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5000억 한진 종로 송현동 부지 공원 추진호텔반대-공원지정-싼값인수 등 서울시 맘대로한푼이 급한 대한항공···제값·제때 못받고 유찰2022년 할부방식 제시한 서울시···박 시장 치적?
“(서울시 말고 다른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계속 갖고 있을 것 같다.”(5월 28일 한 매체와 만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서울시가 보상비와 관련한 회신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답변을 아직까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공식적인 입장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제값을 받고 팔겠다는 것이다.”(대한항공 관계자)
서울시의 ‘일방통행’에 국내 최대 국적한공사인 대한항공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
고급 호텔 건립 반대로 수년간 개발을 못하게 발목을 잡더니 이제는 문화공원을 만들테니 시세보다 싼 값에 팔라며 노골적인 압박을 보내고 있어서다.
여론의 질타에 밀린 서울시는 수의계약으로 4671억원의 보상금액을 제시했지만, 이마저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여전히 시장 시세(최소 5000억~최대 8000억원)에 못 미치는 데다 그나마 2년에 걸쳐 나눠지급하겠다고 밝혀서다.
급기야 최근 진행된 이 부지 매각 예비 입찰이 유찰됐다.
이쯤되니 누구 소유의 땅인지 아리송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대한항공 살리기에 투입해야 하는 종로 송현동 부지가 잠룡으로 알려진 박 시장의 대선 출마용 제물이 되는 것 아니냐는 삐딱한 시선도 나온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보유한 송현동 부지는 현재 주변 시세(3.3㎡당 4500만원)를 고려하면 매각가가 최소 5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서울시는 보상비로 4671억3300만원을 책정하고 대한항공에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한푼이라도 더 받고 싶은 대한항공은 서울시의 요구가 부담스러운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서울시는 토지 보상비를 오는 2022년까지 나눠서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지급 액수는 2021년 467억1300만원(10%), 2022년 4204억2000만원(90%)이다. 하루라도 빨리 자금 확충이 필요한 대한항공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박원순 시장의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보상을 마치는 만큼 공원 사업을 치적으로 삼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울시의 이런 계획은 현재로서는 내부 방침에 불과하기는 하다. 그러나 땅 주인인 대한항공의 생각과는 크게 다르다.
앞서 송현동 부지를 올해 연말까지 최소 5000억원에 매각하는 내용을 포함한 자구안을 마련해 놓았기 때문. 한진칼 입장에서는 내년 말까지 대한항공이 2조원 이상의 자본을 확충하지 못하면 유상증자로 취득한 신주를 넘겨야 하는 만큼 경영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이 땅에 대한 문화공원 지정 절차를 밟으면서 일종의 ‘가격 가이드라인’이 될 보상비 수준까지 미리 정해두면 민간 주체 간의 자유로운 매매는 어려워진다.
대한항공의 입장에서는 서울시의 계획대로 송현동 부지를 4671억원에 판다고해도 내년까지 매입가의 10%만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에 자본 확충 계획에 큰 차질이 빚는다.
실제 최근 실시한 송현동 부지 매각 예비 입찰(매각 주관사 삼정KPMG·삼성증권)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의 부지 매각 작업이 서울시의 마이웨이식 행보로 시작부터 참패를 겪은 것이란 평가다.
여기에 서울시가 공원 추진 계획을 굽히지 않으면 제값을 받기도 어렵다. 토지를 매입하고 개발을 추진하더라도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가 쉽게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부지는 건축물 높이가 12m 이하로 제한되며,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적률이 100~200%에 불과하고 각종 규제에 묶여 있어 인허가권자의 영향이 관련 거래에 큰 영향을 미칠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조원태 회장은 송현동 부지에 대해 “제값을 받지 못하면 차라리 팔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진그룹 소유의 종로구 송현동 부지는 일본(일제강점기), 미국이 소유하다 1997년 한국으로 귀속됐다. 대한항공은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매입해 7성급 도심 최고급호텔을 지으려 했으나 각종 인·허가문제로 무산된 바 있다.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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