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입찰 거쳤다면 ‘일감 몰아주기’로 보지 않기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 이익 제공 행위 심사지침’ 제정안을 27일까지 행정 예고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편법·불법 지원을 막기 위해 2016년 제정된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금지 규정 가이드라인’을 대체하는 지침으로, 더 구체적인 사익 편취 기준과 예시를 담았다.
새 지침은 ‘특수관계인(총수 동일인 및 친족)이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회사와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사업 기회 제공, 합리적 고려·비교 없는 상당 규모 거래 등을 통해 특수관계인에 부당 이익을 귀속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공정거래법(제23조 2) 규정을 강화했다.
무엇보다 효성[004800] 사익편취 건 등과 관련된 최근 심결례, 판례 등을 바탕으로 ‘이익 제공 행위’가 제공 주체와 객체 사이 직접 거래뿐 아니라 간접 거래로도 가능하다는 사실이 명시됐다.
예를 들어 금융상품을 제3자가 인수하게 하고, 이 제3자와 별도 계약을 체결해 간접적으로 총수 일가에 이익을 몰아주는 행위 등도 모두 제재하겠다는 뜻이다.
부당 지원 금지 대상 계열사, 이른바 ‘특수관계인 회사’는 특수관계인이 상장회사의 경우 30%, 비상장의 경우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정의됐다.
법상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에서 판단 기준이 되는 정상가격에 대한 기준도 좀 더 명확해졌다.
새 지침은 자산·상품·용역 거래의 정상가격 산정기준을 ▲ 해당 거래와 동일 사례에서 특수 관계가 없는 독립된 자(者) 사이 거래 가격 ▲ 유사 사례에서 거래조건 등의 차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한 가격 등으로 제시했다.
다만 거래 조건(가격 등) 차이가 7% 미만이고, 연간 거래총액이 50억원(상품·용역은 200억원) 미만인 거래에 대해서는 부당 지원 관련 심사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합리적 고려·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 조문에서 ‘합리적 고려·비교’의 세부 기준도 ▲ 시장조사 등을 통한 시장참여자 정보 수집 ▲ 주요 시장참여자로부터 제안서를 제출받는 등 거래조건 비교 ▲ 합리적 사유에 따른 거래상대방 선정 등으로 구체화했다.
실질적 경쟁입찰을 거친 경우, 합리적 고려·비교가 이뤄진 것으로 간주해 총수 일가 부당 이익 지원 행위로 보지 않겠다는 얘기다.
새 지침에는 합리적 고려·비교가 필요 없는, 예외 사유에 대한 구체적 사례들도 담겼다.
대표적으로 최근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조치가 ‘경기 급변 등 회사 외적 요인에 따른 긴급한 사업상의 필요’의 예시로 명시됐다.
부당 지원 심사의 예외 사안으로 인정받을 때 필요한 요소인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의 의미도 보다 명확해졌다. 경쟁입찰 등의 절차 자체가 비효율을 유발할 만큼 ‘특수관계인 회사’와의 거래 효과가 명백한 경우에만 효율성이 인정되고, 보안성의 경우도 보안장치로 정보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지 등까지 면밀히 따지기로 했다.
아울러 지침은 최근 서울고등법원의 판례를 반영, ‘부당한 이익 귀속이 입증되면, 공정거래 저해성을 입증할 필요가 없다’는 수정된 규정을 추가했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심사지침 제정으로 경쟁입찰 등 합리적 고려·비교로 인정받는 절차를 제시했다”며 “이를 계기로 일감 개방 문화가 확산, 경쟁력을 갖춘 중소·독립기업에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새 지침에 대한 재계의 우려와 반발에 대해서는 “당초 연구용역안은 정상가격 산정 방식을 공정위가 5가지 가운데 임의로 선택할 수 있게 했으나, 최종 제정안은 판례에 따르도록 하는 등 재계의 의견을 상당 부분 수용했다”고 답했다.
그는 “문제 행위로서 거래가 계속·반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이를 하나의 이익제공 행위로 보자는 연구용역안과 달리 각 거래를 개별·구체적으로 판단하기로 한 것도 같은 취지”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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