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사업부문 지분 49%, 5358억에 처분키로배터리 동박업체 KCFT 인수자금 염두에 둔 듯지분매각 종료일보다 인수대금 지급일 앞서 걸림돌기업결함심사 승인,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면 활용가능SKC코오롱PI 지분매각도 검토···3500억대 안팎 추산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C는 지난 7일 화학사업부문을 분할한 뒤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의 자회사 페트로케미칼 인더스트리 컴퍼니(PIC)와 합작사 ‘SKCPIC’(가칭)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합작사 설립은 SKC가 화학사업 분사와 함께 지분 49%를 PIC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오는 2020년 1월1일 출범을 목표로 한다. 새 합작사는 폴리우레탄 원재료인 프로필렌옥사이드(PO)와 프로필렌글리콜(PG) 등의 화학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SKC는 지분 매각으로 약 5358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됐다. 화학사업부문의 사업가치는 1조4000억원으로 산정됐고, 지분 100%에 대한 시장가치는 사업가치에서 순차입금 3065억원을 제외한 1조935억원으로 계산됐다. 2020년 1월31일 PIC와의 지분 거래가 종료되면, 일시불로 현금을 수령하게 된다.
SKC는 이번 합작사 설립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지분 매각이 KCFT 인수 건과 연관이 깊다고 분석한다.
SKC는 지난 6월13일 KKR가 운용하는 특수목적법(SPC)인 Pantherine Holdings LLC로부터 KCFT 지분 전량을 1조20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KCFT는 지난해 3월 KKR이 LS엠트론 동박·박막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기업이다. 동박은 구리를 얇게 만든 막으로, 2차전지 음극집전체로 사용된다.
SKC는 12월31일(거래종료일) KKR에 현금 일시불로 거래대금을 납부하기로 했다. 선지급한 계약금은 없다. 잔금 납입까지는 약 4개월 가량 남은 셈이다. 현재로서는 납부 능력이 부족하다. 지난 1분기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243억원에 불과한데, 거래대금의 10%에 그친다. 하지만 화학사업 지분 매각 대금을 받으면, 동원 가능한 현금이 약 7000억원으로 늘어난다.
다만 KCFT 인수 거래종료일이 화학사업 지분 매각일보다 앞선다는 걸림돌이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기업결합신고 승인 등 절차가 남아있어 실제 거래가 종료되기까지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SKC도 이를 고려한 듯 거래대금 지급시점을 거래종료일로 정했지만, ‘기업결합신고 수리 후’라는 단서를 달았다. 상황에 따라 화학사업 지분 매각 대금이 입금된 이후, KCFT 인수 절차가 전개될 수 있다는 얘기다.
SKC는 KCFT에 대한 자체적인 기업실사를 진행하고 있고, 늦어도 10월 중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 신청 시기는 미정이다. 심사가 통상 한 달 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늦어도 11월 중순께는 심사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만약 이 시기를 넘기면 거래종료일은 연기될 수밖에 없다. 공정위가 보완서류 제출 등을 요구할 경우에도 그 기간은 길어진다.
SKC는 추가적인 현금 마련 방안으로 SKC코오롱PI 지분 매각을 저울질하고 있다. SKC는 이날 “SKC코오롱PI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라면서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매각 대상으로는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54.15%(1587만7400주)가 거론된다. SKC코오롱PI는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008년 각사의 폴리이미드(PI)필름 사업부를 떼 내 50대 50 비율로 세운 합작회사로, 두 회사는 SKC코오롱PI 지분을 각각 27%씩 나눠 갖고 있다.
SKC코오롱PI 매각이 성사될 경우, 매각 거래대금은 9일 종가(3만2250) 기준 약 5120억원 상당일 것으로 추산된다. 20~30%의 경영권 프리미엄도 붙는다. 보수적으로 계산할 경우 6144억원, 최대치를 적용하면 6660억원이다. SKC는 이 금액의 절반을 가져갈 수 있는데, 약 3500억원대 안팎으로 예상된다.
SKC는 지분 매각 대금과 기존 보유 현금 등을 총동원하면 최대 1조원까지 확보할 수 있다. 나머지는 회사채 발행이나 추가적인 사업 축소, 유휴부지 등 자산 매각 등으로 끌어올 수 있다.
SPC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직접지배가 아닌 간접지배 형태지만, SKC의 자금 부담이 낮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이 경우 인수대금 중 7000억원은 인수금융으로 조달하고, 5000억원은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인수금융 주체가 SPC인 만큼, 차입금은 KCFT가 갚아나가게 된다. SKC는 지분 매각 대금 일부를 자산으로 쌓아둘 수 있어 현금 유동성과 재무 건정성을 높일 수 있다.
SKC 관계자는 “KCFT 인수 자금조달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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