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 기타법인 등장에 관심 집중대림코퍼 2대주주 KCGI “우린 관련 없어” 기타법인 정체 비상장 중견 건설 소문
시장에서는 한진칼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반도건설이 기타법인으로 등장했던 사례를 떠올리며 ‘제2의 한진칼’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대림산업은 오너 지배력이 약해 언제든지 지배구조 개선 이슈가 불거질 수 있는 기업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기타법인은 약 932억원을 들여 대림산업 주식 156만6527주를 사들였다. 대림산업 총 발행주식수가 3480만주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지분 4.48%에 해당하는 규모다.
정체를 감춘 기타법인의 매수 공세에 최근 주가도 급등세다. 대림산업은 코로나19 여파에 지난달 19일 1년 내 최저가인 4만9000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날을 기점으로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 7만3700원까지 올랐다. 9거래일 동안 주가가 무려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이 기간 초강세를 보인 주가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공포가 불거지기 전인 3월 초 주가 수준을 회복했다.
대림산업 주가 흐름은 지배구조개선을 명목으로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한진칼 사례와 흡사한 모습이다. 앞서 반도건설은 기타법인으로 한진칼의 지분을 매입한 뒤 경영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행동주의 펀드 KCGI와 함께 3자 연합을 결성해 한진칼 경영권을 놓고 지분 싸움을 펼쳤다.
증권가에서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키우고 있는 ‘큰손’ 기타법인의 정체와 목적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기타법인은 비상장 중견 건설사일 것이라는 얘기와 KCGI가 한진칼 다음으로 대림산업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추측 등이다.
공교롭게도 한진칼 경영권 다툼의 중심에 섰던 KCGI는 대림산업 모회사인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32.7%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곳이지만, 그룹 주력사인 대림산업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비교적 낮은 편에 속한다.
대림산업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최대주주인 대림코퍼레이션의 대림산업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23.1%로 30%가 넘지 않는다.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을 비롯한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의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율은 62.3%다. KCGI는 유한회사 3곳(캘거리홀딩스, 돌핀홀딩스, 그레이스홀딩스)을 통해 대림코퍼레이션 지분을 32.7% 보유, 2대 주주로 등재돼 있다.
다만, KCGI는 이번 기타법인 매수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KCGI는 한진칼 주총을 앞둔 지난달 중순 성명을 통해 “대림코퍼레이션 주주로서 2020년 주주총회에서 이사 연임을 포기하고 전문경영진 제도를 강화하기로 한 대림그룹 결정을 환영한다”며 “조 회장은 다른 대기업 경영진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KCGI가 현재 대림산업 경영환경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언제 다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림산업은 종종 ‘제2의 한진칼’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었던 기업”이라며 “대림산업은 외국인 지분율도 40%가 넘고, 국민연금도 12.79%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KCGI와 비슷한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승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몇 개 기관이 사는지는 모르지만, 최근 기타법인의 지분 매입은 대림산업의 대주주인 대림코퍼레이션 및 특수관계인 지분을 고려하면 경영권 이슈가 충분히 불거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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