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신규 사내이사 선임 등 ‘물갈이 인사’ 식품업계, 오너가 재선임으로 ‘책임 경영’ 강화유통가 건설업·전기 사업 등 ‘신사업’ 진출 눈길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유통업계는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하고 조직 개편을 꾀했다. 부진한 유통 채널을 조직 슬림화로 새롭게 정비해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그 일환으로 롯데쇼핑은 오는 27일 열리는 주총에서 황범석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부장와 장호주 롯데쇼핑 쇼핑HQ 재무본부장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롯데쇼핑에서 전무급 인사가 사내이사로 등기된 것은 약 40년만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함께 이원준 부회장이 롯데쇼핑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것에 따른 조치다. 이로써 롯데쇼핑은 기존 사내이사인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겸 유통BU장과 윤종빈 롯데지주 경영전략실장을 포함한 4인 체제로 전환될 전망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임원 인사에서 강희태 롯데백화점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유통BU장에 임명하고 롯데쇼핑 대표이사를 겸임해 유통 사업을 총괄하도록 했다. 그동안 백화점·마트·슈퍼·롭스·e커머스 등 롯데쇼핑 내 5개 사업 부문별 대표이사 체제를 강희태 대표이사 1인 체제로 재편했다.
신세계는 오는 25일 예정된 주총에서 차정호 신세계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한다. 권혁구 신세계 전략실장과 김정식 지원본부장도 재선임해 3인 체제를 구축한다. 차정호 대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이끌었고 지난해 임원 인사에서 신세계 대표이사로 내정된 바 있다. 같은날 열리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총에서는 사내이사에 장재영 대표와 손문국 국내패션부문 대표를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룬다.
이마트는 지난해 영입한 강희석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선임한다. 베인앤컴퍼니 유통 부문 컨설턴트를 지낸 강 대표는 이마트가 외부에서 영입한 첫 최고경영인이다.
같은날 현대백화점도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고,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이사와 장호진 기획조정본부장을 신규 선임한다. 롯데쇼핑·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유통 3사 중 유일하게 그룹 오너인 정지선 회장이 사내이사에 올라있다. 이동호 전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과 박동운 전 현대백화점 대표이사는 사내이사에서 물러난다.
식품업계 주총에서는 오너경영인 체제를 기반의 재선임 안건이 주목된다. 지속적으로 정체된 내수 시장에서 책임 경영을 강화해 성장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롯데제과는 오는 27일 열리는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과 민명기 롯데제과 대표의 재선임 안건을 다룬다. 신 회장은 롯데건설, 롯데호텔,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 사내이사에서 자진 사임한 반면 롯데제과의 사내이사은 유지한다.
같은날 진행하는 대상의 주총에선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차녀인 임상민 전무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룬다. 임 전무는 그룹 내 식품BU와 소재BU의 전략부문을 맡고 있으며 향후 대상 내 강력한 경영권 승계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더불어 임정배 대표이사를 사내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다.
오뚜기는 27일 열리는 주총에서 함영준 회장과 이강훈 사장의 재선임안을 다룬다. 연임안이 통과되면 함 회장과 이 사장은 오너와 전문경영인으로서 15년 넘게 인연을 이어간다. 빙그레는 김호연 전 회장과 전창원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통과를 앞두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오는 25일 열리는 주총에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상정된다.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있는 현대그린푸드는 정 부회장의 형인 정지선 회장의 재선임을 통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새 신임 대표로 새로운 경영 바람을 예고한 만큼 오프라인 위기를 타개할 ‘신사업’들도 화두로 떠올랐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19로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다양한 시도로 신성장 동력 모색에 힘을 쏟는다는 복안이다. 실제 이번 주총에서는 롯데쇼핑·신세계푸드·BGF리테일 등 새로운 사업 진출을 위한 정관변경 안건수도 상당하다.
롯데쇼핑은 ‘주택건설사업’과 ‘전자금융업’을 신규 사업목적으로 추가한다. 이는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주상복합 ‘힐스테이트 첨단’ 추진을 위한 수순이다. 힐스테이트 주상복합은 롯데슈퍼 광주첨단점 부지 위에 들어설 예정인 가운데롯데쇼핑이 시행사를 맡게 됐다.
또한 롯데쇼핑이 향후 3년간 백화점·마트·슈퍼 등 점포 정리에 돌입하면서 폐점 점포 유휴 부지에 대한 사업도 염두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자금융업은 향후 론칭할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ON)’ 사업 추진 차원에서 설립이 예정됐다. 전자상거래 자체 시스템 구축으로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이마트는 기존 전기충전사업을 포함한 ‘전기 사업’을 신규 사업으로 추진한다. 변경 목적으로는 ‘전기차충전사업 추진을 위한 사업 목적 추가’로 명시해 그간 외부 위탁 운영방식으로 진행하던 전기차 충전사업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2022년까지 전 점포와 신세계 그룹사 영업장에 2100기 규모의 급속 충전소 구축 계획을 세우고 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시범 운영해왔다. 이번 신사업이 추진되면 향후 전국 90여 개 이마트 매장을 활용한 전기차 충전사업과 전기차를 이용해 ‘배송 서비스’를 강화할 전망이다.
편의점 업계도 현재 실시하고 있는 사업의 효율성을 극대화 하기 위해 부대사업 목적을 추가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오는 25일 주총에서 △태양력 발전업 △의약품·의료기기 도·소매업 △브랜드 및 상표권 라이센스업 △지식, 정보 등 무형자산 판매 및 용역사업 △경영자문 및 컨설팅업 △소프트웨어 공급업 △시스템 통합관리업 △상품중개업 등 8개의 신규 사업을 추가한다. 이를 통해 현재 운영 중인 다양한 서비스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사업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을 추가한 업체도 있다. 신세계푸드는 이번 주총 안건으로 △산업용 농·축산물 및 동·식물 도매업 △곡물 가공품, 전분 및 전분제품 제조업 △자연과학 및 공학 연구개발업 △과학기술 서비스업 등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주총에서는 지난해 업계 전반적으로 대대적 조직개편으로 인해 새로운 사내이사 선임은 물론, 신사업 진출 선언도 주목된다”며 “오너 경영인들의 재선임도 있지만 경영권 분쟁 등 큰 이슈는 없을 전망이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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