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전기료 인상 계기로 공공요금 인상 요구 잇따라연료비 상승, 공기업 적자 누적···막기만은 어려운 상황물가상승률 목표 1.8% 불가능···10년만의 최고치 가능도
정부 내에선 15개월째 동결돼온 도시가스 인상이 우선 검토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미 도시가스요금 인상 필요성을 기재부에 전달했고, 기재부는 이를 반대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11월에는 도시가스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요구를 기재부에 이미 전달했다”면서 “원료인 LNG 가격이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어 더는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도시가스 소매요금은 가스공사의 도매요금에 연동되는데 도매요금은 요금의 약 80%를 차지하는 원료비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다. 동북아 지역 LNG 가격 지표인 JKM은 지난해 7월 말 100만BTU(열량단위) 당 2.56달러에서 이달 24일 27.49달러로 10배 넘게 급등했다. 같은 기간 두바이유는 배럴당 43.27달러에서 72.45달러까지 올랐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을 11.2%, 일반용 요금을 12.7% 인하한 이후 15달째 동결해왔다. 원료비 가격이 급등하는데도 코로나 상황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는 것을 통제했다.
문제는 가스공사의 원료비 미수금이 급증하고 있다. 미수금은 현재 1조원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가 공개한 연말 기준 미수금 전망치는 1조5000억원이다. 최근 동북아 지역 LNG 가격 급등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만큼 미수금은 예상치를 크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는 최근 전기요금 인상 당시 “공공요금이 일시에 오르면 부담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10월 가스요금을 동결하는 등 관리에 만전을 기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재부는 물가 부담을 이유로 현재로선 11월 도시가스 요금 인상을 막고 있다.
다만 11월 가격 인상을 막을 경우 겨울철 난방 수요와 맞물리면서 가스공사의 미수금 규모가 급속도로 커질 수 있어 방향성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늘어난 미수금은 가스공사의 이자 부담으로 이어지고 결국 가스요금에 반영되는 구조다.
철도 요금 역시 인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철도공사는 2011년에 철도요금을 평균 2.93% 올린 이후 10년간 요금을 동결해왔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을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2015년 4.7% 인상한 이후 6년째 동결되고 있다.
지하철·시내버스·택시 등 대중교통 요금과 상하수도 요금, 종량제 봉투 요금 등 지방 공공요금도 인상 요인이 상당해 ‘인상 대기’ 상태다. 전기요금은 내년에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흘러나온다. 인상 압박이 턱밑까지 차올라 있는 만큼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 결국 불가피하게 ‘도미노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발표한 2021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물가상승률 목표를 1.8%로 제시했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연간 2% 이내’로 물가를 관리하겠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상반기 물가 오름세가 기저효과와 일시적 공급 충격에 따른 것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은 7월과 8월 모두 연중 최고치인 2.6%를 기록했다. 공공요금 인상과 기저효과 등을 고려하면 4분기에도 1%대로 내려가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료, 우윳값 인상이 다른 품목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국민지원금 등의 소비 효과가 더해지면 전체적인 물가 상승세는 예상보다 더 거세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목표치인 1.8%는 현실적으로 달성할 수 없고, 2% 이내 관리도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연쇄적인 요금 상승이 이어진다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정부 목표인 1.8%를 훌쩍 넘어서는 것은 물론,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연말 물가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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