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원장을 선임한 총회 참석 대상 26개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른바 거수기 노릇을 한 데 따른 인사 참사다.
보험연수원은 3일 취임할 예정이었던 정희수 원장의 취임을 잠정 연기했다.
이는 정 원장이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 대상자임에도 승인을 받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데 따른 것이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등록 의무자였던 퇴직 공직자는 퇴직일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됐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취업제한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취업제한기관에는 자본금과 연간 외형거래액이 일정 규모 이상인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와 사기업체의 공동 이익과 상호협력 등을 위해 설립된 법인 및 단체가 포함된다.
다만, 관할 공직자윤리위원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취업이 가능하다.
정 원장은 2005년 5월부터 2016년 5월까지 17·18·19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국회의원은 재산등록 의무자인 국가 정무직 공무원에 해당한다.
정 원장은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난 지 3년이 지나지 않아 보험연수원장으로 취업하기 위해서는 국회 공직자윤리위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보험연수원은 이 같은 절차에 대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지난달 30일 임시총회에서 정 원장을 선임했다.
보험연수원 총회는 회원사인 생명·손해보험협회와 26개 생명·손해보험사로 구성돼 있다.
총회 참석 대상은 기본적으로 각 회원사의 대표이사지만, 각 회사의 사정에 따라 다른 대표자에게 권한을 위임할 수 있다.
보험연수원 관계자는 “모든 회원사는 총회 참석 대상에 해당하며, 권한을 위임해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26개 보험사의 CEO들이 보험연수원 원장 후보의 검증 절차에 대한 이의 제기 없이 선임을 용인했다는 얘기다.
이들 보험사 중 한 회사의 CEO 또는 대리인이라도 취업 승인을 문제 삼았다면 취임 일자까지 확정된 보험연수원장의 취임이 연기되는 촌극을 예방할 수 있었다.
생보사는 삼성생명(현성철 사장), 한화생명(차남규 부회장), 교보생명(신창재 회장), NH농협생명(서기봉 사장), 미래에셋생명(하만덕 부회장), 동양생명(뤄젠룽 사장), 신한생명(이병찬 사장), 흥국생명(조병익 사장), KDB생명(정재욱 사장), ABL생명(순레이 사장), 메트라이프생명(송영록 사장), DGB생명(김경환 사장), DB생명(이태운 사장), 처브라이프생명(이영호 사장) 등 14개 회사가 회원사다.
손보사 회원사는 삼성화재(최영무 사장), 현대해상(이철영 부회장), DB손해보험(김정남 사장), KB손해보험(양종희 사장), 메리츠화재(김용범 부회장), 한화손해보험(박윤식 사장), 롯데손해보험(김현수 사장), 흥국화재(권중원 사장), MG손해보험(김동주 사장), NH농협손해보험(오병관 사장), 서울보증보험(김상택 사장), 코리안리(원종규 사장) 등 12개 회사다.
보험업계는 이사회 추천 거쳐 총회 선임에 이르기까지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보험연수원의 안일한 인사검증 시스템을 문제로 꼽고 있다.
보험연수원 측이 내부 검증 소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총회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데 대한 반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 보험연수원장인 금융감독원 임원들도 취업 심사 대상인데 아무런 검증 없이 손을 놓고 있다가 총회에서 결정했으니 총회 책임이라는 주장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보험연수원은 문제가 불거지자 뒤늦게 국회 공직윤리위에서 정 원장의 취업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보험연수원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안에 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심사 결과에 따라 신임 원장의 취임 일정을 다시 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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