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근로시간 단축·최저임금 인상이 주요 화두‘근로자’와 ‘삶의 질’에 공감하지만 세부 방향은 달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최고 수준의 장시간 근로와 지난해 기준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간 임금 격차가 사상 최대치로 벌어지면서 시민 경제가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면서도 현재 최저임금인 시간당 6470원이 지나치게 낮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빗발쳐 차기 대통령의 우선 과제로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한 노동 문제 해결이 꼽힌다.
이 가운데 1일 각 대선후보의 노동 공약을 종합하면 비정규직 문제,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이 주요 의제로 분류된다.
먼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차별금지법 제정 ▲칼퇴근법 제정(출퇴근시간 기록 의무제 도입) ▲퇴근 후 ‘카톡’ 업무지시 근절 대책 마련 ▲노동시간 특례업종 및 제외업종 수 축소 ▲포괄임금제 규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등을 주요 노동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 후보 측은 일관되게 “근로자의 소득이 높아져야 나라 경제가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이날도 문 후보는 한국노총에서 열리는 세계노동절 기념식에 참석해 ‘대선 승리-노동 존중을 위한 정책 협약’ 체결식을 했다.
앞서 지난 27일 한국노총은 문 후보가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라고 믿는다면서 투표를 통해 문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한 바 있다. 문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는 OECD국가 중 5번째로 비정규직이 많고 노조조직률이 4번째로 낮으며 3번째로 긴 시간 일한다. 남녀간 임금 격차가 가장 크고 산재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제일 많은 나라”라며 “2017년 대한민국 노동절의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역시 ‘서민을 위한 대통령’을 이번 대선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다만 그 세부 방안은 조금 다르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전 TV 토론에서 홍 후보는 누차 “귀족 강성노조 권한 축소가 필요하다”며 “노동시장 격차 해소 본질은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기조에 따라 홍 후보는 공약집에서 ▲노동시장 유연화 확대 ▲정규직 전환 기업에 조세감면 혜택 ▲연장 근로시간에 휴일 근로시간 포함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체불 사업주 명단 공개 등을 약속했다.
홍 후보는 근로자의 날 별다른 특별 유세 없이 제주 제2 공항 조기 개항과 제주 국립공원 지정 등 제주지역 공약을 발표하고 동문재래시장으로 이동해 제주 민심 잡기에 나섰다. 오후에는 대전에서 ‘자유 대한민국 수호를 위한 충청 영남 대첩’을 열고 보수층 결집에 나설 예정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대다수 노동자가 근무하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장이다.
안 후보는 ▲비정규직 출구규제 제도 시행 ▲무기계약직 근로자 감소 추진 ▲연평균 근로시간 1800시간대로 단축 ▲1일 11시간 이상의 휴식시간 보장 ▲포괄임금제와 고정 초과의무 관행 개선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최저임금위원회 국무총리 소속으로 승격 ▲영세업체와 자영업자 지원 대책 마련 등을 주요 노동공약에 포함했다.
다만 안 후보의 최근 TV 토론 발언과 주요 공약을 두고 일부 노동자들의 집단 반발이 일어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이날 근로자의 날을 맞아 서울 청계천에 있는 전태일 열사 동상을 찾았으나 민주노총 회원들이 광화문 일대에서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악법 저지를 촉구하며 고공농성하는 노동자를 안 후보가 외면했다면서 전태일 동상 앞을 가로막아 행사가 취소됐다. 안 후보는 오후에 인천으로 이동해 집중 유세를 펼칠 계획이다.
안 후보는 이날 “노동자에겐 저녁이 있는 삶이 필요하다”며 노동 시간 단축과 노동시간피크제 등을 강조했다.
합리적 보수를 표방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최저임금과 근무시간 단축 등엔 주요 후보와 뜻을 같이했다.
유승민 후보는 ▲차별 업주에 징벌적 배상제 도입 ▲연간 연장근로시간 한도 250시간 규정 ▲미취학 아동 부모 최소 12시간 휴식 보장 ▲퇴근 후 ‘카톡’ 업무 지시 제한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인상 ▲3년간 영세업체 근로자 4대 사회보험료 지원 등을 주요 노동공약으로 내걸었다.
유 후보는 근로자의 날을 맞아 “헌법의 신성한 권리와 의무인 노동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현실을 바꿔나가도록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OECD 2위의 장시간 노동과 야근과 주말근무로 계속되는 추가 근로는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최저수준으로 만든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유 후보는 이날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유족들과 간담회를 하고 동문 수산시장을 방문하는 등 밑바닥 민심 잡기에 주력했다. 전날 유 후보는 경남 사천에서 열린 한국노총 근로자체육대회에 참석해 과감한 노동개혁을 약속하며 “제일 정성 들여 내놓은 공약들이 노동, 교육, 보육, 육아 이쪽들”이라고 말했다.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유세 기조로 내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가장 관련 공약이 구체적인 후보로 평가받는다.
심 후보는 ▲상시 지속적 업무에 비정규직 채용 금지 ▲공공기관과 대기업 비정규직 20만명 정규직 전환 ▲업종별 임금 산정 가이드라인 마련 ▲5시 퇴근제 ▲임기내 공공부문 1000명 이상 사업장에 주35시간제 도입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삭감 억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체불임금 전액 국가가 보장(선지급 후 구상권 청구) ▲악성 체불업자에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 등을 공약집에 실었다.
심 후보는 근로자의 날을 맞아 청계천 전태일 다리에서 노동자들의 뜻을 기리는 내용의 ‘노동헌장’을 선포했다. 청소용역업체 직원, 사회복지사, 가사노동자 등이 함께한 자리에서 심 후보는 “노동 존중 사회가 수립돼야 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이날 오후
대학로에서 열리는 세계노동절 대회에도 참석할 계획이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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