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 이후 중단됐던 사업재편작업공정위, 재벌개혁 본격 착수 앞두고 재시동삼성물산 “한화종합화학 지분매각 검토 중”삼성생명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매입할 듯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한화종합화학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해 검토 중이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매각이 추진되고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삼성과 한화그룹은 지난 2014년 11월 총 1조9000억원에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 등 4개 회사를 거래하는 ‘빅딜’을 단행했다. 4개 회사는 현재 한화종합화학·한화토탈·한화테크윈·한화시스템이 됐다. 재벌그룹 간에 이같은 규모의 빅딜이 이뤄진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 거래를 살펴보면 삼성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자사주 제외)를 한화케미칼(27.6%)과 한화에너지(30.0%)가 공동으로 1조600억원에 인수했다. 또한 삼성테크윈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23.4%)도 한화로 넘어가면서 한화그룹의 삼성종합화학 지분은 81%가 됐다. 삼성은 한화의 자금여력을 고려해 남은 지분은 2022년 이후 매각하기로 했다.
이후 한화테크윈이 한화종합화학에 지분을 처분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현재 한화종합화학의 지분은 한화에너지(39.16%), 한화케미칼(36.04%), 삼성물산(20.05%), 삼성SDI(4.05%) 등이 보유하고 있다.
삼성은 한화와의 빅딜을 시작으로 사업구조개편의 박차를 가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합병했고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으로 이름을 바꾼 뒤 삼성물산과 합병했다. 복잡한 순환출자구조가 단순화됐고, 전자 계열사와 금융 계열사의 지분 정리 작업도 진행됐다.
삼성이 2022년 매각하기로 했던 지분을 서둘러 매각하려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중단됐던 사업재편을 재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3년 전 한화화의 빅딜을 통해 사업구조재편의 신호탄을 쐈던 삼성은 남은 한화종합화학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다시 시동을 걸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 2일 김상조 위원장과 5대기업 간담회 이후 삼성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이 스스로 변화할 시간을 주겠다고 했지만 정부에서도 재벌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미래전략실이 해체됐지만 최근 삼성전자에 ‘사업지원TF’를 만들었다. 사업지원TF는 계열사간 업무 조정의 역할을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니 컨트롤타워’로 보고 있다. 사업지원TF장은 미전실 인사팀장인 정현호 사장이 맡았다. 이 부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만큼 사업구조재편 등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석유화학 업계가 호황을 보이면서 한화종합화학의 지분가치가 크게 올라간 점도 매각을 서두르게 만든다. 현재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가치는 최대 1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삼성으로서는 현재 남은 지분만으로 매각 당시 받았던 금액 이상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삼성물산은 한화종합화학 지분을 처분한 자금을 바탕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를 통해 공정위 기업집단국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되는 12월 이전에 금산분리 등 지배구조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신호를 정부에 보내는 셈이다.
삼성은 한화그룹에도 사전에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에서도 삼성그룹의 한화종합화학 지분 매각이 문제될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삼성 측에서 지분을 사모펀드 등에 매각하더라도 경영권에는 영향이 없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다”며 “삼성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 측은 한화종합화학 지분 매각은 그룹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은 아니고 계열사에서 자율적으로 진행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관계자는 “계열사별 경영이 이루어지는 만큼 지분 매각도 삼성물산과 삼성SDI 차원에서 진행되는 일이다”라며 “그룹차원에서 사업구조재편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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