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컬리·두나무·야놀자 등 물망...성장성 높지만 자금흐름 ‘병목’“대규모 자금마련 해법은 美서 IPO”...수익창출 능력 평가 관건내수 사업 위주인데 상장유지 비용 연 수십억...커지는 실익 논란
쿠팡은 NYSE 상장 첫날인 지난 11일(현지시간) 시가총액 100조원을 넘기며 샴페인을 터뜨렸다. 국내 온라인 커머스 시장 1위 기업인 쿠팡은 이번 IPO를 통해 약 5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약 4조원에 달하는 누적적자를 단숨에 만회한 셈이다.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으로 국내기업들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분위기다. 글로벌 무대에서 대형주로 평가받은 쿠팡 덕분에 국내기업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인식도 달라졌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국내 다수 기업들의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향후 미국 증시 상장이 기대되는 국내 기업은 마켓컬리(식자재 전자상거래), 두나무(블록체인·핀테크), 스마트스터디(영유아 콘텐츠), 야놀자(국내 숙박) 등이다. 이들이 모두 상장된다면 두루넷을 시작으로 국내 IT 기업들이 연달아 나스닥에 입성했던 과거가 재현되는 셈이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높은 성장성을 갖추고 있지만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대규모 자금 마련의 해답은 미국 증시에 있다는 계산이다. 전통적인 밸류에이션 평가지표를 뛰어넘은 쿠팡의 사례로 비춰볼 때 다른 혁신기업들도 미국에서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기업가치 평가 측면에서도 국내보다 미국 상장이 유리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쿠팡이 상장된 뉴욕증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자본시장으로, 알리바바 등 중국기업만 217개가 상장돼 있다. 일본과 대만 기업도 각각 13개, 10개씩 입성해 있다.
실제로 쿠팡 시총이 100조원을 넘나들 때 이마트의 시총은 5조원에 머물러 있다. 이마트는 식품 유통 시장에서 국내 최고의 지위를 점한 사업자이지만, 정작 주가는 박스권에 갇힌 모습이다.
관건은 미국 증시가 국내 기업들의 수익창출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다. 기업에 이익이 발생하면 적정 멀티플을 부여하는 게 어렵지 않지만, 적자라면 머리가 복잡해진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은 쿠팡도 만년 적자 탓에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미국 상장을 추진 중인 국내기업들이 대부분 ‘내수기업’이라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해외 자본조달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한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주된 매출이 해외 시장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실익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앞서 2000년 전후로 나스닥에 입성했던 국내 IT 업체들은 연간 수십억원 내외의 상장유지 비용을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빈손으로 돌아왔다. 회계감사·법률자문·사외이사 보수 등으로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도 주식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면 손익계산서는 ‘마이너스’라는 이야기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장을 통한 자본조달도 중요하지만 상장 이후 ‘유지’가 관건”이라며 “공장 증설, 물류시설 확대, 기업 인수 등이 아닌 대주주의 주식 매각, 부동산 투자 등의 보수적인 경영방침은 투자자들의 등을 돌리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의 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도 국내업체 해외 상장의 변수다. 쿠팡은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40.7% 상승한 49.25달러에 마감했으나 일주일 뒤인 지난 19일(현지시간)엔 44.89달러에 머물렀다. 첫날 대비 8.8% 빠진 수치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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