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사정 밝은 나영호 대표 “3조도 비싸다” 경영진 설득‘무신사·야놀자’ 등 버티컬 플랫폼 공략 온라인 시장 확대 지름길
28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강희태 부회장은 이커머스 전략으로 식품·명품·패션·가전 카테고리에 특화된 전문 버티컬 플랫폼을 구축해 차별화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강 부회장이 말한 버티컬 플랫폼은 특정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서비스 플랫폼을 일컫는 말이다. 대표적으로 패션에서는 ‘무신사’, 인테리어에서는 ‘오늘의 집’ 등이 꼽힌다. 롯데쇼핑은 이 같은 기존 플랫폼을 인수해 롯데의 색을 입히는 전략을 택하지 않았다. 롯데 각 계열사의 장점을 살려 특화된 플랫폼을 직접 구축해 경쟁력을 키우기로 했다. 가장 먼저 롯데온 앱 내 푸드 전문관 ‘푸드온’과 온라인 패션 전문관 ‘스타일온’을 선보이기로 했다.
이번 강 부회장의 전략은 이커머스 업계 전문가로 불리는 나영호 대표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결과다. 앞서 롯데쇼핑은 이베이 인수전을 추진하면서 이베이코리아에 오랜 기간 몸담았던 나 대표를 영입했다. 나 대표를 영입할 당시 이커머스사업부 주요 임원들도 전문가들을 영입해 새로 배치했다.
이들은 이베이코리아 실사 이후 수조 원을 들여 시장에서 이미 한풀 꺾인 이커머스 업체를 인수해 온라인을 확장하는 것이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거래액 20조원으로 네이버(28조원), 쿠팡(24조원)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는 40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민 포털 ‘네이버’와 미국 뉴욕증시 상장으로 막강한 실탄을 확보해 전방위로 몸집을 불리고 있는 ‘쿠팡’에 비해 특별한 메리트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가치 평가 역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와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기업 역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어 20조원 수준의 거래액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롯데는 이번 인수전에서 인수 희망가보다 턱없이 낮은 금액을 써내며 발을 뺐다. 여기엔 이베이코리아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 대표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의 실상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나영호 대표가 인수를 적극적으로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나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발을 뺀 대신 단기간에 유니콘 기업을 성장한 ‘무신사’ ‘야놀자’ 등과 같은 버티컬 플랫폼 카드를 내밀었다. 각 계열사 특성에 맞는 플랫폼을 특화, 경쟁력을 키워 온라인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버티컬 플랫폼은 각 카테고리에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깔끔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바탕으로 한 분야에 특화된 상품을 모아둔 것인데, 갈수록 세분화·다양화하는 소비자 취향을 제대로 겨냥해 두터운 팬층을 확보했다.
무신사는 지난해 온라인 패션 플랫폼 최초로 거래액 1조원을 넘기면서 국내 10번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장에서 차기 유니콘 후보로 점찍은 오늘의집은 월 거래액이 인테리어 시공까지 합쳐 1000억원대로 불어났다.
강 부회장은 기본적으로 롯데온 내의 특정 카테고리를 전문몰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롯데쇼핑이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그로서리·럭셔리·패션뷰티·가전 카테고리에 특화된 전문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에게 명확한 방문 이유를 제시할 수 있는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롯데쇼핑이 버티컬 플랫폼 확장을 위해 또 한 번 M&A 시장에 눈을 돌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롯데 계열사만으로는 내로라하는 버티컬 플랫폼 경쟁력을 빠른 기간 내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강 부회장도 인수합병(M&A)이나 지분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롯데의 새로운 온라인 시장 공략법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 3조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하고도 단번에 실패했는데, 전문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겠느냐는 시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온은 약 1년 반 동안 소비자들에게 ‘불편하다’라는 인식이 박혀 있어 심폐소생을 위해서는 이를 완전히 뒤집을 수 있는 리뉴얼이 필수적이다”면서도 “그러나 무작정 버티컬 플랫폼으로 방향을 틀기보단 그에 앞서 부정적 인식을 탈피할 수 있는 이미지 쇄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롯데의 버티컬 플랫폼 전략이 롯데온 내에 카테고리를 하나 더 만드는 수준에 그친다면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기보다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신세계그룹처럼 경영 전략에 능한 전문가를 대거 영입해 온전히 힘을 실어주며 환골탈태 수준으로 대대적인 쇄신작업을 거쳐야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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