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라이벌 신세계에 인수된 G마켓 입점 롯데몰에 엔제리너스 아닌 ‘스타벅스’ 들어서고 롯데슈퍼는 수 년째 스타벅스 쿠폰 이벤트 진행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롯데마트가 ‘G마켓’에 입점하는데 공교롭게도 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가 라이벌 ‘신세계’에 인수된 것이다. 롯데쇼핑은 뿐만 아니라 수년 전부터 고객몰이를 위해 롯데슈퍼 이벤트로 ‘스타벅스’ 쿠폰을 뿌리는 등 경쟁사 상품을 이용한 마케팅을 서슴치 않고 진행하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이날부터 G마켓에 입점해 신선식품 당일배송을 시작한다. 롯데마트가 롯데쇼핑 통합 애플리케이션인 ‘롯데온(ON)’ 이외 온라인 채널에 입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마트는 지금까지 ‘롯데ON’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온라인 채널에 입점하지 않는 전략을 펼쳐왔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온라인 쇼핑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롯데마트도 전략을 바꿨다. 자사 온라인 채널만 입점해서는 점유율을 끌어올리기는 커녕 오히려 이탈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결국 롯데쇼핑을 국내 이커머스 시장 우위에 있는 G마켓에 입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최근 이베이코리아가 신세계그룹 이마트에 인수되면서 G마켓 입점이 난감한 상황으로 바뀌었다. G마켓에는 이미 롯데백화점·롯데홈쇼핑 등 대부분의 롯데 유통사가 입점해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롯데마트의 G마켓 입점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과 별개로 수개월 전부터 논의가 진행된 사안”이라면서도 “채널 다변화 측면에서 입점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롯데와 신세계그룹의 불편한 동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롯데피트인 산본점과 올해 롯데몰 광명점에는 이마트가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스타벅스가 들어섰다. 롯데는 롯데GRS를 통해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를 운영하는 데도 엔제리너스가 아닌 스타벅스를 입점시킨 것이다.
전통적으로 롯데와 신세계그룹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이마트 매장에 롯데 계열인 세븐일레븐이나 엔제리너스가 입점하지 않고, 롯데월드타워에 이마트24나 스타벅스가 들어서지 않는 식이다. 롯데쇼핑을 상징하는 롯데몰에 경쟁사 핵심브랜드 ‘스타벅스’가 입점한 것은 이례적이면서도 파격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집객 효과나 고객 편의성 등 여러 측면에서 스타벅스 브랜드가 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면서 “최근 기업들이 관계사를 무조건 지원해주기보다는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유치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롯데슈퍼 온라인몰에서도 고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수년째 스타벅스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롯데슈퍼는 내달 말까지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한 소비자 대상 응모 이벤트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증정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롯데슈퍼프레시 앱 알림 수신 후 응모해도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추첨해 증정하는 행사도 함께 운영된다. 롯데슈퍼는 이런 이벤트를 약 3~4년 전부터 진행해왔다.
이같이 롯데가 경쟁사 브랜드를 활용해 마케팅을 나선 것에 업계는 다소 의아하다는 분위기다. 최근 들어 롯데와 신세계 경쟁 구도가 더욱 팽팽해졌기 때문. 두 기업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도 한바탕 신경전을 치른 바 있으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또한 SNS를 통해 롯데에 수차례 ‘도발’하며 심기를 건드렸다.
당시 정 부회장은 음성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롯데가 가지고 있는 본업 등 가치 있는 것들을 야구에 연결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롯데가 우릴 울면서 쫓아와야 할 것” 등의 불편한 발언들을 쏟아부었다. ‘동빈이 형’이라는 호칭까지 써가며 비아냥거렸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유통업체 1위였던 롯데가 2위 신세계에 의존하고 있는 굴욕적인 상황”이라며 “트렌드 변화를 빠르게 포착해 쫒아가는 신세계와 달리 롯데는 한여전히 옛날 경영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해 뒤쳐지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롯데가 신세계그룹 온라인 채널에 입점하고 스타벅스 상품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는 오히려 롯데가 생존을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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