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오픈 후 누적 가입자 100만명‘전자금융업 미등록 영업’ 문제 발단11일 돌연 사업 중단, 환불 정책 공지이용자 패닉···본사 방문·청와대 청원까지권남희 대표 “리스크 해결 후 서비스 재개”
13일 업계 등에 따르면 수백 명의 이용자들이 환불을 받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 본사로 몰려들었다. 머지포인트는 금융당국이 최근 등록업종 관련 의견을 전달함에 따라 서비스를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공지와 함께 환불 절차와 서비스 재개 계획을 알렸지만 소비자들의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무조건 20% 할인’으로 이용자 끌어모아 급성장=머지포인트는 편의점, 대형마트, 외식 체인점 등 전국 2만개 가맹점에서 ‘조건 없는 무제한 20% 할인’을 내세워 입소문을 탔다.
머지플러스는 지난 2017년 머지홀딩스를 설립한 후 2018년 2월 머지포인트 플랫폼을 오픈했다. 지난 3년 6개월 만에 누적 가입자 100만명, 일 평균 접속자 20만명을 모으는 등 급성장해 발행한 포인트 금액만 1000억원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용 방식은 간단하다. 머지포인트의 자체 포인트를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한 뒤 이를 이용해 제휴 브랜드 매장에서 결제하는 방식이다. 머지포인트는 연간 구독형 상품인 ‘머지플러스’ 멤버십과 일종의 모바일 바우처(상품권)인 ‘머지머니’ 두가지 상품을 판매했다.
머지플러스 멤버십은 월 1만5000원의 구독료를 머지플러스 측에 지불하면 머지플러스와 제휴를 맺고 있는 매장에서 상품을 구매한 금액의 20%를 할인해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머지머니는 머지포인트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형 상품권이다. 머지플러스는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등에서 20% 할인된 가격으로 머지머니를 판매해왔고, 이용자는 이를 머지포인트 애플리케이션(앱)에 적립해 앱내 바코드를 통해 사용할 수 있었다. 지난 6월 기준으로 200여개 제휴 브랜드의 6만여개 가맹점에서 이용 가능했다.
◇등록 업종 문제 돼···일방적 ‘중단 통보’ 논란 키워=머지포인트가 논란이 된 건 금융당국이 회사의 ‘전자금융업 미등록 영업’을 지적하면서다.
머지플러스가 금융당국에 전금업자 등록을 하지 않고 상품권 발행 영업을 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일각에선 서비스 자체가 위법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그동안 머지플러스 측은 머지포인트를 상품권 발행업으로 보고 영업을 진행했는데, 금융당국의 판단은 달랐다. 서비스 형태로 볼 때 선불 결제로 포인트를 구매해 다른 가맹점 등에서 사용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전자금융업’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부터 ‘전자금융업자의 이용자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을 시행중이다. 선불전자지급수단을 발행하는 전금업자는 이용자 자금을 신탁 또는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이용자 자금 운용내역을 상시 점검하도록 했다. 또 정기적으로 운용현황을 공시해야 한다. 결국 머지포인트는 이러한 감독을 받지 않고 있었던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머지포인트가 위법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면서 이후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먹튀 논란’은 업체 스스로 키운 측면도 있다. 일방적인 서비스 중단 공지에서 이용자들의 불안감이 겉잡을 수 없지 번졌다.
지난 11일 운영사 머지플러스는 “머지플러스 서비스가 선불전자지급 수단으로 볼 수 있다는 관련 당국 가이드를 수용해 11일부로 당분간 적법한 서비스 형태인 ‘음식점업’ 분류만 일원화해 축소 운영된다”고 공지했다.
또 “전자금융업 등록 절차를 서둘러 행정 절차 이슈를 완전히 해소하고 4분기 내 확장성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법적 이슈로 투자에 문제가 생길까 우려할 수 있지만 플랫폼의 가치는 훼손되지 않고 법적 이슈가 해결되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지 직후 몇몇 음식점을 제외하고 대형 마트와 편의점 등이 사용처 목록에서 사라졌는데 13일 현재 결제가 가능한 사용처는 한 곳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환불 정책도 먹튀 논란을 키웠다. 환불과 관련해서는 머지머니의 경우 구매가격의 90%, 머지플러스 구독료를 할인금액 차감 후 90%, 머지플러스 캐시백은 구독지원금, 구독기간, 할인금액 차감 후 90%만 가능하다고 안내했지만 처리 기간에 대한 안내가 불분명한데다 앱 접속 장애가 이어져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먹튀 논란에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제휴‧관련 기업들은 ‘난감’=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본사에는 환불을 받기 위해 수백명이 몰려들었다. 머지포인트 가입자들은 간밤 내내 사옥에서부터 수백 미터의 줄을 서서 기다리며 환불 합의서를 쓰고 결제금액을 일부라도 돌려 받으려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자들이 만든 ‘머지포인트 피해자’ 카페에서는 본사를 당장 찾아갈 수 없는 지역의 사용자들이 합의서를 대필해줄 수 있냐는 문의와 함께 실제 일부 환불에 성공한 사람들은 온라인상에서 후기를 공유하는 상황이다.
관련 사항을 투명하게 조사해달라는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청원자는 ‘머지포인트 사기’라는 제목의 청원글에서 “갑자기 정책을바꾸거나 이슈가 있을때는 사전에 해당 소비자에게공지하고 안내하도록 되어있으나 날치기식으로 당일날 저녁에 갑자기 사용이 안되는 것을 공지했다”며 “또 소비자의 과실이아니라 업체의 과실로 소비자가 사용 못하게 된 부분인데 환불도 구매금액에 90%만, 또한 확불도 기약이 없다고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머지플러스가 2~3년간 사업을 운영해왔는데 금융당국에서 한 번도 감독을 안한 것인지 이제 와서 전자금융사업자가 없다는 것이냐”라며 “현시점에 갑작스럽게 아무런 조치 없이 모든 피해를 소비자와 가맹점주들이 떠안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머지포인트 사태에 대해 투명한 조사를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 청원은 13일 오전 11시 기준 1만6335명의 동의를 받았다.
머지포인트와 관련된 기업들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연내 머지포인트와 상업자표시 신용카드(PLCC)를 출시할 예정이었던 KB국민카드는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머지포인트에서 포인트를 판매한 금융사들도 난감한 상황이다. 일부 고객들은 포인트를 판매했던 하나멤버스, 토스 등 금융사와 지급결제기업 페이코 등에도 책임을 묻고 있다. 이들을 믿고 포인트 충전, 연간권 구매 결정했기 때문에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하나금융그룹의 경우 그룹 통합멤버십 프로그램 ‘하나멤버스’와 머지플러스(주)와의 제휴를 통해 머지플러스 연간권 제휴 판매 이벤트를 진행했다. 머지플러스 연간권을 18만원에 일시 구매하면 1차로 8월 13일에 5만 하나머니를 지급하며 추가로 매월 말일에 1만 5000 하나머니씩 12개월 동안 총 18만 하나머니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머지포인트 대표 “서비스 재개 할 것”=권남희 머지플러스 대표는 공지를 통해 “여러 절차적인 미숙함들로 인해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면서 “서비스를 임시로 축소해 적법성을 갖추고 전자금융업 등록절차를 빠르게 진행해 앱 내 서비스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안정적인 장기운영을 위해 관련 당국의 가이드를 적극 수용해 더 높이 도약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일에는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빠른 시일 내로 라이선스 등록 절차도 마무리해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로 발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즈니스모델(BM)을 두고 회사 운영 자금이 대부분 고객 예치금에서 나온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회사 운영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해 머지플러스는 고객 예치금과 회사 운영 자금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며 “구독, 광고, 수수료 매출규모가 인건비 등의 운영지출보다 현저히 높기 때문에 회사 운영비는 투자 자금과 매출 수익내에서 지출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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