종 생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임무 장비와 무장 체계를 통합하며 진화하는 구조다.
KF-21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성과는 전투기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약 500개 국내 협력업체가 참여하면서 항공 구조물, 항공전자 장비, 소프트웨어 등 국내 항공산업 기반과 공급망도 함께 확대됐다.
현재 KF-21의 국산화율은 약 65% 수준이다. AESA 레이더와 전자전 장비, 항공전자 시스템 등 주요 구성품의 국산화를 통해 한국 항공무기체계 개발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다만 완전한 독자 전투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현재 KF-21은 미국 GE사의 F414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항공엔진은 고온·고압 환경에서 높은 신뢰성을 확보해야 하는 핵심 구성품이다. 독자 개발을 위해서는 장기간의 연구개발과 투자가 필요하다.
향후 KF-21의 경쟁력은 안정적인 양산과 전력화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수출 경쟁력을 입증하는 데 달려 있다. 한국 방산은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등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KF-21이 수출 전선에 합류할 경우 한국 방산의 영역은 지상 무기체계에서 항공 무기체계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
KF-21은 향후 국산 무장 체계 통합과 성능개량을 거쳐 유·무인 복합체계(MUM-T)와 인공지능(AI) 기반 차세대 공중전투체계 개발의 핵심 플랫폼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KF-21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전투기 한 대가 아니다. 독자 설계와 개발 역량을 확보했다는 경험이다. 한국은 이제 전투기를 구매하는 나라를 넘어 스스로 설계하고 개발하며 성능을 진화시키는 항공 강국으로 나아갈 기반을 마련했다.
앞으로 KF-21의 성패는 안정적인 양산과 전력화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는 데 달려 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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