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추경 6조2000억 이상 편성 결정 메르스·재정위기 때보다 위축된 소비경제학자 “최대 20조원 필요할 수도”
지난 2015년 메르스 때 세입 경정을 포함 11조6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경험에 비춰볼 때 이번 추경도 비슷한 규모이거나 그 이상이 될 전망이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정협의를 마친 후 브리핑을 통해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추경 당시 세출예산이 6조2000억 원이었는데, 그때 제출된 예산을 넘는 예산이 세출 예산으로 편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추경안은 4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의결한 뒤 5일 국회에 제출해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지난달 20일 기재부 고위 관료를 통해 추경 편성 가능성을 엿본 뒤 불과 2주 만에 국회로 공이 넘어가는 셈이다.
정부가 이처럼 추경 편성과 국회 제출까지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은 코로나19 사태를 국가적 비상사태로 여기고 최대한 조기 종식하기 위한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각종 경제지표에서는 코로나19의 영향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어 확산세를 막지 못하면 민생경제는 물론 국가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정부 발표 하루 전 한국은행은 2.3%로 전망했던 올해 경제성장률을 2.1%로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깔린 예측이다. 민간 연구기관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코로나 감염 사태 이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끌어내렸다. 모간스탠리는 0.6%를 전망하기도 했다.
해외 투자기관들은 국내 코로나19 확산 속도에 우려를 나타내면서 한국 경제에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JP모건은 지난 24일 “한국의 코로나19 감염자 숫자가 최대 1만명에 이를 수도 있다”며 국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1%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성장률도 기존 2.3%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무엇보다 내수 위축이 심각한 수준이다. 소비심리가 바닥으로 추락하면서 외식·유통·공연 수요가 얼어붙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1일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1월 기준으로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은 전월보다 3.1% 감소했다. 구제역과 한파가 겹쳤던 2011년 2월(-7.0%) 이후 8년 11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2월은 소비 감소세가 더 나빠진 것으로 나올 게 확실시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월 첫째·둘째·셋째 주 숙박업 매출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은 -17.7%·-10.8%·-24.5%로 심각한 감소세가 계속되고 있다. 같은 기간 음식점은 -9.6%·-2.0%·-14.2%, 백화점은 -22.6%·-1.9%·-20.6%로 역시 매출액 감소세가 심각하다. 2월 자영업자의 가계수입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87로 한 달 전보다 8포인트 떨어지며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2009년 3월(7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산업계에서는 코로나19의 영향과 확진자 발생으로 사업장이 폐쇄되면서 공장들도 멈춰 섰다. 현대차 울산 2공장은 확진자 발생으로 폐쇄됐으며 LG디스플레이 구미 모듈공장도 사흘간 폐쇄됐다. 신세계 백화점과 갤러리아, 롯데백화점 등의 일부 지점이 확진자 발생과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시 휴점에 들어가기도 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는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까지 그 파장이 번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세계경제 위축 우려로 최근 한달 남짓 동안 세계 증시에서 무려 7000조원 가량의 시총이 증발했다. 미국 경제매체 블룸버그에 따르면 조사대상 86개국 가운데 76개국의 시총이 감소했다.
정부는 재정건전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를 잡아야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판단, 소극적인 경제 지원에서 한 발 나아가 적극적인 방역 대책이 담긴 추경안을 편성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지난 25일 각 부처에 추경 예산안에 반영시킬 사업 계획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정부 안팎에서는 각 부처가 올해 예산안 반영을 신청했다가 사업성이 떨어져 보류된 사업이 추경을 통해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메르스 사태 때보다 훨씬 더 폭이 넓고 깊다”라며 “코로나19가 향후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추경이 여기에 대응할 충분한 재정적 여력을 뒷받침 할 규모가 돼야 한다, 최대 20조원까지도 필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코로나19 대응과 경제 피해 회복 등에 효과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추경 규모가 최소 10조원은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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