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대표 해결사 투입, GBC 사업 속도현대ENG 상장 등 친정 힘 가세 분석도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에 대해 한전 부지 인수전에 참여한 정 부회장을 투입시켜 GBC(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건립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취임 이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박동욱 사장에게 부담을 주기 위한 인사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2일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사장단 인사에서 정진행 현대자동차 전략기획담당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현대건설 부회장으로 보임 발령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맨’으로 1979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이후 계속 현대차그룹에 몸담았다. 기아차에서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총괄부회장을 보필해왔으며 활발한 대외활동으로 회사 내외부에서 ‘현대차 얼굴마담’이란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랜기간 오너2세를 보필해온 그가 정 총괄부회장 옆을 잠시 떠난 것은 현대차그룹의 숙원사업인 GBC 건립 사명을 받고 온 것으로 보고 있다.
GBC는 10조가 넘게 투입된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프로젝트다. 하지만 정부 부처 간에 이견에 막혀 4년 째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사업이 미뤄지면서 현대차그룹의 피해도 커져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옛 한전부지를 10조5500억원에 사들였다. 현대차가 55%, 현대모비스 25%, 기아차 20%의 비율로 부지매입 비용을 분담했다. 취득세 4%, 농어촌특별세(농특세)와 교육세 0.6%, 지방세 등 세금만 수천억원을 냈다. 또 서울시가 한국전력 부지의 미래가치를 반영해 요구한 공공기여금 1조7000억원도 지불했다.
GBC에 투입된 금액을 은행 이자로만 따져도 하루에 약 4억원 이상으로, 현대차그룹은 1년에 1460억원 가량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격이다.
때문에 회사의 큰 일이 있을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서 일을 해결한 정 부회장을 현대그룹이 다시 한번 해결사로 내세운 게 아니냐는 게 업계 분석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10년 현대건설 인수전에 참여했고 GBC건립을 위한 한전부지 인수전에도 참여해 성과를 올린 이력이 있다.
또 정 수석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합병 등 큰 사안을 준비하기 위해 정 부회장을 선임해 현대건설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건설은 현재 승계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정 수석부회장이 개인최대주주로 현대글로비스와 함께 승계 실탄으로 활용될 것으로 유력시 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매각 자금으론 현대모비스 주식을 지주회사로 장악할만큼 이들 부자가 소유하기 어려워 머지않아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등으로 현금을 추가로 마련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
올해 현대건설의 예상 영업이익은 950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슷한 규모의 10대 건설사들이 대부분 영업이익이 상승기조를 유지한 것과 판이한 결과다.
해외시장에서도 현대건설은 유독 약세를 보였다. 12일 기준 현대건설의 올해 해외수주액은 12억9671만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21억8320만달러)과 비교해 40.60% 가량 줄었다.
뉴스웨이 서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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