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1억짜리 회사에서 대우건설까지 품어분할매각 승부수로 산은에 역공 대성공비대한 대우건설, 정치권 의혹 등 해결해야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의 올해 신년사다. 마치 대우건설 인수를 예상했다는 듯한 글귀가 이목을 끈다. 지역구 건설사로 자본금 1억원, 직원 5명으로 시작해 자산총액 7조원, 재계 순위 47위 반열에 오른데 이어 규모 10배가 넘는 기업을 집어 삼킬 기세다. 그간 ‘신중 경영’으로 유명했던 김 회장의 행보를 업계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사회를 열어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에 단독 참여한 호반건설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매각대상지분 50.75% 중 40%를 즉시 인수하고 나머지 10.75%에 대해서는 2년뒤 추가인수를 위해 산은앞 풋옵션을 부여하는 조건이다.
업계에선 대이변이 없는 한 호반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그간 인수전에 자주 등장하면서 이름을 날렸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발을 뺐던 호반 김상열 회장의 달라진 행보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동안 호반건설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M&A시장에서 금호산업과 동부건설, 보바스병원, SK증권, 제주퍼시픽랜드, 한국종합기술, 불루버드CC 등 다양한 인수전에 등장했지만 울트라건설과 퍼시픽랜드 인수 외에 일을 크게 벌인 적이 없었다.
특히 금호산업 인수전에선 이번과 마찬가지로 단독입찰했지만 당시 시장가보다 현저히 낮은 인수 가격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슬쩍 이름을 뺐다. 때문에 업계에선 호반의 인수전 참여 진정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대우건설 매각엔 분할 인수라는 카드까지 꺼내들고, 그간 보여왔던 행보와는 사뭇 다른 적극적인 모습으로 ‘김상열 회장이 결국 큰 일을 치겠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실제 현재 국내 시공능력순위 13위인 호반이 인력·규모 면에서 10배 차이가 나는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건설 업계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호반이 대우건설을 품게 되면 시공능력 규모가 10조원을 훌쩍 넘어 2위인 현대건설 자리까지 넘볼 수 있게 된다.
특히 사업 포트폴리오 면에서 김 회장의 대기업으로의 도약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호반은 국내 주택사업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지만 대우건설은 토목과 건축, 주택, 플랜트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한데다 실적도 한쪽에 편중돼 있지 않고 고르다. 무엇보다 호반은 그동안 대우건설의 해외 경험을 토대로 사업 영역을 세계로 넓힐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수 후 김 회장이 넘어야 할 산도 산적한 상황이다. 특히 대우건설 현재 고용 인력만 5000여 명에 달하는데다 대우건설의 체계화된 경영 시스템 습득이 선결 과제다. 호반건설은 오너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로, 계열사 전반에 걸쳐 김 회장의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종합건설사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앞으로 대우건설을 발판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어 업계 1, 2위까지 넘볼 것이다. 다만 대우건설 직원 반발이나 정치권의 따가운 시선이 우려되는 만큼 그의 경영 수완 능력발휘나 건증은 지금부터일수 있다”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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