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간 해석 기반되는 법 기준 달라 시각차 뚜렷자시법 기반 둔 금융위 “호기심에 의한 거래” 판단형법으로 본 금감원 “부당 이득 위한 고의적 행동”
금융위 측은 이번 사고에서 해당 직원들의 진술을 분석한 결과 부정거래 정황이 없다고 보는 만큼 고의적 행동과 거리가 멀다고 판단한 반면 금감원 측은 삼성증권 직원들의 주문양태 분석 결과 모든 과정에 고의성이 다분하다고 판단했다. 같은 직원을 두고 조사했으면서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이하 자조단)과 금융감독원은 8일 오후 지난 4월 6일 발생한 삼성증권 배당사고에 대한 불공정거래 여부 조사 결과와 현장 검사 결과를 나란히 발표했다.
자조단은 지난 4월 9일과 13일, 16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삼성증권 본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단행하고 주식을 매도한 혐의자 16명과 관계자 13명 등 29명에 대해 매매 세부 내역과 휴대전화 통화내역, 이메일, 모바일 메신저 교신 내용 등을 면밀히 분석했다.
금감원도 지난 4월 11일부터 8명의 검사원을 투입해 7영업일동안 현장 검사를 진행했고 더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검사원 규모와 검사 기간을 늘려 총 11명의 검사원이 16영업일간(4월 11일~5월 3일) 현장 검사를 진행했다.
두 기관 모두 이번 사고에 대해 “자본시장의 신뢰를 심각하게 저하시킨 초대형 금융사고”라고 규정하고 강력한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조단은 “착오로 배당된 주식이 대량 매도돼 삼성증권의 주가가 왜곡됐다”며 “해당 행위가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되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도 “내부 통제 미비와 전산시스템 관리의 부실이 누적된 결과”라며 “강력하고 빠르게 제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나 두 기관은 고의성 여부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놨다. 자조단의 중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식을 매도한 삼성증권 직원들은 “시스템 혹은 전산상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생각하고 실제로 매매가 될까하는 단순 호기심에서 매도 주문을 했다”는 진술을 했다.
자조단은 직원들의 진술을 기반으로 판단한 결과 단순 호기심에 따른 거래였고 여러 정황을 살펴볼 때 유령주식 매도를 통해 시세 조종이나 부정거래행위를 하지 않은 만큼 형사상 처벌 대상이 될 만한 행위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금감원의 판단은 달랐다. 금감원은 자조단이 판단 기준으로 삼은 ‘단순 호기심성 거래’라는 진술을 믿지 않았다. 이들의 주문양태를 분석한 결과 사건 연루자 22명 중 21명의 혐의에 대해 ‘호기심에 의한 거래가 아닌 고의로 차익을 얻기 위한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금감원이 분석한 4월 6일 삼성증권 유령주식 매도 의혹 연루자들의 주문양태를 보면 직원 13명은 다수에 걸쳐 분할 매도 주문하거나 주식 매도 후 추가 매도까지 실행해 고의성이 높았다. 나머지 8명의 직원도 여러 정황을 볼 때 고의성이 짙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직원 22명 중 14명은 회사가 ‘주식매도금지’를 공지한 4월 6일 오전 9시 40분 이후에도 946만주를 매도 주문했다는 점을 볼 때 매도 과정에서 매도대금을 따내려고 직원들이 일부러 주식을 매도했거나 매도하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처럼 두 기관의 해석이 다른 이유로는 이번 사안과 연관된 법적 판단 기준의 차이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진행된 공동 브리핑에서 이윤수 자조단 단장은 “금융위는 자본시장법에 명시된 불공정거래행위 여부를 조사한 것이고 금감원은 형법상 배임 여부를 봤다”며 “금융위는 실제 매매가 체결된 사람만 조사했고 금감원은 주문을 했다가 취소한 사람도 그 양태를 다 조사한 것이기에 내용이 조금 다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두 기관의 법 해석 차이가 다르다보니 제재에 대한 수위도 다를 수밖에 없다. 자조단의 조사 결과대로라면 직원들의 행위가 시장질서교란행위에 해당된다고 해도 제재 수준은 과징금 부과에 불과하다. 이는 형사상 처벌이 아닌 행정제재 조치다.
그러나 금감원의 조사 결과대로 삼성증권 직원들의 행위가 횡령과 배임 혐의에 해당될 경우 형법에 의한 형사상 처벌이 가능하다. 행정제재 조치와 형사상 처벌은 법 적용에 대한 차이가 매우 크다.
이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두 기관 간의 판단 기준을 통일하지 않을 경우 제재 심의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과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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