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티는 당의정은 아니지만 고의정(苦衣錠)이라 할 수 있다. 겉 맛은 쓰지만 실상은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치니 말이다. 안티는 활용하기에 따라 내 인생의 장애물이 아니라 발판의 뜀틀이 될 수 있다. 그들이 있기에 삶이 긴장되고, 편안함에 안주하기보다 앞으로 튀어나가도록 자극을 받는다. 그래서 진정한 하이터치 리더는 결코 안티를 눈에 보이지 않는 범위 밖으로 내치지 않고, 자기 울타리 안으로 포용한다. ‘적과의 동침’을 기꺼이 선택하는 것이다. 밖으로 내쳐 자신의 등을 찌르도록 하느니, 차라리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두는 편이 그들을 더 잘 제어하는 방법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은 그녀의 라이벌인 메리 스튜어트보다 한 수 위였다. 그 비결은 지략이나 미모에 있지 않았다. 비결은 바로 호시탐탐 자신을 노리는 메리 스튜어트를 속 시원하게 유럽 대륙 저 멀리 떨쳐 보내지 않고 가까이 자신의 곁인 영국 영토 내에 두며 견디는 ‘묘수’에 있었다.
안티는 멀리하고 싶긴 하지만, 멀리하면 더 큰 재앙을 불러일으킨다. 오히려 안티를 가시권에 둔 채로 긴장하고 성장을 위한 자극으로 삼는 것이 이익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이를 남보다 먼저 알고 삶에서 체득했다. 링컨 대통령이 그랬고, 세종대왕이 그랬다. 링컨은 정적을 내각의 일원으로 임명했고, 세종대왕은 안티 학자 최만리를 끝까지 두둔해 주었다.
“노랫소리가 듣기 싫다고 새를 죽이는 것은 옳지 않다.”
조선시대 최고의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이 최만리를 두둔하며 한 말이다. 최만리가 한글 창제에 대해 “중국과 다른 글을 쓴다면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반대논리를 펴다가 낙향했지만, 세종은 3년간 부제학 자리를 비워둘 정도로 자신과 의견을 달리한 최만리에 대해 애정을 갖고 벌을 주지 않았다. 한글 사용을 비롯해 정책마다 아득바득 반대하며 14차례나 상소하는 안티 학자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같은 모습은 세종이 오히려 안티를 즐기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다. 세종은 오히려 한글 사용을 반대하는 최만리의 논리에 대응하며 그때마다 한글의 허점을 보완하고 당위성을 정교하게 개발하지 않았을까 싶다.
중국 역사에서도 마찬가지다. 통 큰 리더로 명성을 얻은 이들은 그저 벼슬을 남발하거나, 풀어먹인 때문이 아니다. 유방이 용인술의 귀재가 된 것도 결국 옹치란 자신의 ‘눈엣가시’같은 원수를 중용했기에 가능했다. 문경지교란 고사성어를 낳은 중국 조나라의 인상여와 염파는 알고보면 원수에서 동지로 변한 경우다.
전국시대 조나라 혜문왕 시절, 인상여와 염파란 걸출한 신하가 양 기둥으로 버티고 있었다. 인상여는 당시 최고의 보물인 화씨의 구슬을 손상 없이 완벽하게 적국에서 되찾아온 공으로 일약 높은 벼슬에 임명된 ‘말발’이 센 문신이었다. 이에 반해 염파는 여러 전장에서 공을 세운 무신이었다. 문제는 이른바 승진 경쟁에서 조나라 중신의 식객에 불과하던 인상여가 염파를 역전하고 직급에서 앞서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염파는 요샛말로 ‘뿔’이 나서 가는 곳마다 불평을 늘어놓으며 인상여를 자극했다.
“나는 싸움터를 누비며 성을 공격하여 빼앗고 들에서 적을 무찔러 공을 세웠다. 그런데 입 밖에 놀린 것이 없는 인상여 따위가 나보다 윗자리에 앉다니, 내 어찌 그런 놈 밑에 있을 수 있겠는가. 언제든 그놈을 만나면 망신을 주고 말 테다.”
인상여는 이 말을 전해들었지만, 화를 내며 대적하지 않았다. 병을 핑계 대고 조정에도 나가지 않았고, 저 멀리 염파가 보이면 옆길로 돌아가며 피했다. 당연히 인상여의 부하들은 당당하지 못한 상사를 부끄러워했고, 심지어는 그의 휘하를 떠나는 이까지 생겨났다. 문제가 심상치 않자 그제야 인상여는 말문을 열며 부하를 말렸다.
“자네는 내가 진정으로 비겁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화씨의 구슬을 되찾아올 때 적국의 왕 앞에서도 전혀 떨지 않고 호통을 치며 당당하게 주장을 펼친 사람일세. 그런데 내가 염파 장군을 왜 두려워하겠는가? 자네, 강국인 진나라가 쳐들어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바로 염파 장군과 내가 버티고 있기 때문일세. 우리 두 호랑이가 싸우면 결국 모두 죽게 되니 내가 그 싸움을 피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 말을 전해들은 염파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몸 둘 바를 몰랐다. 염파보다 한 발 앞서 한 치 높이 생각한 인상여는 바로 안티와 아옹다옹하기보다 품에 안고자 하는 거시적이고 대국적인 안목을 가졌던 것이다. 염파가 가시나무를 등에 지고 왼쪽 어깨를 드러낸 채 “인상여, 생각이 부족했소” 하고 화해를 청했으며, 둘은 마침내 목숨이 다하도록 우정을 맹세했다. 동료나 상하 모두 마찬가지다.
모그룹의 M부회장은 “우리 부서에 사사건건 반대하고 제 흉을 동네방네 떠들며 나발 불고 다니는 직원이 있었습니다. 처치 곤란이고 참 힘들었지요. 하지만 이에는 이, 눈에는 눈 하며 맞불작전을 펴서는 제가 그 사람과 같은 부류밖에 안 되지요. 그때 몇몇 사람들은 다른 부서로 전출시키라는 얘기도 했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어요. 이미 사내에서 ‘big mouth’로 찍힌 사람이라 받아줄 부서도 없지만, 어느 부서에 가더라도 또 그렇게 떠들고 다닌다면 마찬가지 문제가 될 것 아닙니까? 차라리 내 품에서 떠드는 편이 낫다 하며 그 직원의 장점을 인정하고 보듬어주었지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그 친구도 변하더군요.”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결코 적을 적인 채 남겨두지 않는다. 이는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케팅에 능한 기업은 안티 고객을 결코 자신의 상품에 등 돌리게 만들지 않는 법이다. 오히려 그들의 입소문을 통해 자사의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야 만다. 이런 안티 고객일수록 마음이 돌아서면 제품에 대한 충성심이 더 높기 때문이다.
안티에게 살충제를 뿌려 박멸하듯 눈앞에서 일시적으로 사라지게 하지 말라. 섣부른 박멸정책은 내성을 키우거나 엉뚱한 부메랑이 되어 더 큰 후환을 가져올 수 있다. 차라리 안티를 감동시켜 내 가슴에 포용하는 것이 인간관계에서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진정으로 사내 정치를 잘하는 사람은 몰려다니며 자기를 비난한 사람에 대한 원망이나 험담을 하느라 맞불을 놓지 않는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하며 험담에는 험담, 해코지에는 해코지로 맞불작전을 펴는 것은 하수의 전략이다. 진짜 고수는 안티에게서도 윈윈의 여지를 발견해 설득하고 가슴으로 품는다. 내 의견에 무조건 동의하기보다 앞으로 뛰어나가 전진하도록 자극하는 안티에게 오히려 고마움을 표하라.
안티란 뱉을 수도, 삼킬 수도 없는 불편한 그 무엇이지만 우리 삶의 매력적 발전동력 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수영이나 마라톤에는 같은 코스를 헤엄치거나 달려주는 페이스메이커가 있다. ‘라이벌’ 노릇을 해주는 그들과 함께 뛰며 자극받고 분발해 기록을 경신할 수 있는 것이다. 안티를 거는 세력이나 동료가 있다면 그들을 페이스메이커로 생각해 보자.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는가.
당신의 진정한 힘은 바로 안티를 친구보다 더 가까이할 수 있는 선샤인 정책에서 비롯된다.
관련태그
뉴스웨이 안민 기자
peteram@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kind=link}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