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한진칼 지분 1.4% 매도 후 이 달만 4차례 한진칼 공매도 참여중소형 증권사 주도는 이례적이란 평가
시장에선 케이프투자증권의 움직임에 단순 시세차익을 내기 위함은 아닐 것이라 분석했다. 한진그룹과 토종 행동주의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가 경영권 싸움을 벌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한진그룹과 KCGI에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는가 하면 한진그룹에 대한 백기사 역할을 지속하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 18일을 시작해 이달에 총 4차례 한진칼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임을 공시했다.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 공시는 공매도 잔고가 종목별 발행주식 수의 0.5%를 초과하는 투자자가 대상이다.
공매도는 통상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진칼이 오버슈팅이란 평가가 있는만큼 케이프투자증권은 공매도를 통해 수익개선도 이룬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단순 시세차익만으로는 케이프투자증권의 공매도 참여를 설명하기엔 의아함을 자아내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최근 1년간 한진칼 공매도는 외국계 증권사들이 주도해왔다. 국내 중소형 증권사가 공매도잔고 대량보유자에 이름을 올린 것 자체가 이례적이란 평가다.
또한 공매도 거래대금을 살펴보면 케이프투자증권이 창구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케이프투자증권이 공매도에 참여한 지난 18일 공매도 거래대금은 166억원으로 지난 16일 이후 가장 높았다. 대금비중은 8.36%로 지난 5일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불과 일주일 전인 10일부터 16일까지 0.60%~2%였던 대금비중은 케이프투자증권이 공매도에 참여했다고 공시한 22일 4.76%, 23일 6.15%로 늘었다.
이러한 케이프투자증권의 행보에 증권가에선 주가 누르기를 통해 한진그룹의 백기사 역할을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된다.
앞서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13일부터 18일까지 총 4영업일 동안 케이프투자증권은 한진칼 지분 118만9818주를 사들였다. 통상 프랍 트레이딩은 자사 창구를 활용하며 매도·매수 물량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주식은 케이프투자증권이 PI를 활용한 매수로 볼 수 있다.
해당 시기는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해 KCGI(일명 강성부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이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우며 지배구조와 경영개선을 요구하던 때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기업이지만 케이프투자증권이 공격적으로 매집에 나섬에 따라 백기사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 9일 자사 창구로 한진칼 주식 84만1859를 매도하며 백기사 역할을 그만뒀다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케이프투자증권이 공매도에 참여하면서 다시금 백기사설이 제기되는 것이다.
공매도로 주가가 내려갈 경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한진일가는 상속세 부담이 줄어든다.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지분가치는 주식 상속일 전후 4개월을 기준으로 주가를 평균해 계산한다.
일각에선 KCGI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진칼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진칼 지분이 낮아지면 지분 취득을 위한 자금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케이프투자증권이 KCGI를 위해 주가를 누르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KCGI의 경우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3만7440원~3만9101원에 한진칼 지분을 추가 취득했다. 그간 2만6000원 이상의 주식을 사지 않았던 것과 달리 주가에 상관없이 지분을 매입하는 모습이다.
한편 한진칼 공매도 관련 케이프투자증권 관계자는 “매매와 관련해선 회사의 전략이 노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공시 외에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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