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유령 주식’ 배당사고···法, 3년5개월만에 증권사 배상 책임 인정

삼성증권의 ‘유령 주식’ 배당사고가 일어난 지 3년 5개월만에 증권사가 피해 투자자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에 나왔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7단독 장찬 부장판사는 최근 투자자 3명이 삼성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손해액의 절반인 1인달 2800만~490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삼성증권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지난 2018년 4월 6일 삼성증권 직원들이 보유한 우리사주에 할당된 배당금은 주당 1000원이었다. 그러나 착오가 발생해 주당 1000주의 주식이 입고됐다. 당시 배당된 주식은 28억1295만주로 총 시가는 직전 거래일 종가(3만9800원) 기준 111조9000억여원에 달했다. 이는 삼성증권 정관상 주식 발행 한도를 수십 배 뛰어넘어 ‘유령 주식’으로 불렸다.

문제는 일부 삼성증권 직원이 잘못 입고된 자사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면서 벌어졌다. 직원 22명은 1208만주를 매도 주문했고, 이 가운데 16명의 501만2000주는 실제 거래가 체결됐다.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그날 주식 거래량은 40배 이상에 달했다. 또 하루 동안 변동성 완화 장치는 7차례 작동하고, 삼성증권 주가는 장중 한때 11.68% 급락했다.

주식을 시장에 매도한 직원 중 8명은 기소돼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항소심에서 4명은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나머지 4명은 벌금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회사 실수와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로 주가가 급락하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같은 해 7월 사태의 책임을 물어 삼성증권에 과태료 1억4400만원을 부과하고, 구성훈 당시 삼성증권 대표는 사임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사태로 손해를 봤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주가가 급락한 상태에서 주식을 팔아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다.

이에 삼성증권은 “적극적인 노력으로 배당 사고 당일 오전 11시께 주가가 전날 수준을 회복했다”며 “다음 거래일 후 주가가 하락한 것은 회사 손실 규모와 금융당국의 예상 제재 수준 등을 거론한 언론 보도 등과 이에 따른 투매 심리에 의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삼성증권이 배당 사고 당시 내부 통제 기준과 위험관리 기준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직원들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된 점, 주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일일이 증명하기가 곤란한 점 등을 고려해 삼성증권이 투자자들의 피해액의 절반만 배상하도록 했다.

이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당시 하락장에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잇달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증권은 1심 판결 분석을 마치는 대로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