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카카오페이 예비입찰 불참교보생명, 본입찰 완주 여부 불투명
신창재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FI)간 분쟁 속에 자본 확충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교보생명이 본입찰까지 인수전을 완주할 지는 불투명한 상황이서 매각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악사손보 매각주관사가 삼정KPMG가 이날 진행한 예비입찰에는 교보생명이 참여했다.
당초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신한금융은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인수 후보였던 카카오의 자회사로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지분은 프랑스 악사그룹이 보유한 지분 99.7%이며, 매각 가격은 1600억~24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교보생명은 지난 2007년 악사그룹에 악사손보 지분을 1000억원에 매각한 이후 13년만에 재인수를 추진한다.
악사손보는 지난 2000년 코리아다이렉트로 출범한 이후 국내 최초로 전화를 이용해 계약을 체결하는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을 출시한 온라인 전업 손해보험사다.
2001년 교보생명이 인수해 교보자동차보험으로 사명을 변경했다가 2007년 악사그룹이 지분을 인수하면서 교보악사자동차보험으로 다시 간판을 바꾼 뒤 2009년 현재의 사명으로 재출범했다.
교보생명은 악사손보 인수 시 디지털 손보사로 전환해 인터넷 전업 생명보험 자회사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과의 협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보생명은 지난 5월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000억원을 추가로 출자하는 등 디지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에 대한 출자는 디지털 플랫폼회사로 성장시키기 위한 선제적 투자라는 게 교보생명 측의 설명이다.
비(非)은행 사업 다각화를 위해 손해보험업 진출을 추진해 온 신한금융은 인수전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에 매각된 롯데손해보험 인수 여부를 검토하는 등 손보사 인수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해 내년 7월 신한생명과 통합할 예정인 신한금융은 손보사 인수 시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가 완성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악사손보의 경우 규모가 작아 시장지배력 확대에 한계가 있고 자동차보험 위주의 사업 구조상 수익성이 낮다는 점을 고려해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악사손보는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1조66억원 규모의 소형사다. 지난해 당기순손익은 369억원 손실로 전년 164억원 이익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악사손보는 전체 원수보험료 중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웃돈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원수보험료 7553억원 중 6371억원(84.4%)이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였다.
신한금융이 악사손보를 인수할 경우 더케이손해보험(현 하나손해보험)을 인수한 하나금융지주와 같이 디지털 손보사 전환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돼왔다.
또 다른 인수 후보로 거론돼 온 카카오페이는 악사손보 인수 대신 독자 설립 방침을 고수한 것 전해졌다.
카카오페이는 손보업계 1위사 삼성화재와의 디지털 손보사 합작 설립이 자동차보험 판매에 대한 이견 등으로 무산된 이후 독자 설립을 추진해왔다.
신한금융과 카카오페이의 불참으로 예비입찰이 사실상 흥행에 실패한 가운데 교보생명이 본입찰에 참여할 지도 미지수다.
교보생명은 최대주주 신창재 회장과 FI간 풋옵션 분쟁 장기화로 회사 안팎이 어수선한 상황이다. 신 회장은 지난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한 FI 측이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 제기한 중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오는 2023년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신(新)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에서 악사손보 인수 시 자본 확충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악사그룹과 함께 교보악사자산운용을 운영 중인 교보생명이 매각 흥행을 돕기 위해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악사손보 노조는 예비입찰 당일 악사그룹이 밀실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PFF로의 매각을 반대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전국사금융서비스노조 악사손보지부는 이날 서울 용산구 악사손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미 악사손보의 매각과 자본 철수는 공공연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경영진 누구도 직원들에게 일언반구조차 없다”며 “일방적인 밀실 매각을 중단하고 노조와 투명한 매각을 즉각 협의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보험사는 단지 이윤만을 추구하는 금융사가 아니다. 수백만 고객의 위험을 담보하는 보험사에게는 높은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이 함께 요구된다”며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과 보험산업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약탈적 PEF로의 매각을 결사 반대한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장기영 기자
jky@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