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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활황에도 3조 2600억원 내다 판 연기금, 왜?

증시 활황에도 3조 2600억원 내다 판 연기금, 왜?

등록 2021.01.13 14:12

수정 2021.01.13 14:29

조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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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새해 8거래일 연속 매도 ‘옵션만기’, ‘자산비중 유지’가 이유운용자산 772조 중 국내주식 16.8%전문가들 “국내 주식 비중 늘릴 때”

새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이 8조원 살 때 기관은 8조원 팔았다. 기관 중에도 연기금 매도세가 유독 거세 눈에 띈다.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연기금은 총 3조2684억원을 매도하며 기관 가운데 가장 많이 매도했다. 같은 기간 투자자 분류별 코스피 매매 추세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개인은 8조5499억원을 ‘사자’, 외국인은 960억원을 ‘팔자’, 기관은 8조6747억원을 ‘팔자’ 했다.

최근 폭등장 가운데 장 중 나타난 단기 급락의 주된 이유로 오는 14일 옵션 만기일을 앞두고 전문 투자자들이 콜옵션 권리를 행사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파악되지만, 증권시장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증시 부양 관점에서 기관을 비롯한 큰 손 ‘연기금’의 매도 이유를 자세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제언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증시 활황에도 3조 2600억원 내다 판 연기금, 왜? 기사의 사진

◇자산 비중 때문에··· 우량주 더 오를 것 알아도 팔 수밖에 없는 기관

그 어느 때보다 개인들의 주식 투자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연기금이 새해 벽두부터 개인 투자자들을 배신하는 모양새처럼 비치는 ‘차익 실현’을 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복잡하지만 크게 ‘옵션 만기일’과 ‘자산 비중 유지’ 이렇게 두 요인이 중첩돼 나타난 현상이라 분석할 수 있다.

먼저 옵션 행사는 시장 가격에 영향을 준다. 가령 이번 달 14일이 만기인 삼성전자 콜옵션을 누군가가 6만원에 구매했다면, 그 이전에 권리를 행사해 해당 옵션을 청산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이때 현재의 8만원대 주가가 아닌 6만원에 주식을 구매하기 때문에 지수와 주가는 만기일 전후로 출렁일 수밖에 없다.

옵션 구매자들은 상장 주식이 향후 더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돼도 옵션 만기일 전에 미리 사둔 권리를 기계적으로 행사해야만 한다. 주식이 매력적이어서 보유하고 싶어도 매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연기금뿐만 아니라 금융투자, 투자신탁 등 다른 기관 혹은 전문 개인투자자들에게도 해당한다.

이번 상승장에서 연기금 매도 비중이 높은 이유는 △국민연금 등이 올해 자산 운용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식 비중을 축소했고 △통상 1년 단위로 기금운용계획을 수립하므로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렵고 △국내주식 수익률이 치솟자 연말 자산군별 목표 비중에 맞춰 기계적으로 매도하는 시스템 때문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민연금 ‘772조원 규모’ 포트폴리오에서 국내주식 비중은 고작 16.8% 그쳐

한국거래소가 구분하는 투자자 분류상 연기금은 연금, 기금, 공제회와 함께 국가, 지자체 등을 포함한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행정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이 연기금 투자자에 해당한다.

김제동 군인공제회 부이사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목표 수익률을 정해놓은 기관들은 지수가 급등하면 기존 자산 배분 비율에 따라 국내주식 비중을 맞추는 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연기금 운용 규정상 국내주식 수익률이 높고, 다른 자산 수익률이 낮다면 수익이 큰 주식은 팔고 수익이 낮은 다른 자산은 보유해 자산 비중을 기계적으로 맞춰야 하기도 한다.

연기금 가운데 기금운용계획을 비교적 상세히 제시하고 있는 곳은 국민연금 정도다. 연기금 대표 격인 국민연금은 올해 기금운용계획을 지난 5월 20일에 수립했다. 이때 올해 여유자금 96조원에 대한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살펴보면 △국내주식 16.8% △해외주식 25.1% △국내채권 37.9% △해외채권 7.0% △대체투자 13.2%다. 올해 연말까지 전체 기금 역시 이 비중에 따라 운용하겠다는 목표치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의 전체 기금 운용 규모는 지난해 10월말 기준 772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연말 자산군별 연말 목표 비중에서 국내주식 비중은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다. 국내채권 목표 비중은 지난해 10월 포트폴리오 비중인 42.2%(326조원)에서 37.9%로 소폭 줄었지만, 해외주식 비중을 22.3%(172조원)에서 25.1%로 늘린 상황에서 국내주식은 18%(139조원)에서 16.8%로 오히려 1.2%P 줄였다.

연기금의 국내주식 목표 비중 책정이 증권가 연간 전망과 최근 일반인들의 주식 투자 열풍에 역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속속 나온다. 올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현대모비스, LG화학, 카카오 등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을 비롯해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이 4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이례적으로 개인이 새해 들어서만 8조원 넘게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활황에도 3조 2600억원 내다 판 연기금, 왜? 기사의 사진

◇전문가 “연기금, 중장기적으로 위험 자산 비중 늘려도 괜찮아”

시장 관계자들은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국민의 퇴직연금 등으로 구성된 자산을 기초로 기금을 운용하는 특성상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므로 포트폴리오를 채권 등 안전 자산 위주로 구성할 수밖에 없다고도 말한다. 국내주식 투자자 입장에서는 올해 국민연금 기금운용 포트폴리오가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말이다.

결국 국내 주식 시장으로 연기금 자금이 유입되려면 자산 운용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기금은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기타대체자산으로 자산을 분류해 투자하고 있는데 안전자산인 채권 기대수익률은 최저금리가 현재처럼 지속될 경우 매력도가 줄 수밖에 없다”며 “상대적으로 위험 자산인 국내외 주식에 대한 투자 매력이 자산 배분 관점에서 코로나19 이후의 기조로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그중에서도 한국 주식 시장에 대한 글로벌 차원의 매력이 향후 높아질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우리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프랑스, 이태리 등 G7 국가들이 코로나19 방역에 실패한 가운데 중국 의존 제조업 비중이 큰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회복력을 보여 수익성과 성장성 측면에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하반기 글로벌 증시 우려 요인으로 “미국의 테이퍼링(양적 완화 규모 축소)에 따른 유동성 회수 가능성, 기업 법인세 인상” 등을 들면서도 “한국 증시를 전망할 때 항상 거론되는 북한 리스크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있고, 배당 수익률과 ESG 평가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연기금이 국내주식 비중을 실제로 확대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원은 “국민연금을 차치하고서라도 많은 연기금 투자자 포트폴리오에서 위험 자산 비중은 높지 않은 상황이어서 위험 자산 비중을 늘리는 쪽으로 중장기적 기금운용 방향성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조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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