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바닥에 떨어진 금감원의 위상을 거론하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통한 위상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금융위원회와 사실상 독자행보를 선언했다.
김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취임식 직후 기자실을 방문해 “참여연대나 야당 의원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금감원장이 됐기 때문에 맞는 역할이 있다. 위치에 맞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지난달 30일 내정 이후 빠지지 않고 따라 붙은 ‘금융권 저승사자’, ‘재벌 저격수’
라는 꼬리표를 겨냥해 “저를 너무 한 쪽 방향으로 몰지 말아 달라”며 이 같이 말했다.
김 원장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거쳐 2012~2016년 제19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금융위, 금감원 등을 담당하는 정무위원회 간사를 역임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현역 국회의원 시절 김 원장의 강경 발언을 근거로 규제 일변도의 금융감독에 대한 우려를 표시해왔다.
김 원장은 “제가 거의 일방적인 규제 강화론자로 잘 못 알려져 있는데 자본시장과 관련해 상당히 많은 규제를 풀어냈다”며 “취임사에서 조화와 균형을 강조했는데 앞으로의 감독행정을 주목해서 봐 달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취임식에서 금융감독기구의 권위를 바로 세워야 한다며 조화와 균형을 통한 금융소비자 보호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원장은 “감독당국으로서의 영(令)이 서야할 금융시장에서조차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해 고위 임원이 연루된 채용비리 사태에 이어 금융권과의 지속적인 마찰이 전임 원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이어진 데 대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원장은 “그동안 금감원이 금융사와 금융사의 건전성 유지를 우위에 둔 채 금융소비자 보호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며 “금융사와 금융소비자 간에, 건전성감독과 금융소비자보호 간에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감독기구의 위상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감독기구도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침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또 금감원의 정체성과 역할을 언급하며 금융위의 영향력에서 탈피해 독자행보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원장은 “정책과 감독은 큰 방향에서 같이 가야 한다”면서도 “정책기관과 감독기관의 역할을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본 방향에서는 같이 가면서도 금융감독의 원칙이 정치적, 정책적 고려에 의해 왜곡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금감원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국민이 금감원에 부여해 준 권한을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만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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