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알리바바보다 높은 PSR...몸값 고평가에 밸류에이션 논란풀필먼트 서비스 확대로 실적개선 기대감...“내년 흑자전환 가능”기존 지표로 몸값 평가 한계...“시총 48조 밑으론 안 떨어질 것”
국내 온라인 커머스 시장 1위 기업인 쿠팡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 상장됐다. 이날 쿠팡의 시초가는 공모가(35달러) 대비 81.4% 오른 63.50달러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69.0달러를 찍기도 했으나 장 막판 힘이 떨어지며 49.25달러로 마감했다. 이날 종가는 공모가 대비 40.71% 상승한 수치다.
당초 쿠팡의 기업가치는 공모희망가(27~30달러) 상단을 기준으로 약 57조원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이 기대를 뛰어넘으면서 이날 종가 기준 시총은 약 100조4000억원(886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쿠팡은 이번 IPO를 통해 5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PSR 7.6배...같은 시기 아마존·알리바바보다 몸값 고평가
증권가에선 100조원이 넘는 쿠팡의 몸값을 두고 밸류에이션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쿠팡의 PSR(주가매출비율)은 지난해 코로나19 덕분에 90% 성장한 매출(13조3000억원)을 기준으로 7.6배에 달한다. 기업의 PSR이 높을수록 고평가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상장 첫날을 기준으로 미국 아마존의 PSR은 3.3배, 이베이는 3.2배, 알리바바는 6.0배였다. 쿠팡은 독보적인 성장성을 갖추고 있지만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기대 이상으로 높게 평가받은 현재 몸값이 적정한지는 향후 외형성장과 수익성 개선에 달려있는 셈이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쿠팡의 밸류에이션 정당화 및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한국 온라인 시장 내 포털사이트 영향력을 가져올 수 있는 과점 수준의 점유율 확보가 요구된다”며 “아마존이 풀필먼트와 프라임 서비스를 확장하기 시작했던 2006~2007년도 평균 PSR은 2.0배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올해 쿠팡이 매출 18조7000억원, 영업적자 1695억원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이 93.1% 늘고 적자가 축소될 것이란 예상이다. 풀필먼트 서비스 확장으로 영업적자가 줄고 2022년엔 흑자전환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에셋대우가 쿠팡의 수익성 개선을 내다보는 근거는 풀필먼트 서비스의 확대다. 올해부터 풀필먼트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오픈마켓 거래금액 비중 증가 및 이에 따른 손익 개선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2019년 반납했던 택배 라이센스를 올해 다시 취득하고 택배차량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시장 점유율 낮아도 성장여력은 충분...“시총 67조원 수준 유지할 것”
유진투자증권은 쿠팡이 아마존보다 높고 알리바바와 유사한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았다고 평가했다. 쿠팡의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13% 수준에 불과하지만 향후 성장 여력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종가 기준 쿠팡의 기업가치는 891억달러로, 올해 매출액이 50% 증가한다고 가정했을 때 PSR은 5.4배”라며 “지난해 쿠팡의 성장률(91%)은 아마존(38%), 알리바바(30%), 이베이(19%)를 크게 상회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쿠팡이 높은 기업가치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쿠팡은 주가 35달러 이상, 시총 기준으로는 600억달러(67조7000억원) 이상에서 거래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상장 후 변동성이 있을 수 있지만 주가의 하단은 주가 25달러, 시총 430억달러(약 48조5000억원)로 제시한다”고 분석했다.
◇기존 밸류 지표는 미래가치 예측에 한계...이커머스 경쟁 심화 변수
이효석 SK증권 연구원은 쿠팡을 ‘대포’에 비유했다. 과거 중세시대 대포가 ‘성’을 무너뜨린 것처럼 쿠팡은 PER, PBR 등 전통적인 밸류에이션 개념을 허물었다는 이야기다.
이 연구원은 “쿠팡의 기업가치 100조원은 말도 안 되는 가격이고 결국 다 빠질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은 쿠팡을 통해 기존 밸류에이션 방법론의 한계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고 말했다.
키움증권도 매출 관련 밸류에이션 지표는 미래 기업가치 예측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봤다. 수익성이 매우 낮거나 적자인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기 유용하지만, 회사의 이익 창출력을 설명하기 어려워서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쿠팡의 공모가(35달러)는 투자자들 입장에서 미래 주가의 하한선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있다”며 “쿠팡의 중장기 EV/EBITDA(적정주가)는 아마존과 알리바바의 평균에서 20% 정도 할인한 15~16배 수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한편, 코로나19 완화 국면과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이슈는 쿠팡의 몸값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쿠팡이 속한 이커머스 시장이 상대적으로 둔화되거나 경쟁이 심화될 수 있어서다. 이마트·네이버의 지분 교환 가능성과 물류센터 건립 지연 등도 쿠팡의 외형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는 리스크로 꼽힌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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