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송현동 부지 문화공원 조성안 발표대한항공, 협의 되지 않은 일방적 통보에 당황시세 절반가에 매입 계획, 대금 납부까지 최소 2년민간에 매각시 개발권 용인 않겠다는 의사도 밝혀코로나19로 현금마련 시급···일각선 공권력 횡포 지적
재계 안팎에서는 서울시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대한항공의 목을 옥죄는 것과 다름 없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전날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공원 결정안’ 자문을 상정했다. 결정안에 따르면 현재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이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는 자문 의견을 반영해 다음달 중 열람공고 등 관련 절차를 추진한 뒤 올해 안에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내부에는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의 이번 발표가 사실상 ‘송현동 부지를 민간 기업에 팔지 말라’는 압박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촉발된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조2000억원의 자금 수혈을 약속 받았다.
대신 정부는 자발적인 자본확충과 재무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대한항공은 이 일환으로 송현동 부지를 비롯한 유휴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삼성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매각 주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본격적인 절차를 밟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전혀 상의되지 않은 문화공원 계획을 밝히면서 매각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자체감정평가와 예산확보 등 대금 납부 기한이 최소 2년 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시장 가격이 최대 6000억원에 달하지만, 서울시는 약 2000억원의 가격대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간 내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 대한항공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서울시의 압박은 이미 올해 3월부터 노골화됐다. 당시 서울시는 대한항공 측에 민간 매각시 발생하는 개발 요구를 용인할 의사가 없다며 공매 절차를 중단해 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다시 말해, 제3자가 송현동 부지를 매입하더라도 개발권 허용을 해주지 않겠다는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대한항공 측은 유휴자산 매각은 이사회 의결 절차가 필요한 사안이고, 적정 가격을 받지 못할 경우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다는 점을 적극 피력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이 같은 호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문화 공원화 계획을 공개한 배경에 특정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명백한 사유지임에도 공원화 계획을 밀어붙어 대한항공의 매각 계획을 방해하고, 가격을 떨어뜨리고자 하는 악의적인 의도라는 주장이다.
부지에 관심을 보이던 기업들은 서울시의 완고한 입장에 부딪치게 되고, 결국 발을 뺄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더라도 쓸모 없는 땅을 비싸게 사들이는 것인 만큼, 매입 계획을 철회할 것이란 우려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유지인 송현동을 서울시에서 일방적으로 문화공원을 만들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유 시장경제 체제에 맞지 않는 비상식적인 횡포”라며 “코로나19로 막다른 골목에 몰려 추가 자구안조차 내기 힘든 기업을 겁박하는 행위가 계속된다면, 추후 시장에 아주 나쁜 전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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