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추위, 권 내정자 추천하며 임기 1년으로 제한孫 측근들 지주사로 대거 이동···주요 보직 꿰차부행장 미만 임원 인사권도 장악···權 권한 축소계열사 대표 3개월만에 이직 앙금 남아 있는 듯껄끄런 관계 계속되면 할 수 있는 일 별로 없어단기성과도 중요하지만 孫과 관계 개선이 먼저
우리금융그룹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2기 체제’를 준비 중인 손태승 지주 회장이 그룹 장악력을 높이려는 제스처를 취하며 아직 취임식조차 갖지 않은 권광석 행장 내정자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걱정했던 것처럼 수년에 걸쳐 쌓인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가 차츰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우리금융에 따르면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최근 행장으로 내정된 권광석 후보에게 1년의 임기를 통보했다.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사태’로 은행이 어수선해졌으니 ‘조직 안정화’라는 과제에 집중해 반드시 성과를 내고 재신임을 받으라는 취지라는 게 지주측 설명이다.
우리금융의 이 같은 결정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중장기 경영 전략 수립을 위해 CEO에게 충분한 시간을 보장하는 금융권 트렌드를 역행했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평이다. 은행권 전체를 살펴봐도 행장 임기가 1년인 곳은 거의 없다. 지주가 매년 성과를 평가해 CEO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NH농협은행을 빼면 대부분 2~3년의 임기를 부여한다. 손태승 회장도 우리은행장에 취임했을 땐 3년의 임기를 받았다.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손태승 회장이 임기를 줄이는 등 방식으로 권광석 내정자를 견제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사외이사의 강경한 목소리에 일단 권 내정자를 수용하긴 했지만 경영 주도권을 내주진 않겠다는 메시지로 읽혀서다. 행장 후보 추천 후 손 회장이 직접 은행의 임원급 인사까지 손을 댄 것 역시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사실 둘의 관계가 그리 매끄럽지 않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손태승 회장 체제가 구축되려던 시점에 은행을 떠난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권광석 내정자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12월 당시 부문장이던 손 회장이 우리은행장에 취임하자 권 내정자는 우리PE 대표로 이동했고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에 발탁되면서 불과 3개월 만에 우리금융과 결별했다. 사실이야 어떻든 손 회장이 이광구 전 행장 라인으로 분류되던 권 내정자를 은행에서 밀어냈고 권 내정자는 이에 반발해 회사를 떠난 것 처럼 보일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둘은 서로 다른 계파에 속해있다. 손태승 회장은 한일은행, 권광석 내정자는 상업은행 출신이다. 우리은행은 1998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한 한빛은행에서 이름을 변경해 오늘에 이르렀는데 흡수 통합이 아닌 대등 합병이다 보니 계파 갈등에 시달려왔다.
따라서 손태승 회장이 권광석 내정자를 그리 반기진 않을 것으로 외부에선 보고 있다. 지난달 행장 인선 작업이 한 차례 미뤄진 것도 사외이사와 손 회장의 뜻이 달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최종 후보군 중에서 김정기 전 은행 부문장(現 지주 부사장)을 지지했다는 전언이다.
따라서 권광석 내정자로서는 취임 이후 손태승 회장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게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서열 2위인 행장이지만 지주 회장의 허가를 얻지 못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다.
실제 우리금융은 지난달 그룹 임원인사 규정에 각사 대표가 인사안을 지주 회장에게 보고(최소 3일전까지)해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과거엔 CEO가 절대적인 인사권을 쥐고 있었다면 이제 그 권한이 지주 회장으로 넘어간 셈이다. 손태승 회장이 승인하지 않는 한 권광석 내정자가 임원의 거취를 결정할 수 없다는 의미이도 하다.
그뿐 만이 아니다. 권광석 내정자는 각종 사업을 추진할 때도 지주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 지주 내 사업부문제 도입으로 계열사에 대한 관리 기능이 강화된 탓이다. 사업관리 부문 수장은 행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김정기 부사장이다.
그리고 권광석 내정자는 손태승 회장의 동의 없이는 연임이 불가능하다. 연말 그의 성과를 평가할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손 회장과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지주 회장이 막강한 권한을 휘두름으로써 자회사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자회사 임원 인사까지 지주 회장이 개입한다면 CEO는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인사권을 쥔 지주나 회장으로 자연스럽게 힘이 모이는 것도 부작용으로 지목된다. 다른 금융그룹도 지주와 계열사가 인사안을 함께 검토하지만 그 범위는 고위직에 한정돼 있다.
아울러 임기 1년은 행장으로서 변화를 시도하기엔 무척 짧은 시간이다. 단기성과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어 우리은행에도 절대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와 관련 우리금융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 역시 지주 회장으로 처음 선임됐을 땐 임기가 1년에 불과했지만 이후 성과를 내 재신임(3년)을 받았다”면서 “손 회장 개인의 판단이 아닌 이사회의 결정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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