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보인 기업 15곳 불구 예비입찰 ‘0’곳본입찰 직행 가능하지만 깜짝등판 힘들어서울시 공원화 강행에 노조까지 투쟁키로 현금마련 시급···기내식 등 매각 결단 관측
11일 재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 유휴자산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이 지난 10일 오후 5시 마감한 송현동 부지 매각 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투자 설명서를 받거나, 송현동 땅에 관심을 보인 기업은 15곳 정도 됐다. 이 중 5~6군데는 진지하게 인수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매각 입찰 의향서(LOI)를 낸 매수자는 단 한 곳도 없다.
업계 안팎에서는 기업들이 서울시의 송현동 부지 공원화 강행에 부담을 느낀 탓이라고 분석한다.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이 땅을 매입하더라도, 서울시의 인허가 개발권을 받지 못하면 또다시 공터로 놀릴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결정안 자문을 상정했다.
또 이달 5일에는 송현동 부지 보상비로 4671억3300만원을 책정하고 이를 2022년까지 나눠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서울시는 대한항공이 유휴자산 매각 주관사 선정 절차를 밟던 3월부터 ‘민간 매각시 발생하는 개발 요구를 용인하지 않겠다’며 공개입찰을 멈추라고 압박했다.
예비입찰이 실패하면서 송현동 부지 매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대한항공과 매각 주관사의 계약 기간은 오는 9월까지다. 서울시가 제시한 보상비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된 만큼, 자유로운 가격 협상도 쉽지 않다.
기업들은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본입찰에 뛰어들 수 있다. 하지만 깜짝 등판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유찰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장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대한항공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수혈해 주면서 내년 말까지 2조원 규모의 자체 자본확충을 요구했다.
대한항공은 우선 연내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 처분 등으로 최소 5000억~6000억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송현동 부지의 시장가를 약 6000억원대로 추산한다.
송현동 부지 매각이 어려워지면서, 플랜B 가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이 조만간 마무리되는 기내식과 항공정비(MRO) 등 사업부 밸류에이션 작업과 매각 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라 최종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제값에) 안 팔리면 갖고 있겠다”고 말했다. 헐값으로 내놓을 바엔 아예 매각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해석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에는 사업부 매각 계획이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 매각을 무산시킨 만큼,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 광장 앞에서 ‘송현동 부지 자유경쟁 입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자유경제시장 논리에 따라 정당한 경쟁 입찰을 치루고, 합리적인 가격을 치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회사가 송현동 부지 매각을 결정한 것은 고용안정을 위한 노력”이라며 “하지만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공원화를 추진하면서, 사업부 매각설이 불거졌고 2만명이 넘는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의 갑질횡포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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