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셀트리온, 8월 식약처 시밀러 허가신청···알테오젠은 첫 판매 마일스톤 수령SC 매출 비중 아직 5.5%···제형 전환 속도·특허 분쟁·병용요법이 경쟁 변수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글로벌 매출 1위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바이오시밀러 허가 절차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오리지널 의약품의 피하주사(SC) 제형 전환이 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23일 제약·바이오 업계와 미국 머크(MSD)의 반기 실적 보고서 등에 따르면, 키트루다의 SC 제형인 '키트루다 큐렉스(Keytruda Qlex)'의 올해 2분기 글로벌 매출은 4억6300만달러(약 6400억원)를 기록했다. 직전 1분기 매출(1억2800만달러)과 비교하면 한 분기 만에 약 3.6배로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획득한 이후 현지 의료 현장에서 처방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전체 키트루다 매출의 중심축은 여전히 기존 IV 제형에 있다. 올해 2분기 키트루다 IV와 SC의 합산 매출 83억6600만달러 가운데 SC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5% 수준이다.
SC 제형이 내세우는 최대 무기는 투여 시간 단축이다. 기존 키트루다 IV는 환자가 병원에서 약 30분간 정맥으로 수액을 맞아야 한다. 반면 SC 제형은 의료진이 환자의 복부나 허벅지에 3주 간격 요법 시 약 1분, 6주 간격 요법 시 약 2분에 걸쳐 주사하는 것으로 투여가 끝난다. 여기에 쓰인 핵심 기술이 알테오젠의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원천기술 'ALT-B4'다. 피하 조직의 히알루론산 층을 일시적으로 분해해 대용량 항체의약품이 피하로 빠르게 확산·흡수되도록 돕는다.
FDA 허가의 핵심 근거가 된 임상에서도 두 제형 간 동등한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 FDA가 공개한 비소세포폐암 환자 377명 대상 임상 3상 결과에 따르면, 체내 약물 노출도를 평가하는 약동학(PK) 주요 지표가 사전 설정된 동등성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 객관적 반응률(ORR)은 SC 투여군이 45%, IV 투여군이 42%로 나타났으며, 무진행생존기간(PFS)과 전체생존기간(OS)에서도 두 집단 간 유의미한 차이가 관찰되지 않았다. 기존 IV 제형의 항암 효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환자와 의료진의 투여 편의성을 끌어올린 셈이다.
오리지널의 제형 전환을 뒷받침한 알테오젠은 실질적인 현금 창출 구간에 진입했다. 알테오젠은 지난 8월 31일 키트루다 SC의 첫 상업 판매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인 2500만달러를 달성해 수령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알테오젠이 MSD에서 받는 판매 마일스톤과 경상기술료(로열티)는 단계적으로 맞물려 돌아간다. MSD 연차보고서를 보면 알테오젠과 맺은 계약에는 연간 및 누적 판매 실적에 연동된 최대 10억달러 규모의 마일스톤이 책정돼 있다. 알테오젠이 매출 확대에 따라 이 판매 마일스톤을 순차적으로 모두 수령하고 나면, 이후부터는 키트루다 SC 순매출의 한 자릿수 초반(low-single-digit) 비율을 로열티로 꾸준히 지급받는 수익 구조로 전환된다.
반면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은 오리지널 특허 만료 이후를 겨냥해 IV 제형 바이오시밀러의 자체 허가와 글로벌 상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8월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프로젝트명 'SB27'의 국내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허가 신청 적응증에는 흑색종, 비소세포폐암, 두경부암 등 오리지널이 보유한 16개 질환이 폭넓게 포함됐다.
앞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6월 글로벌 임상 1상과 3상을 동시에 마무리하며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임상의학적 동등성을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14개국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555명이 참여한 글로벌 임상 3상에서 24주 차 객관적 반응률을 비교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주요국 허가 심사에 착수했다.
셀트리온 역시 지난 8월 24일 식약처에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CT-P51'의 국내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완전 절제술을 받은 흑색종 환자 22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서 오리지널 대비 약동학적 동등성을 입증했고, 안전성과 면역원성 측면에서도 유사성을 확인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셀트리온은 국내를 시작으로 미국, 유럽, 캐나다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도 순차적으로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특히 셀트리온은 자체 대규모 생산시설과 글로벌 직접판매망, 기존 항암제 포트폴리오를 결합한 시장 침투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키트루다와 표적항암제 베바시주맙의 병용요법이 쓰이는 점에 착안해, 향후 CT-P51과 자사의 베바시주맙 바이오시밀러 '베그젤마'를 묶어 판매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이 품목허가를 획득하더라도 실제 시장에 안착하려면 오리지널사의 특허 장벽을 넘어야 한다. MSD는 연차보고서를 통해 미국 내 주요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2028년 12월 이후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동일 특허군에 속한 후속 특허 2건이 각각 2029년 5월과 11월까지 존속하는 만큼, 이를 둘러싼 특허 소송이 전개될 가능성을 열어뒀다. 유럽 지역의 독점권 상실 예상 시점은 2031년으로 제시돼 국가별 허가 속도 및 특허 합의 여부에 따라 실제 출시 시점은 달라질 전망이다.
오리지널 SC 역시 특허 분쟁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할로자임 테라퓨틱스는 이달 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지방법원이 자사의 히알루로니다제 특허(MDASE) 침해를 인정해 MSD의 키트루다 SC 제조 및 판매를 유럽 8개국에서 제한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판매 제한 대상에는 네덜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포함됐으며 기존 IV 제형은 해당 명령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알테오젠은 이튿날인 8일 주주 설명자료를 내고 "파트너사인 MSD가 네덜란드 법원의 판단에 동의하지 않으며 항소 등 후속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알테오젠 ALT-B4는 할로자임 특허와 독자적인 구조를 갖고 있으며, 이를 적용할 글로벌 파트너사와 파이프라인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국의 SC 허가 확대와는 별개로, 유럽 등 지역별 특허 분쟁의 향방은 오리지널 SC의 상업화 속도와 기술 공급사의 마일스톤 유입 시점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의료 현장의 처방 특성과 환자 선호도 역시 IV 바이오시밀러와 오리지널 SC의 점유율을 가를 핵심 요인이다. 키트루다 큐렉스의 미국 허가사항에 반영된 교차투여 임상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 환자 118명 중 65%가 SC 제형을, 32%가 IV 제형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SC를 선택한 환자들은 '병원 체류 시간 단축'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고, IV를 선호한 환자들은 '투여 과정에서 익숙함과 편안함'을 이유로 들었다.
항암 치료의 특성상 병용요법 여부도 제형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환자가 함께 투여받는 화학항암제나 다른 면역항암제가 정맥주사(IV) 방식이라면, 키트루다만 SC로 바꾸더라도 정맥 라인을 확보해야 하는 과정 자체는 생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키트루다 단독요법이나 경구용 항암제와 하는 병용요법에서는 SC 제형의 투여 편의성이 극대화된다. 실제 MSD도 올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투자자 설명자료를 통해 키트루다 단독요법 및 경구약 병용요법 환자군에서 SC 도입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MSD는 ASCO에서 오는 2027년 말까지 미국 내 키트루다 처방의 30~40%를 SC 제형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다. 미국 외 글로벌 시장에서도 평균적으로 이와 유사한 수준의 최대 전환율을 기대하면서도 국가별 의료 시스템과 보험 환경에 따라 최대 침투율은 시장마다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키트루다 SC 전환율은 국내 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비영리 암 연구 지원기관인 CRI는 올해 발간한 면역항암제 분석 보고서에서 SC 제형의 투여시간 단축이 환자에게 이점이 되지만, 바이오시밀러 경쟁과 약값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바이오시밀러 진입에 앞서 임상현장에서 SC 제형으로 전환이 크게 진행되면, 보건의료체계가 기대했던 바이오시밀러의 비용 절감 효과가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SC 제형에 대한 새로운 특허 보호가 사실상 MSD의 독점 기간을 늘리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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