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상사·판토스, LG그룹 의존도 높아···고객 다변화 필요‘고령’ 구 고문, 계열분리 목적은 ‘장남 구형모’ 경영승계
LG 가문의 전통에 맞춰 LG그룹에서 분사되는 회사는 LG가 아닌 다른 상호를 갖고 내년 초부터 공식 출범을 알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LG상사, LG하우시스 등의 분사가 최종 확정되면 LG가 아닌 제2의 회사로 탈바꿈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5년간 LG그룹 경영에 힘써온 구 고문은 향후 분리될 LG상사, 판토스, LG하우시스의 경쟁력 확보와 실적성장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구 고문이 내년 70세가 되는 고령인 만큼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출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장남 구형모 씨에게 진행될 승계작업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구 고문이 현재 LG의 주력 사업인 전자·화학을 제외한 LG상사 사업군을 비롯해 물류·건자재 등 비주력 사업을 갖고 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핵심 사업과 연관성은 최대한 낮추는 동시에 안정적인 매출을 내고 있는 곳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구 고문은 약 1조원 가량에 달하는 지주사 지분 7.72%를 보유 중이다. 이에 지주사 ㈜LG가 보유한 LG상사 지분과 무리없이 지분거래가 가능할 전망이다. LG는 LG상사 지분 24.69%와 LG하우시스 지분 33.53%를 보유 중이며 해당 지분의 가치는 지난 16일 종가 기준 각각 1776억과 1963억원으로 총 3729억원 수준이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구제적인 계열분리 방법에 따라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상이할 수 있으나 해당 기업들이 화학, 전자 등 그룹의 주력사업과 상관관계가 상대적으로 낮고 지분의 시장가치도 LG 시가총액의 2.9% 수준에 불과해 LG의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LG상사가 현재 판토스 지분 51%를 보유 중인 만큼 판토스도 함께 계열분리 될 것이 유력하다. 업계에서는 이번 LG그룹의 계열분리로 그동안 지적됐던 판토스와의 내부거래 비율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판토스의 전체 거래 중 그룹 계열사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어서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부담이 컸다.
하지만 반대로 LG그룹 해외 물류를 맡았던 판토스의 경우 계열분리 후 LG그룹과의 거래가 기존 대비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만큼 새로운 고객층과 신사업 확장에 힘써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LG상사는 자회사 판토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LG상사 영업이익 가운데 물류부문(판토스)이 차지하는 비중은 83%로 집계됐다. 판토스의 2019년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4조1998억원 가운데 LG전자와 LG화학 등 LG그룹의 매출은 2조6854억원으로 63.94%에 달한다.
LG상사도 3분기 분기보고서를 통해 주요 매출처인 LG전자에 대한 3분기 기준 매출 비중이 48.1% 수준이라고 공시했다.
계열분리 후 판토스가 담당하는 LG그룹 물량이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은 적으나 LG상사와 판토스의 고객사 다변화는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실적 성장을 위한 LG상사의 노력은 2~3년전 인수한 인도네시아 팜오일 신규 농장들의 사업 정상화와 강점을 보유한 동남아 지역으로 수출 가능한 여러 아이템 확보를 위해 국내 스타트업 업체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투자 플랫폼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계열분리 후 구 고문의 아들인 구형모 씨로의 경영승계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 고문이 승계를 마치면 사촌 형인 구광모 LG 회장과 함께 LG가 4세 경영을 이끌게 된다.
구 고문은 아들 구형모, 딸 구연제 씨를 슬하에 두고 있다. 1987년생인 구형모 씨는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 졸업 후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다 2014년 LG전자에 대리로 입사했다. 현재는 LG전자 책임으로 2018년부터 일본 법인에서 신사업 발굴 등을 담당하고 있다.
구형모 씨는 과거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 생산업체 지흥을 설립해 지분 100%를 보유하기도 했으나 지난 2018년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업계에서는 계열분리가 마무리되면 구 씨가 LG전자를 퇴사하고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직 구 씨의 나이가 어린 만큼 당장 경영 전면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며 구 씨가 LG상사나 LG하우시스 등에서 경영수업을 충분히 받을 수 있게 한 뒤 자연스럽게 승계구도를 밟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jisuk618@newsway.co.kr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lennon@newsway.co.kr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dori@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