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나생명, 외국계 보험사 최초 디지털 손보사 준비이미 법률검토팀 꾸려 사전 준비 중···연내 신청 예정강점인 TM판매 채널 약화+저출산=신규 계약 부진시그나그룹 헬스케어 사업 DNA 新손보사에 심을 듯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라이나생명 모회사인 미국 시그나그룹은 지난달 말 이사회에서 한국 내 디지털 손보사 설립안을 의결했다. 시그나그룹은 올해 안에 금융당국에 디지털 손보사 예비인가 신청을 위해 라이나생명 내에 법률검토팀을 만들고 사전 준비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라이나생명을 따라다니던 ‘매각설’도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라이나생명은 업계에서 꾸준히 잠재 매물로 거론됐다.
라이나생명이 매각설에 휩싸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국내 보험 판매 채널 변화와 저출산·고령화 기조에 따른 ‘신규 계약 창출 부진’이 이유로 꼽혔다.
라이나생명은 국내에 텔레마케팅과 홈쇼핑 판매 방식을 사실상 처음 도입한 보험사로 꼽힌다. 라이나생명의 판매 금액은 2016년만 해도 텔레마케팅은 초회보험료 기준 2016년 357억2300만원, 홈쇼핑은 49억6700만원으로 업계 1위였다. 이런 판매 채널의 강점을 살려 라이나생명은 무거운 장기 상품보다는 만기 5년 이내의 단기 상품을 주로 팔았다.
그러나 최근 금융권 전반에 불어 닥친 디지털화 바람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앞당겨진 비대면 소비 추세가 융합된 트랜드의 변화로 라이나생명이 두각을 나타냈던 판매 채널은 이제 구식으로 취급받게 됐다. 이에 라이나생명의 지난해 텔레마케팅 초회보험료는 166억8700만원, 홈쇼핑은 14억7100만원을 기록해 2016년 대비 각각 53.28%, 70.38%씩 줄었다.
라이나생명 자본금은 5조가 채 안 된다. 자본 규모로만 보면 중소형에 가가깝지만 사실 이보다 자본금 규모가 작은 보험사는 초소형사들 뿐이다. 반면 라이나생명의 영업이익 비율은 삼성생명, 교보생명에 이른 업계 3위다. 작은 규모로 탄탄한 실적을 내는 알짜 보험사였다는 말이다.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단기 상품을 판매하다 보니 신규 계약이 없으면 기업 실적 유지가 다른 생보사보다 힘든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저출산·고령화 추세도 신규 계약이 줄어든 점도 신규 계약이 줄어든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상황이다. 이런 기조는 앞으로도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라이나생명의 입장에선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2023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회계기준인 IFRS17 도입도 이같은 매각설에 불을 지폈다. 변경된 회계기준은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한다. 자기자본규제도 강화된다. 돌려줘야 할 보험료가 부채로 잡히면 라이나생명과 같이 자본금 규모가 작인 보험사는 진땀을 흘려야 할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짐을 쌀 준비를 하고 있다는 시각이 나왔었다.
라이나생명은 이런 매각설을 의식해 지난 4월 헬스케어 사업을 강화라는 청사진을 내놨다. 조지은 라이나생명 대표이사는 업계에서 제기된 매각설 및 국내시장 철수설에 대해 “전혀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헬스케어 사업을 올해 더 강화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를 추진하기 위한 방편으로 준비 중인 것이 ‘디지털 손보사’ 설립이다. 모회사인 시그나그룹은 자사의 강점인 헬스케어 사업 DNA를 라이나생명 디지털 손보사에 심겠다는 복안이다.
시그나그룹은 미국 상장기업으로는 역사가 가장 깊은 글로벌 보험회사다. 전 세계 1억800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한 것은 물론 원격진료와 건강 평가 및 관리, 보험 약제 관리, 주재원 보험 등 헬스케어 관련 서비스 전반에서 인정받는 기업이다. 이런 모회사의 헬스케어 사업 모델을 국내 디지털 손보사에 접목하겠다는 것이다.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캐롯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카카오페이(2021년 6월 9일 예비인가) 디지털 손보사에 이은 네 번째 디지털 보험사가 된다.
디지털 손보사들의 실적은 아직 가시적으로 나타나진 않았지만 디지털화와 MZ고객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 및 투자가 이어지는 중이다. 실제 23일 한화손보는 자회사 캐롯손보에 616억원 규모 유상증자 참여했다. 지난달에는 티맵모빌리티가 캐롯손보 제3자유상증자에 참여해 100억원을 투자했다. 장기적으로 디지털 보험사가 비전이 있다는 판단이 우세하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이번 라이나생명의 디지털손보 도전에 그간 매각설에 시달렸던 메트라이프, ABL, AIA, 악사손보 등도 긍정적인 검토를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 디지털 손보사가 자리를 잡았다고 보긴 어렵지만 기존 보험업계를 시작으로 최근 카카오페이라는 빅테크 기업도 해당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이에 더해 외국계 기업인 라이나생명도 줄었던 실적을 반전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디지털 손보사를 선택한 것으로 보여 업계 관심이 더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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