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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폭주 예상됐는데’···증권사 돌아가며 사고

[먹통 MTS]‘이용자 폭주 예상됐는데’···증권사 돌아가며 사고

등록 2021.01.13 08:20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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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KB·NH·신한 등 일부 증권사 시스템 장애 발생지난해 최다 오류는 키움증권···피해는 오로지 ‘투자자 몫’“보상도 쉽지 않아···재발방지 위해선 대규모 투자 필요”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동학개미열풍 이후 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한 개인투자자 A씨는 지난 11일 장 개장 후 주식매매를 위해 신한금융투자 MTS에 접속하려 했지만 ‘서비스 이용이 원활하지 않다’는 메시지가 뜨며 접속이 되지 않았다. 다급한 마음에 전화 주문이라도 하려고 했지만, ARS조차 연결되지 않았다.

1시간 넘게 발을 동동 구른 A씨는 뒤늦은 서버 정상화로 인해 주식을 제때 매도하지 못했고, 결국 적잖은 손실을 입게 됐다. A씨는 “장 초반 이용자 폭주가 뻔히 예상되는 상황인데, 증권사에서 아무런 대비가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새해 들어 주요 증권사 홈트레이딩서비스(HTS)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크고 작은 전산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이는 최근 증시 급등으로 주식시장에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몰린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새해 첫 증시가 시작된 지난 4일부터 주요 증권사의 MTS와 HTS의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접속 장애에서부터 잔고 조회 지연, 매매거래 오류까지 문제 유형도 다양했다.

KB증권은 새해 개장 직후인 오전 10시께부터 10여분간 온라인 시스템 접속이 지연이 발생했다. 같은 날 NH투자증권에서도 개장 이후 40분가량 MTS, HTS에서 주식 잔고 조회 등 일부 업무의 조회가 지연됐다. 모두 사용자 폭주로 인한 전산장애였다.

또한,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260선을 돌파한 지난 12일에는 장 개장과 동시에 신한금융투자 HTS, MTS에서 장애가 발생해 투자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간편 인증 쪽에 고객들이 많이 접속하고 있어 지연 장애가 생겼다”고 밝혔지만, 먹통이 된 시스템은 무려 1시간 30분이나 지난 오전 10시 30분께 복구가 완료됐다.

더 큰 문제는 증권사들의 시스템 전산오류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국내 주요 증권사에서 총 52건의 시스템 장애 사고가 발생했다. 즉 한 달에 1회 이상 지속적으로 전산오류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이로 인한 투자자 민원은 1만2708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가장 많은 시스템 장애가 발생한 증권사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3월에만 4차례 전산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사태가 발생한 4월엔 마이너스 유가를 인식하지 못해 HTS에서 원유 관련 일부 상품의 거래가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 테슬라 주식이 5분의 1로 액면분할 된 지난해 8월에도 고객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이 액면분할가에 준하는 가격에 자동으로 매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9년 전산장애로 인한 민원이 총 3건에 불과했던 키움증권은 지난해 1~3분기 동안에만 관련 민원이 150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 증시 내 개인투자자가 급증하면서 자연스레 전산오류도 늘어난 것이다. 현재 키움증권의 개인투자자 시장 점유율은 30.1%로 업계 1위다.

반복되는 전산사고에 증권사들은 서버 증설을 비롯한 시스템 개선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이와 유사한 사고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시가 이례적인 변동성을 보이면서 주식 투자에 나서는 개인들이 급증했다”면서 “전산 중앙처리장치를 늘리는 등 증권사들도 서비스 개선을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지만 관련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사무에서 발생하는 오류와 달리 전산오류는 수많은 불특정 다수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촉각을 다투는 증권시장에서의 전산오류는 투자자들의 재산적 피해를 가져올 수 있고, 피해규모가 클 경우 분쟁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증권사들 역시 재발방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은 “단 몇 분의 시스템 사고가 투자자들의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신뢰를 잃게 되는 만큼 금융사들은 평소 시스템 개선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주식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는 툭하면 터지는 전산 사고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 개인투자자 B씨는 “증권사마다 돌아가면서 사고가 터지는데, 어느 증권사를 믿고 써야될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투자자 C씨는 “전산오류로 개장 직후 매수하려던 종목을 제 때 매수하지 못 했다”면서 “오류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면 당연히 피해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데, 증권사들의 소극적인 태도에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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