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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SK이노 핵심기술 고의 탈취”···美서 영업비밀 침해 제소

LG화학, “SK이노 핵심기술 고의 탈취”···美서 영업비밀 침해 제소

등록 2019.04.30 09:00

수정 2019.04.30 09:02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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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영업 등 76명 핵심인력 빼내” 주장

그래픽=강기영 기자그래픽=강기영 기자

전기차 배터리 선발주자인 LG화학이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핵심기술을 의도적으로 빼내 고공성장을 이어왔다는 주장이다.

LG화학은 29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LG화학은 ITC에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셀,팩, 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했다. 동시에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 법인(SKBattery America) 소재지인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은 이번 소송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이 전지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2017년을 기점으로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이 다량 유출된 구체적인 자료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ITC와 연방법원이 소송과정에서 강력한 ‘증거개시 절차’를 둬 증거 은폐가 어렵고, 이를 위반시 소송결과에도 큰 영향을 주는 제재로 이어지기 때문에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ITC가 LG화학이 제기한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수입금지요청에 대해 5월 중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면 내년 상반기에 예비판결, 하반기에 최종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2017년부터 불과 2년만에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대거 빼갔다. 이 가운데는 LG화학이 특정 자동차 업체와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핵심인력들도 다수 포함됐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도 핵심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LG화학 인력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SK이노베이션 입사지원 서류에는 2차전지 양산 기술 및 핵심 공정기술 등과 관련된 LG화학의 주요 영업비밀이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는 것이 회사측 주장이다. 입사지원 서류에는 LG화학에서 수행한 상세한 업무 내역은 물론 프로젝트 리더, 프로젝트를 함께한 동료 전원의 실명을 기술하도록 돼 있다.

일례로, 직원 A의 입사지원 서류에는 전극 제조 공정 관련 프로젝트 내용이 당시 상황과 배경, 목적에서부터 프로젝트의 결과물인 개선 방안과 성과에 이르기까지 프로젝트 내용이 모두 기재됐다. 이를 위해 입사지원 인원들은 집단적으로 공모해 LG화학의 선행기술, 핵심 공정기술 등을 유출했고,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개인당 400여건에서 1900여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다운로드 한 것으로 확인됐다.

LG화학은 이번 법적 대응에 앞서 2017년 10월과 2019년 4월 두 차례 SK이노베이션 측에 내용증명 공문을 보내 ‘영업비밀, 기술정보 등의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또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발견되거나 영업비밀 유출 위험이 있는 경우 법적 조치를 고려할 것’임도 경고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핵심인력 채용과정에서 유출된 영업비밀 등을 2차전지 개발 및 수주에 활용하고 있고 이 같은 행위가 지속지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 법적 대응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LG화학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유출된 LG화학 영업비밀 등을 이용해 선두업체 수준의 자동차용 2차전지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약했고, 이러한 점들이 최근 미국을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로부터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시작한 배경이 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실제 LG화학 핵심 인력을 대거 빼내가기 전인 2016년 말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는 30GWh에 불과했지만,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430GWh로 1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LG화학 측은 “이번 사안은 개인의 전직의 자유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LG화학의 2차전지 핵심 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이들을 통해 조직적으로 영업비밀을 유출해간 심각한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LG화학은 올해 초 대법원에서 2017년 당시 SK이노베이션으로 전직한 핵심 직원 5명을 대상으로 제기한 전직금지가처분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바 있다. 재판부는 영업비밀 유출 우려, 양사 간 기술 역량의 격차 등을 모두 인정해 지난해 이례적으로 장기간에 해당하는 ‘2년 전직금지 결정’을 내렸고, 대법원이 LG화학의 승소를 최종 확정했다.

LG화학은 1990년대 초반부터 막대한 투자를 통해 2차전지 분야를 집중 육성해 온 업계 선두주자다. 지난해 전사 연구개발비로 1조원 이상을 투자했고, 이 중 전지분야에만 3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에 비해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 배터리 등 전사 연구개발비가 2300억원에 그치는 수준이다.

LG화학이 전지 한 분야에 투자한 연구개발비가 SK이노베이션의 전체 연구개발비를 크게 상회할 만큼 양사간 연구개발 투자 규모에는 큰 차이가 있다. 특허에 있어서도 LG화학의 2차전지 관련 특허건수는 1만6685건인데 비해 SK이노베이션은 1135건에 불과하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인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은 1990년대 초반부터 30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과감한 투자와 집념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며 “이번 소송은 경쟁사의 부당 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해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이고, 정당한 경쟁을 통한 건전한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SK이노베이션 측은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면서 “상황 파악 중이다”고 답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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