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지엄 자료 배포 후 주가 고공행진 남양유업 주최·주관 행사에 임원 발표질병청 “사람 연구해야, 효과 불분명”브랜디스인베스트 견제 위해 셀프발표 의혹
14일 남양유업은 전 거래일 종가(38만원) 대비 17.10% 오른 44만50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장중엔 48만9000원까지 주가가 치솟았다.
전일 까지만해도 30만원 중반대였던 남양유업의 주가는 ‘코로나19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에서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연구 성과를 발표한 직후 상승했다. 해당 심포지엄은 남양유업과 한국의과학연구원이 함께 주최한 행사다.
해당 연구 결과의 핵심은 불가리스가 감기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H1N1)를 99.999%까지 ‘사멸’시키고 코로나19 바이러스도 77.8% 저감 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전일 횡보하던 남양유업의 주가는 장 마감 30분 전에 급등하며 전날보다 8.57% 오른 38만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시간외 단일가는 최대치인 10% 상승한 41만8000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장 마감 후 해당 심포지엄과 남양유업에서 배포한 자료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됐다. 통상 바이오 업계에선 인체에 대한 효능을 발표하기 전 여러 차례 임상시험을 거쳐 입증을 한다. 반면 남양유업이 배포한 자료에는 임상시험에 대한 언급은 존재하지 않는다.
해당 연구는 한국의과학연구원이 ‘개의 신장세포’를 숙주 세포로 인플루엔자 연구를 진행했고, 충남대 수의대 공중보건학 연구실이 남양유업과 함께 ‘원숭이 폐세포’를 숙주 세포로 실험을 했다. 불가리스를 넣은 숙주세포의 바이러스 감소율을 측정한 것이지 음용에 대한 임상결과를 발표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안전성이 담보된 식품(발효유)에 대한 실험결과로, 1회 음용량(150mL) 및 구강을 통해 음용하는 점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소·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발효유 제품이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연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양유업의 주장에 따른다면 ‘불가리스는 인체 내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에도 효과가 있다’고 오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특정 식품 코로나 예방 치료 효과는 사람 대상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실제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식약처는 해당 내용에 대해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적용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타인에게 오해를 유발시키지 않기 위해 필요한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가 누락된 문서 등으로 재산상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에 대해서 자본시장법은 불공정거래 중 하나인 부정거래로 규정한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허위사실 유포, 과장된 정보를 제공한 것이 드러난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하지만 현재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공정거래라고 확정할 순 없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심포지엄에서 ‘항바이러스 면역 연구소 운영과 불가리스 제품의 항바이러스 연구 성과’를 발표한 박종수 박사는 지난 2월 남양유업이 출범한 항바이러스 면역 연구소장이다.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박종수 소장은 남양유업 상무로 미등기임원이다. 또한 2010년 남양유업이 ‘불가리스 20’s true’라는 신제품을 내놓을 당시 남양유업의 연구개발본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패널로 참석한 이연희 서울여자대학교 전 한국미생물학회장 교수의 경우 남양유업의 ‘위력’을 개발해 히트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증권가에선 남양유업이 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내용을 임원이 발표하게 하고 패널까지 남양유업과 관련된 이를 배정하는 등의 무리수를 둔 것은 브랜디스인베스트를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브랜디스인베스트는 지난해 7월부터 남양유업의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 11일부터는 매 영업일마다 남양유업 주식을 매수, 현재 지분율은 8.27% 수준이다.
브랜디스인베스트는 단순 투자 차원에서 남양유업 지분 보유 목적을 밝혔지만 향후 주주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난 2018년 삼천리 지분 8%를 보유했던 브랜디스인베스트는 당시 보유 사유를 단순 투자 목적에서 경영참가 목적으로 변경하고 적극 주주행동에 나선바 있다.
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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