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GM 회장 “한국 주목” 발언에 철수설 재고개 정부에 3조원 유상증자 제안 소문도···명분찾기?매각제한 기간 15년 지나 철수 막을 방법도 없어 산은, 요구사항 수용하며 경영정상화 독려할 듯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메리 바라 GM 회장의 발언과 맞물려 한국GM 철수설에 또 다시 불이붙었다. 6일(현지시간) 메리 회장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회의에서 글로벌GM의 상황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조치가 필요하다”고 진단하면서 구조조정설이 제기되는 한국GM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메리 회장은 ‘조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합리화’나 ‘구조조정’일 수 있다고 답하는 동시에 “한국은 몇몇 국가와 함께 GM 구조조정 활동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도 덧붙여 조만간 한국GM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여기에 블룸버그까지 “GM이 올해 한국에서 완전 철수(outright exit)할 가능성이 있다”는 현지 애널리스트의 분석을 옮겨적으면서 국내 이해관계자의 위기감이 더욱 높아진 상태다.
사실 한국GM 철수설은 작년부터 꾸준히 제기된 이슈였다. 지난해 10월16일로 GM 본사가 약속한 한국GM 지분 매각 제한 기간이 끝남에 따라 이들이 한국 사업장을 철수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 것이다. 산업은행은 옛 대우자동차를 매각하던 2002년 채권단 대표로 출자에 참여하는 한편 15년간 GM이 보유 지분을 팔지 못하게 한다는 거부권 협약을 맺은 바 있다.
더욱이 지난 4년간 한국GM의 적자가 2조5000억원까지 쌓였고 미국 본사에서 수혈한 3조4000억원의 차입금도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어 GM이 이번에는 사업장 정리로 실리를 택할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메리 회장의 발언으로 분위기가 급격히 뒤바뀌자 전날에는 GM이 우리 정부와 산업은행 측에 대출 재개와 함께 3조원 안팎의 유상증자를 제안했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일단 당국이 근거없는 얘기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업계 전반에는 철수 명분을 만드려는 GM 측이 의도적으로 소문을 흘린 게 아니는 인식이 파다하다.
이를 지켜보는 산업은행은 내심 초조한 입장이다. 지분 매각 제한 기간이 지나 만일 GM이 한국 사업을 접는다고 해도 딱히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산은은 한국GM의 지분 17.2%를 들고 있는 2대 주주이지만 GM 계열사가 압도적으로 많은 7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사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게다가 산은과 GM의 관계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GM 경영 문제를 놓고 산은이 논의를 이어가려 했지만 GM 본사가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진 탓이다.
이들의 대립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를 거치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됐다. 당시 이동걸 회장은 “그간 산업은행이 임명한 3명의 사외이사가 한국GM 내부에서 여러 요구를 했지만 소액주주의 한계로 대주주의 일방적인 결정을 견제하지 못했다”며 양측의 소통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았음을 짐작케 했다.
그렇다고 산업은행이 한국GM 철수를 방관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결코 무시할 수 없어서다. 업계에서는 한국GM이 철수하면 협력업체를 포함해 30만명 이상이 직장에서 내몰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이 손을 놓는다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일자리 창출’을 역행하는 셈이 된다. 그리고 산업은행이 비금융 출자회사 지분 정리 방침에도 한국GM 지분을 보유한 것은 GM의 독단적인 법정관리 신청 등 변수를 견제하기 위함이다.
이에 외부에서는 산업은행이 GM 측 입장을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 경영 정상화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상증자 참여나 대출 재개 등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GM 측 요구가 아직 표면화되지 않은 만큼 우리 정부의 협상 성과가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산업은행 관계자는 “한국GM의 철수설과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기는 어려운 입장”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대응에 나설 예정인 만큼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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