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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깊어지는 한숨’, 조선 ‘영향 미미’

[코로나19 실적비상│②철강·조선]철강 ‘깊어지는 한숨’, 조선 ‘영향 미미’

등록 2020.03.10 09:04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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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철강 하락, 가격인상 요구 명분 약화철강업계 “작년 최악 성적표 받았는데”포스코는 이미 ‘영업이익 1조’ 깨지기도조선은 수주달성이 더관건, 코로나 미미오히려 국제유가 급락으로 실적 우려가

철강 ‘깊어지는 한숨’, 조선 ‘영향 미미’ 기사의 사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가 그칠 줄 모르면서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치도 조정돼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 중 철강업종의 경우에는 올해 가격 정상화를 목표로 실적 개선을 다짐했지만, 최근의 코로나 여파로 가격 인상은 고사하고 철강 수요 감소에 따른 추가 가격하락이 우려돼 실적은 이전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조선업종은 업종 특성상 수주 달성이 더 관건인 산업이기 때문에 코로나로 인한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철강업종의 대표주인 POSCO(포스코)의 올해 연간 컨센서는 매출액이 63조8162억원으로 전년(64조6835억원)보다 1.34% 감소할 것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3조7406억원으로 전년(3조8689억원)보다 3.31%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제철 역시 올해 실적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이 회사의 올해 예상되는 매출액은 20조800억원으로 전년 20조6099억원보다 2.58% 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포스코는 올해 철강 가격을 올려 실적을 개선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는데, 코로나19 탓에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게 쉽지 않게 됐다. 증권가에서도 포스코는 당분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철강 가격을 올리는 게 힘들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탓에 중국에서 철강 재고가 급증하면서 철강 가격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철강 가격이 떨어지면 포스코는 해외에서 철강 공급가격을 올리는 게 힘들어진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철강 생산국이자 소비국으로 중국 철강 가격은 세계 철강 가격의 표준가격처럼 받아들여진다.

중국의 철강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면 해외 철강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이같은 철강 가격 하락세는 가격 인상을 추진 중인 국내 철강 업계를 힘들게 하고 있다. 중국 등 아시아 지역 제품의 가격은 국내 철강 가격의 척도인 데다 가격 하락으로, 가격 인상 요구의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때문에 중국에서 철강 재고가 급증하면서 세계 철강 유통가격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중국 철강회사 및 유통회사의 재고가 소진되기 전까지 철강 가격은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전방수요 회복 지연으로 지난 주 철강재 유통재고(250.9만톤)는 전주대비 6.2% 증가했다”라며 “중국 철강사들은 정비일정을 앞당기거나 가동률을 낮추면서 적극적인 감산에 들어가는 모습이지만, 수요가 회복되기 전까지 재고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그래도 국내 철강업종들은 작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는데, 코로나라는 악재로 실적은 전년보다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포스코는 이미 지난해 4분기에 10분기 연속 이어오던 영업이익 1조원 기록이 깨지기도 했다.

철강 ‘깊어지는 한숨’, 조선 ‘영향 미미’ 기사의 사진

조선업종의 경우 코로나보단 오히려 국제 유가 급락으로 인한 실적 타격이 더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조선업종의 대표주인 한국조선해양의 올해 연간 컨센서스는 매출액이 16조3396억원으로 전년도 14조8933억원 대비 9.7% 늘을 것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3167억원으로 전년(2902억원) 9.13% 증가할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중공업 또한 올해 매출액이 7조6264억원으로 전년(7조3497억원) 대비 3.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 회사는 올해 영업이익이 46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6166억원의 영업손실에서 올해 흑자전환을 이룰 것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올해 실적이 주춤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매출액이 7조8038억원이 예상되면서 전년(8조1925억원)보다 4.7% 줄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2050억원으로 전년(2202억원) 6.9%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올해 매출액이 2조9779억원으로 전년(2조9941억원)보다 0.54% 소폭 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올해 영업이익은 1114억원으로 추정돼 전년의 926억원보다 20.3%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선업종이 코로나로 인한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 특성상 선박을 수주해 인도하기까지 적어도 2년여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코로나라는 단기적인 질병 악재보다는 시황 변화가 업황에 더 많은 영향 줘 이번 사태가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 사태가 6개월 이상 장기화되면 조선업종의 수주목표치에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지난 2002년 사스 사태 당시 도리어 조선업계 업황이 회복된 바 있으며, 메르스 사태 때는 질병이 아닌 수주 부진 등이 업황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 등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미 국내 조선업 ‘빅3’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목표치를 지난해 대비 약 17% 늘리기도 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대비 22% 늘어난 159억달러를 수주목표로 제시하면서 3사 중 가장 높은 목표치를 세웠으며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역시 지난해 대비 각각 18.3%, 4.8%씩 높인 84억달러와 72억1000만달러를 목표로 설정했다.

오히려 국제유가 급락이 조선업종의 투심을 크게 악화시키는데다 실적 개선 역시 더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종의 경우 국제유가가 급락하면 선박·해양플랜트 발주에 악영향을 주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때문에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한국조선해양은(-9.01%), 대우조선해양은(-7.21%), 삼성중공업은(-12.13%) 하락률을 기록했다.

앞서 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0.1% 떨어진 배럴당 41.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일일 하락률로는 2014년 11월 이후 약 5년 3개월 만에 최대이며, 가격은 2016년 8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非)OPEC 산유국의 연합체인 OPEC+(OPEC 플러스)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추가 감산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오히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는 증산을 예고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조선주들의 주가급락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은 국제유가 급락 때문”이라며 “OPEC의 감산합의 불발과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 등으로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조선주들에 대한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 또 이는 해양플랜트 시장에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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