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결식 오전 7시30분 비공개로 진행마지막 가는 길 ‘차분하고 조용하게’ 진행화성사업장서 마지막 인사···임직원 국화 배웅
이날 오전 7시30분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지하 강당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유족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영결식은 이수빈 삼성 회장의 약력보고, 고인의 고교 동창인 김필규 회장의 이건희 회장과의 추억, 추모영상 상영, 참석자 헌화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수빈 회장은 약력보고를 하면서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산업의 초석을 다지고 신경영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고인의 삶을 회고하다 영면에 드셨다”는 부분에서 목이 메인 듯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영결식 추모 영상에선 1987년 12월 삼성 회장 취임 이후 2014년 쓰러지기까지, 삼성을 변화와 도전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경영인 이건희, 사물의 본질 탐구에 몰두하는 소년 이건희, 스포츠 외교와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대한민국에 기여한 이건희 등 이 회장의 다양한 면면을 조망했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은 차분하고 조용하게 진행됐다. 검은색 운구차와 유가족과 친지를 태운 대형버스, 그리고 권오현 상임고문과 최지성·이학수 전 부회장을 비롯한 사장단을 태운 소형 버스 3대가 움직였다.
유족을 태운 버스는 이날 오전 8시25분께 서울삼성병원을 출발해 고인의 한남동 자택과 리움미술관, 서초사옥 등을 정차하지 않고 곧바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수원 선산 방향으로 갔다.
다만 검은 운구차는 이건희 회장이 생전 집무실로 사용한 이태원 승지원을 돌고 수원으로 향했다. 운구차는 오전 11시께 화성 반도체 사업장에 잠시 들러 약 20분간 머물렀다. 임직원 약 1000여명이 국화를 들고 이 회장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했다.
이 회장이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지난 25일 6년5개월만에 타계하자 나흘간 장례 땐 정재계, 예술계 등 각계각층 조문객 발길이 이어졌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은 이건희 회장이 대한민국에 심어준 1등 기업가 정신에 감사의 뜻을 표했고, IT업계 대표주자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이건희 회장이 있었기 때문에 저희도 있었다”는 말로 고인을 애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화를 보냈고 정세균 국무총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박용진·하태경 의원, 홍남기 경제부총리,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정계에서도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을 ‘한국의 삼성’에서 ‘세계의 삼성’으로 변모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건희 회장 취임 첫해인 1987년 자산이 10조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803조원으로 793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10조원이던 매출액도 315조원으로 급격히 뛰었다.
1993년 6월 ‘이건희식 신경영’을 외친 프랑크푸르트 선언 때는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유명한 어록도 남겼다.
2008년 삼성 비자금 사건 이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가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하면서 이 회장은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다”며 “삼성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고 임직원에 위기의식을 불어넣었다.
2011년 여성임원 오찬 땐 “여성임원은 사장까지 돼야 한다. 사장이 되면 본인의 뜻과 역량을 다 펼칠 수 있으니 사장까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병상에 눕기 직전이던 2014년 1월2일 신년사에선 “5년 전, 10년 전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하드웨어적인 프로세스와 문화는 과감하게 버리자”며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고 임직원에 주문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르면 다음달 삼성 3대 회장에 오를 것이란 재계 관측이 나온다. 부친 이건희 회장은 이병철 선대회장이 1987년 11월19일 타계하자 13일 만인 12월1일 회장으로 취임했다. 오너 일가 승계가 진행된 4대그룹 총수 중 이 부회장만 아직 회장 직함을 달지 못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운 이후 지난 6년간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해왔고, 사법리스크와 상관없이 굳이 회장 승진 시기를 미룰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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