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첫주 회추위 가동 유력···설연휴 전에 후보 확정될 듯차기 회장 유력 후보 안 보여···함영주 ‘법정 리스크’ 발목일각서 ‘김정태 한시적 연임’ 거론···하나금융 사실상 부인
이제 금융지주 회장의 거취를 정해야 할 곳은 딱 한 자리만 남았다. 금융지주 순이익 3위 하나금융지주의 회장이다. 지난 2012년 김정태 회장이 김승유 전 회장에 이어 취임한 후 3번 연속 CEO 자리를 지켰다. 금융권 안팎에서 김 회장의 용퇴설이 솔솔 피어나고 있지만 정확히 드러난 용퇴설의 실체는 없다. 따라서 앞으로의 상황 변동에 따라 하나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 구도에도 큰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이사회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내년 초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회추위원 전원이 사외이사로 구성된 하나금융 회추위는 윤성복 위원장을 필두로 박원구, 차은영, 백태승, 김홍진, 양동훈, 허윤, 이정원 이사가 참여하고 있다.
김정태 현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다. 원활하고 차분한 경영 승계를 위한다면 임기 종료 한 달 전쯤에는 차기 회장 후보가 확정돼야 한다. 더구나 연초에는 설연휴도 끼어 있다. 따라서 늦어도 오는 2월 중순 안에는 차기 회장 후보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이 확정됐던 지난 2018년에는 1월 4일에 회추위 첫 회의가 열렸고 아홉 차례의 회의를 연 끝에 1월 22일 김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확정했다. 이번에도 이 당시와 비슷한 시점에서 차기 회장 후보가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올해는 2년 전과 기류가 약간 다르다. 2년 전에는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이 기정사실처럼 굳어진 상황에서 최범수 전 코리아크레딧뷰로 대표, 김한조 전 외환은행장과 경쟁을 펼친 바 있다. 결과는 김 회장의 완승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유력한 후보마저도 딱히 드러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함영주 부회장이 유력한 김 회장의 후계자로 꼽혔다. 그러나 하나은행의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사태와 이로 인한 금융당국의 중징계가 영향을 끼쳤다.
여기에 채용비리 사건에 대한 재판도 진행 중이어서 함 부회장이 회장에 오른다고 해도 상당기간 법정 리스크 때문에 곤욕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함 부회장을 유력 후보군에서 제외하는 시각도 일부 있다.
문제는 함 부회장을 빼고는 이렇다 할 경쟁 후보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나금융에는 함 부회장 외에도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와 이은형 국외사업부문 부회장 등 2명의 부회장이 더 있다.
이진국 부회장은 그동안 하나금투에서 보여준 성과가 돋보이지만 은행계 금융그룹에서 적자(嫡子) 취급을 받지 못하는 증권사 CEO라는 점이 약점이다. 이은형 부회장은 중국 사업에서만 특화된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은행업 본연의 사업 파악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예측이 불가능한 외부 인사로는 금융권 안팎의 여러 사람들이 언급되고 있다. 다만 최근 금융권 인사의 트렌드를 고려할 때 관료 출신이나 과거 금융권에서 몸담았던 ‘올드보이’ 금융인의 등장 가능성은 적게 점쳐지고 있다.
자회사 CEO 중에서는 지성규 하나은행장도 CEO 후보군에 들 수 있겠지만 차기 회장 후보보다는 은행장 연임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 아직 은행장으로서 기회를 더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정태 회장이 시한부 임기 연장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올라오고 있다.
물론 김 회장이 임기 종료 후 용퇴 의사를 품고 있다고 전해지지만 그룹 안팎 상황이 여의치 않은 만큼 후계 CEO 후보군이 풍부해질 때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CEO를 더 맡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측은 “확인된 것이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김정태 회장이 워낙 오랫동안 꾸준하게 성과를 창출한 바 있기에 후임 CEO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따를 수 있다”며 “그러나 CEO 공백이 길어지면 하나금융에도 적잖은 혼란이 벌어지기에 최대한 빠르게 의사결정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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