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계열사 ‘슈퍼주총데이’ 피해 주주총회 개최 예정포스코·현대글로비스·신세계그룹사 올해 전자투표 도입
‘주주권 행사’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기업들은 ‘슈퍼주총데이’를 피하고 전자투표를 도입하는 등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발빠르게 나서고 있는 것이다.
우선 지난해 액면분할 이후 올해 첫 주주총회를 여는 재계 1위 삼성전자는 상당수 기업들의 주주총회 날짜가 집중되는 ‘슈퍼주총’을 피해 정기 주주총회를 열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삼성SDI와 삼성전기 등 다른 전자 계열사들과 함께 오는 3월 20일에 정기 주총을 개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는 이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주총 개최일을 내달 20일로 공고했으며 삼성전자는 오는 26일 이사회를 열어 정기주총 소집 공고를 낼 예정이다.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올해는 다음달 27일이 ‘슈퍼주총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날짜에 220곳 이상의 상장사 주총 일정이 몰려있으며 26일(180개사), 29일(86개사), 21일(72개사)가 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액면분할 후 소액주주가 크게 늘어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말 53.51%였던 소액주주 비율은 2016년말 54.73%, 2017년말 58.39%로 확대됐다. 작년 9월말 기준 소액주주 비율은 58.02%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는 장소나 주총 참여 방식 등에서도 소액주주 주주권을 보장할 다양한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주총 개최 장소였던 삼성 서초사옥 다목적홀보다 공간이 넓은 장소에서 열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도입 가능성은 낮지만 전자투표 도입에 대해서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가) 아직 이용 계약은 돼 있지 않지만 최근 전자투표를 어떻게 활용 가능한지 문의를 해오는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은 2017년 섀도보팅 폐지로 전자투표제도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섀도보팅이란 주주총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지 않기 위해서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의 투표 비율을 예탁결제원이 대신 행사하는 제도다. 하지만 대주주 입맛에 따라 주주총회가 진행된다는 비판에 따라 2017년 폐지됐다.
섀도보팅이 폐지되며 기업들은 주주총회 무산을 막기 위해 주주들의 참여를 적극 독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대안으로 떠오른 전자투표 도입에 기업들도 빠르게 동참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 등 전체 2111개 상장사 중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곳은 1204개사로 57.03%에 달한다.
포스코는 지난 20일 주주 의결권 행사의 편의성을 제고하고자 전자투표제 도입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 주주는 올해 개최되는 제51기 정기주주총회부터 총회에 출석하지 않고 전자투표를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포스코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2016년부터 주주권익 및 책임경영 강화를 위한 분기배당제를 실시 중이다.
올해 포스코 외에도 다양한 기업들이 전자투표 서비스 이용계약을 체결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현대글로비스와 신세계그룹사(신세계, 신세계인터내셔날, 이마트, 신세계I&C, 신세계푸드, 신세계건설), 팬오션 등이, 코스닥시장에서는 재영솔루텍, 에이치엘사이언스, 한창산업, 서전기전, 옵토팩 등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지난해에도 정기주총을 앞두고 SK그룹(4개사), 한화그룹(7개사), 포스코그룹(3개사), 두산그룹(3개사) 등이 전자투표 서비스를 도입한 바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전자투표 도입 증가, 슈퍼주총데이를 피해 주주총회를 여는 것은 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참여할 때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라며 “기업경영진의 방향성에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주주권 행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기업경영진 입장에서도 이 같은 요구 내지 수요를 반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급격한 변화는 어렵겠지만 주주친화적인 방향으로 완만하게 변화가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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