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시행됐지만 이용자 보호 조치 등 미흡“건전한 발전과 투자자 보호 위해 고민 필요”
9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블록체인협회 등이 주최한 ‘가상자산 업권법 왜 필요한가’에서 박종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가상자산 제도화가 “기술은 장려하지만 가상자산업은 억제하는 분위기”라며 “제도와 법률 관련 논의는 광범위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3월 25일 특금법 개정법률이라는 큰 변화가 있었지만 정부에선 가상자산 제도화가 아니라고 공식 발표했다. 제도화는 먼 얘기라는 평가가 나온다”며 “특정 목적과 특정 분야에 한정되는 건 제도화라고 보기 어려울 것 같고, 단순한 합법화 역시 제도화라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민사 법규상 가상자산이 민법상 물건 중 동산에 해당 된다고 보기 어려워 민사법에 어떻게 편입될지, 스마트 계약의 효력은 어떤지, 강제집행은 어떻게 할지 등을 논의해야 한다는 풀이다. 특히 범죄 수익 은닉의 경우 가상자산을 몰수할 수 있다는 대법원판결이 있지만, 일반 형사 범죄에선 몰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함께 지적했다.
끝으로 혁신을 장려하되 위험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이 계속되고 있지만 종합적인 프레임워크가 부족하고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한 시장 왜곡 가능성, 가상자산 사업자의 운영 위험 등이 있다”며 “혁신을 장려하고 위험을 관리하려면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조정희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역시 “특금법은 FATF 권고사항 이행을 위한 자금세탁방지 목적에 한해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율하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며 “가상자산업의 규율 및 정상적인 발전을 위한 일반적인 사항이나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도 등에 대해선 충분히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프랑스의 경우 각각 뉴욕 비트라이센스와 프랑스 기업성장변화법을 통해 가상자산업에 대한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선 충분한 제도적 바탕이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홍콩은 가상자산거래플랫폼 규정, 일본은 자금결제법상 암호자산교환업에 대한 근거 마련 등으로 가상자산업을 규정하고 있다.
이어 “가상자산업은 가상자산업이 무엇이고, 발전시키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이용자를 보호할지를 다룬 법”이라며 “특금법은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정의는 있는데 가상자산업에 대한 정의는 없다. 가상자산사업자와 이용자에 대한 정의도 다시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정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표 사례로 거래소 출금 제한을 들었다.
한 변호사는 “출금 제한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이용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현재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거래소에 직접 문의하거나, 손해가 발생했을 때 입증 가능한 부분에 대해 민사소송하는 방법뿐”이라고 말했다.
또 거래소나 프로젝트 소속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하거나,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가 지급준비금을 마련하지 않는 등 고객 자산이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해도 이용자 자산 관리 의무가 어디까지 적용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선 이용자 보호 규정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에선 특히 고객자산에 대한 안전한 보관 의무, 보안시스템 구축 의무, 손해배상 제도와 이의제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런 점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급등락을 반복하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정부는 경고음을 울렸지만, 정작 국내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는 제가 발의하여 통과시켰던 ‘특금법’ 외에는 전무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금법은 자금세탁방지를 목적으로 한 법이고,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기에, 건전한 발전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주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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